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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희건이나비 Jun 15. 2024

나의 애마

나를 가장 잘 아는 친구는 누구일까?

  내가 어디든 가자하면 군말 없이 데려다주고, 나의 어떤  이야기도 다 들어주고 다독여준다. 항상 내 옆에 있으면서 무슨 일이든 받아주는 나의 친구인  애마.


  지금까지 내 명의로 된 차는 두대였다. 첫 번째 차는 트라제로  당시 꽃가게를 하게 되면서  차를 가지게 되었다. 그전에 아버님차를 몰면 당겨서 앉아야 했고 남편 차를 타게 되면 다리를 쭉 뻗어서 운전했다. 가끔 얻어 타면서 바꿔놓기가 불편하여 그리했더니 어지간한 차는 백미러도 안 바꾸고 운전한다.


  트라제는 9인승이라 그 당시 아이들이 어려서 놀러 갈 땐 뒷좌석을 펴서 편하게 다녔다. 또 남편이 선루프를 넣어주어 색다른 경험을 하기에 아주 좋았다. 특히 앞산을 드라이브할 때 신나 했던 순간을 늘  얘기한다. 그리고 친구들과 모여서 조금 먼 곳을 갈 땐 항상 내 차에  탔다. 승용차보다 많이 타니 항상 나를 쳐다보았다.  

 그렇게 트라제엔 늘 사람들로 붐볐다. 사람뿐이 아니었다. 꽃이나 화분을 사도 높이가 높아서 차에 싣기가 좋았다. 아이들이 크면서 서울로 가고, 나도 부지런히 트라제를 몰고 서울로 오고 가고 했다. 짐을 잔뜩 싣고 가기도 하고 음식을 해서 가기도 했다. 내가 거의 13년을 타면서 23만 킬로를 뛰었으니 정말 많이 다녔다. 늘 타면서 묵묵한 내 차에게 ‘고맙다. 오늘도 잘 달려보자’했고 집에 돌아오면 ‘오늘도 수고 많았다’ 하면서 늘 인사했다.  


 마땅한 이름을 못 찾아서 그냥 애마라 불렀다. 거기엔 내가 승마를 배워보고 싶었는데 하지 못한 아쉬움이 담겨있다. 그렇게 좋을 때도 힘들 때도 나랑 함께했다. 울면서 운전할 때도 가끔 있었다.  ‘너는 다 알지? 너는 말 안 해도 내 맘 알지’ 하면서 나의 설움을 토해내기도 했다. 그땐 정말 더 없는 친구가 되어주었다.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다 말  못 하는 것을 애마에겐 얘기했다. 트라제는 높아서 운전하기도 편했고 LPG라 부담 없이 잘 다녔다. 그러다 시간이 많이 지나면서 애마가 좀 힘들어했다. 너무 신기하게도 내가 새 차를 알아보고 온 다음날 트라제는 멈추었다. 미안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정말 나랑 소통하고 있었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나도 더 이상 공장에 보내지 않고 쉬게 해 주었다. 그간 고생 많았어하며 애마를 위로해 주었다.

  그리곤 작은 I-30를 선택했다. 꽃가게도 그만두었고 해서 부담 없는 작은 차를 선택했다.  결혼할 때 남편이 빨간 차를 타고 있었는데 그 색이 늘 마음에 남아있어 선택했다.  이 차도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내차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차 바꿨냐고 묻는다. 색이 아직도 새 차느낌이 난단다. 난 ‘십년지기인데요’ 하면서 웃는다. 

 빨간 애마도 아들 군에 갔을 때  강원도 철원에 몇 번이나 다녀왔었다. 가볍고 연비 좋고 이쁘고 지금도 잘 타고 있다. 이렇게 나와 인연이 된 두 차는 나에게 참 소중한 친구다. 

 나의 어떤 부분도 말없이 받아주고 들어주는 소중한 친구말이다. 손이 시려우면 핸들도 따시게 해 주고, 더운 날 엉덩이도 시원하게 해주는 센스도 발휘한다. 아직은 빨간색이 아주 잘 어울리는  I-30와  함께 보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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