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마침내 승리할 당신에게
내 주변에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이 중 자살을 시도했던 이가 다섯, 그 중 세 명은 (적어도 내가 아는 한)잘 살고 있고 한 명은 연을 끊었다.
이들은 밖에서 보았을 때는 아주 멋진 사람들이다.
능력이 뛰어나거나 외모가 출중했고 유명인도 있었다. 비록 얕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친구가 되고 싶어하는, 그런 이들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우울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이들이었다.
정작 속으로는 그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밖에서 보았을 때 빛나는 이들은 정작 스스로를 미워했다. 이들이 나를 택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이들의 곁에 남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들을 안아주었고 같이 울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처음에는 나아지는 것 같았다.
그들은 내게 고맙다고 말 했고 나에게 의지했으며 밝게 웃는 모습도 일반적인 생활로 돌아가는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모든 것이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자존감을 되찾는 것처럼 보였다. 나 역시 조금씩 그들과의 시간을 줄이고 내 일상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 순간 그들은 더욱 깊게 떨어졌다. 그들이 표했던 고마움은 점점 집착이 되었고 그들이 나에게 기대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끌어내리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자살하겠다고 카톡을 보내고 잠수를 타는 경우도 있었고 실제로 자살을 시도해서 병원에서 전화가 온 적도 있었다.
숨이 막혔다.
그들의 시선에서는 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돌이켜 생각 해 보면 내가 뱉은 약속들은 너무 무거운 것이었다. 그들은 나에게 기대했고 내가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때 배신감과 절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나는 그들의 끊임없는 자책, 거기서 이어지는 나에 대한 원망에 힘들어했다.
그래서 나는 약속을 하는 것을 그만 두었다. 나는 그들이 스스로 일어설, 언젠가는 올 것이라 믿는 그 순간까지 나의 일상을 버리고 마음과 노력을 쏟을 자신이 없다. 아니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그것이 되려 이 관계를 파괴시킨다는 것을 안다. 또한 그것이 그 사람의 자존감을 올릴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안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어준 이들 중, 스스로를 미워하는 당신에게 말 해주고 싶다.
스스로를 구하려 하지 않는다면 나는 결코 당신을 도울 수 없다.
과거에 사로잡히지 말라.
그대가 받은 과거의 상처가 가벼웠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당신이 과거의 자신을 동정하면 할수록, 현재의 나를 부정할수록 당신은 결코 스스로를 똑바로 볼 수 없다. 트라우마를 생각하면 할수록 당신은 가라앉을 것이다. 하루에 하나씩 작은 도전을 하자. 5,000보를 걷기, 방 청소를 하기, 새로운 식당에 가 보기, 새로운 책을 읽기, 일찍 자기, 일찍 일어나기 등, 이 작은 성취들과 그 과정에서의 몰입이 당신을 구할 것이다.
안다. 힘들다는 것.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 조차도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 알고 있다. 당신이 받은 상처에서 여전히 피가 나고 있음을 안다. 그래도 난 당신을 일으켜 세울 수 없다. 평생 옆에서 기다리겠다고 약속할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보조바퀴, 응원 그 뿐이다. 당신의 작은 노력들을 기다리겠다. 당신의 작은 성취들을 함께 도전하며 박수를 치겠다. 당신은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여전히 믿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당신의 승리를 보겠다.
자 첫 날이다. 12시 전에 자자.
당신에게 새벽은 너무나 위험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