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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희건이나비 Jan 13. 2024

나의 발걸음을 머물게 하는 아이들

자세히 만나자

  아이들이 학교 다닐 때 어떤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아이들이 등교해서 교실에 들어가면 선생님께서 “어제는 못 봤는데 오늘은 본 것이 무엇일까?”라고 물으신단다. 아마도 막내아들의 선생님이셨던 거 같은데,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아이들 눈에 무엇이 달라 보이겠는가? 아침에 갈 때마다 묻는다. “엄마, 뭐 새 로운 거 있어요?” 그러면 나는 선생님께서 주변을 잘 관찰하라고 그러시는 거 같으니 유심히 뭐라도 보고 다녀보라고 했다. 그래도 급하게 생각나지 않으니 오늘만 알려달라면서 조르곤 했다.


  그래서 나도 아들에게 답해 주기 위해서 살피기 시작했다. 물론 어떤 매장이 새로 생기든가, 이사를 가든가 하면 빨리 찾는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자주 있지 않으니 쉽지 않다. 다음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자연의 변화였다. 예를 들어 어제는 작은 봉오리였는데 오늘은 조금 꽃잎이 벌어졌다던가 하는 모습이다. 계절의 변화는 기간이 길어야 잘 느껴지지만, 매일 관찰해야 하면 변화의 차이를 찾기가 쉽지는 않다. 정말 자세히 보아야 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라는 나태주 님의 시가 아니더라도 자세히 봐야 찾을 수 있다.


  그렇게  다니다 보면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아이들이 있다. 다른 이들은 벌써 다 지고 없는데 늦게 홀로 피어있다던지, 아주 바닥에 붙다시피 작게 피어난 아이들이다. 그렇게 조금은 외로이 또는 애처롭지만 꿋꿋하게 올라오는 아이들이 눈물겹다. 사람도 처한 환경과 상황이 다 다르듯 식물도 정말 그러하다. 그래도 그 힘든 환경에 적응해 내며 살아내는 아이들이 이쁘다. 잠시 서서 그들을 응원해 주고 사진으로도 남겨둔다. 올라온다고 피어낸다고 수고했다고 말해준다.


  텃밭을 하면서 나는 더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그들은 날씨가 흐리다고, 또 주말이라고 쉬지 않는다. 한창 자랄 때는 밤사이에도 익어가고 커가는 것 같았다. 그럼 나는 신이 나서 집에 와서 아들에게 말했다. “오늘은 오이가 하루사이에 3개가 더 달려있어”라고 말했다. 아들 왈 “선생님께서 더 안 물으셔” 한다. 나는 “왜? 재미있는 질문인데 왜 더 안 물으시니?” 했더니 아이들이 계속 “몰라요 안 보여요”라고만 해서 선생님도 이젠 묻지 않으신단다. 내가 아쉬웠다. 더 얘기해 줄 거리가 많은데!! 지금도 이 이야기가 생각나는 걸 보면 제일 유익한 질문을 해주신 선생님이시고, 자연을 자세히 보고 관찰하라는 힘을 주신 분이셨다.


  덕분에  관찰하면서  다니다 보니 내 발길을 머물게 하는 이들도 있고, 보면서 신이 나서 내가 흥분할 때도 있고, 애처로워 옮겨주고픈 아이들도 있다. 같은 공간에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 자주 가서 살피게도 된다. 그러곤 안심하고 미소가 지어지고 내 안에 잔잔한 행복이 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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