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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인태 Mar 18. 2020

움직이지 않는 강남 사람들

긍정인태: 소소한 생각조각

강남인들은 많은 면에서 특별(?)하지만 특히 거리에 있어서는 아주 유별나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약속을 잡을 때 그들은 강남 지역을 벗어나는 것을 매우 큰일처럼 여긴다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서울 사람들이 거리에 아주 민감하긴 하지만, 강남사람들은 그 중에서도 특히 민감하다.

서울시특별시 강남구

서쪽 사람들은 여의도, 홍대, 신촌 뿐 아니라 광화문, 이태원, 심지어 강남까지도 너그럽게 이해해준다. 2호선 안쪽이라면 지하철을 타는 것에 있어서도 그렇게 거리낌이 없고 때로는 저 멀리 일산까지도 나오는 아량을 베푼다. 아 물론 이들도 경기도 중에서 남양주나 구리까지 가는 짓은 하지 않는다.


중앙 사람들, 그러니까 이태원, 종로구 사람들은 꽤 넓은 범위로 움직인다. 이태원 사람들은 좀 특이하긴 한데 원채 자신들의 터 자체가 특색이 넘치다 보니 사람들이 알아서 잘 온다. 그러나 그 만큼 다른 동네에도 큰 거부감은 없어서 홍대나 가로수길로도 잘 오는 편이긴 하다. 종로구 사람들은 데이트의 전통적 성지인 삼청동이나 새로운 강자인 익선동이 가깝지만 그 터가 원채 좁고 광화문은 매일매일 타지 사람들로 시끄러우니 다른 지역을 되려 선호하기도 한다.
 

그러나 강남놈들은... 움직이질 않는다. 

일단 타 지역은 커녕 강남 내에서도 거의 움직이질 않는다. 압구정 로데오에 사는 놈이 가로수길이 멀다고 하는 것을 들었을 때는 정말 머리를 조금만 쪼개버리고 싶었다. 정말 세분화 되어있어서 강남역 부근, 논현역 부근, 가로수길, 로데오, 코엑스 등 그 범위 자체를 넘어가질 않는다.
거기에 더 무시무시한 점은 강남인들 중 2030들은 대부분이 낮에 일어나질 않는다. 약속 한 2시간이 남았는데 연락이 안 되어 인스타를 살펴보면 술을 물처럼 마시고 있는 모습이 스토리에 올라와 있다. 전화가 울려서 받으면 “으어어 형 저 죽을 것 같아요.”, “오빠 나 어제 너무 달렸어” 이런 고장난 테이프 같은 소리만 울려 퍼진다.
결국엔 남자이건 여자이건 툭하면 “집으로 오실래요?”라는 염불을 외우고 가서 보면 거의 반시체같은 꼬라지를 한 10년 보다보면... 이것들은 밤에 도대체 뭔 짓을 하고 다니는걸까 하는 생각만 든다.


1시간 정도 거리는 가깝다 느끼는 너그러운 경기도 사람의 푸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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