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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희건이나비 Mar 03. 2024

봄의 3형제

새겨봄 돌아봄 바라봄

  우연히 에스키모인들이 표현하는 눈에 대한 단어가 백개가 넘는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우리말에도 가루눈, 싸라기눈, 진눈깨비, 소나기눈등 여러 표현들이 있지만 그들도 정말 다양하게 쓰고 있었다. 예를 들어 Gana(하늘에서 내려오고 있는 눈), Aput(쌓여있는 눈), Pigsirpog(바람에 휘날리는 눈), Gimugsug(무더기로 쌓여있는 눈)등 재미난 표현이 많았다. 그들의 다른 문화가 더 궁금해서 찾아보았더니 그들은 화가 나면 무작정 걷는다고 한다.



  누구나 화가 날 경우가 있고 대응하는 방법도 다양하겠지만 그들은 독특했다. 화가 나면 막대를 하나 들고 무작정 걷는단다. 계속 걷다가 마음의 안정을 찾으면 막대를 그곳에 꽂아두고 왔던 길을 되돌아온다고 한다. 그러다 다음에 또 화가 나서 걸을 때, 지난번에 꽂아 둔 막대가 보이는 데도 계속 걷고 있으면 아직 화를 다스리지 못한 것이다. 지나치면서 다시 한번 자신을 들여다본다. 어떤 때는 막대기를 못 보고 돌아올 때도 있다. 그땐 마음을 잘 다스린 것이라, 그 조절도 하고 본인의 마음도 추스르는 지혜로운 방법을 쓴다고 한다.


송길원목사님이란 분이 에스키모인들의 화를 푸는 방법을 적으면서 걷기에 대해  함께 쓴 글을 소개했다. 걷기는 화를 제어하는 자율신경계를 강화한다. 속으로 화를 삭이지 말고 밖으로 나가 풍경도 보면서 걷기를 하라고 한다. 그렇게 걷다 보면 현재가 보인다. ’ 새겨봄’이라고 표현했다. 

 좀 더 걷다 보면 과거가 보이고 묵은 마음의 때가 사라지는 ‘돌아봄’이다. 더 걸어보면 미래가 보인다. ‘바라봄’이다.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봄이 오고 있다. 새겨봄 돌아봄 바라봄의 3형제를 생각하며 신나게 봄길을 걸어 볼일이다. 에스키모인들처럼 꼭 화가 날 때가 아니라도 말이다.


나도 걷기를 좋아한다. 나 같은 몸치가 유독할 수 있는 운동이 걷기라서 더 관심이 갔다. 다행히 주변에 걸을 수 있는 신천이나 앞산이 가까이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최소 학교 운동장은 어디에나 있다. 양 손을 쓰면서 걷는다는 것은 우리에게 특권이다. 걷기는 하체만 강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신 근력을 강화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걸을 수 있는 생명체는 우리뿐이지 않은가? 바람을 맞으러 가자. 두 발로 말이다. 봄의 3형제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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