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네이밍과 슬로건
오늘은 네이밍과 슬로건에 관련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유튜브 바로가기 : https://youtu.be/lQZHRcIdRgY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의 <꽃>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작인 김춘수 시인의 '꽃'입니다. 존재의 본질과 의미, 이름이 가지는 상징성을 나타내는 시죠. 이름을 가짐으로써 비로소 그것으로 인식된다는 사실을 나타내줍니다. 이름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 정의됩니다.
누구나 이름을 가지고 있죠. 그 이름을 통해서 우리는 삶을 살아갑니다. 또 이름에는 인생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담고 있습니다. 가족을 통해서건 작명소에서 지은 이름이건 한 사람의 인생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의미를 담아 이름을 지어줍니다.
제 이름도 할머니께서 작명소를 통해서 지었다고 합니다. '원필(元弼)'. 으뜸으로 돕는 사람이 되라는 의미입니다. 지어주신 이름처럼 남들을 열심히 돕기 위해서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얻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최근에는 개명을 하는 경우도 많이 있죠. 여러 가지 이유로 이름을 개명합니다. 이 역시도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한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개명을 합니다. 좋은 이름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만큼 이름에는 큰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의 네이밍도 마찬가지로 잘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네이밍은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인식하는 첫 단계입니다. 이름을 잘 지어둔다면, 고객들에게 우리 브랜드를 각인시키기보다 효과적일 것입니다.
브랜드의 이름은 어떻게 지으면 좋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핵심가치'입니다. 사람의 이름이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 의미를 담고 있듯, 브랜드의 이름 안에는 고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핵심가치'가 담겨있어야 합니다. 브랜드 이름에 직접적으로 핵심가치를 드러낼 수도 있지만 간접적으로 느껴지게끔 숨겨두는 것도 좋습니다. 브랜드 이름 속에 숨겨진 의미는 고객들에게 브랜드와 좀 더 친근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또 하나의 스토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우리 브랜드의 메인 타깃에게 적극적으로 어필될 수 있는 이름일지 고민해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시대별로 인기 있는 이름이 있다는 건 다들 아실 겁니다. 시대와 트렌드에 따라 인기있는 이름이 있다는거죠.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고객군이 선호할만한 이름을 선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의미의 이름이라도 우리 고객군에게 닿지 않는다면 김춘수 시인의 시처럼 그저 하나의 몸짓으로 밖에 남지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브랜드다움'을 가져야 합니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미지와 스타일이 담겨있어야 합니다.
슬로건은 네이밍보다 직접적으로 우리 브랜드의 핵심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도구입니다. 네이밍이 여러 의미를 함축한 것이라면, 슬로건은 좀 더 직관적으로 우리 브랜드가 추구하는 핵심가치는 이것이라고 알려주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잘 아는 나이키를 예로 들어보죠. 승리의 여신인 니케를 통해서 스포츠를 통한 승리를 함축하고 있는 'nike'가 네이밍입니다. 고객들에게 그냥 가만히 있지 말고 바로 실행하라는 메시지를 통해 스포츠라는 행동이 지니고 있는 진정한 가치를 전달하고 있는 'Just Do It'은 슬로건입니다. 나이키는 네이밍을 통해 담기 어려웠던, 혹은 더 깊이 있는 가치 전달을 위한 방법으로 슬로건을 전략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디저트 카페인 홍콩 94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같이 살펴보면서 실제로 어떻게 네이밍과 슬로건을 만드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앞서 다른 영상과 포스팅을 통해 핵심가치 설정, 고객 페르소나 설정, 브랜드 페르소나 설정까지 하나씩 진행과정을 공유하였습니다. 이전의 모든 과정들을 통해서 네이밍을 위한 기본적인 아이디어들을 추출해 낼 수 있었습니다.
우선 메인 핵심가치는 '매일매일 새로운 재미를 제공하자'입니다. 재미, 새로움, 행복, 에너지라는 4개의 중심 키워드를 통해 저희가 1차적으로 뽑아낸 브랜드의 핵심가치입니다. 네이밍과 슬로건을 만들 때 이 내용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메인 타깃은 '최유진'이라는 이름의 가상의 페르소나를 만들었습니다. 트렌드에 예민한 편집을 하는 MZ세대 PD, 방송계 종사자입니다. 트렌디한 무언가를 계속해서 찾고 있는 사람이며 본인 스스로도 유행과 트렌드에 민감한 타입입니다.
브랜드 페르소나는 '카리나'라는 멕시칸 여성으로 설정하였습니다. 감각적이며 스타일리시한 젊은 여성입니다. 멕시코라는 지역성과 포니라는 애완동물을 특이점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위의 세 가지 요소들을 충족하면서도 대표님 마음에도 충분히 들만한 이름을 리스팅해 보았습니다. 특히 브랜드 페르소나를 중심에 놓고 핵심가치와 타깃과의 관계를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았습니다. 멕시코라는 지역성을 살려 스페인어를 쓰는 것은 어떨까부터 시작해서, 브랜드 페르소나인 카리나 씨가 키우는 포니까지 여러 후보군들을 만들어보면서 하나씩 제거해 보았습니다.
디저트 카페인만큼 먹을 때 나는 소리인 의성어와 의태어를 써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점점 발전시키던 중 저희는 포니에서 하나의 길을 찾았습니다. 조랑말인 포니가 내는 소리인 '프르릉' 소리에서 출발해 보는 겁니다. 프르릉 소리를 영문 표기법으로 변경해 보니 'Prr' 이런 식으로 쓰입니다. 여기에 r을 대문자로 변경해 보니 'PRR'가 됩니다. R을 좀 더 추가해서 'PRRRR'로 변경해서 네이밍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글자 모양 자체가 주는 리듬감도 느껴지고, 소리 역시 무언가 떨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우리는 가끔 무언가 감격적인 순간을 맞거나 놀라운 순간에 온몸이 떨리는 경험을 합니다. 이 느낌을 브랜드에 심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에 핵심가치인 '매일매일 새로운 재미를 제공하자'도 충분히 포함시킬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재미있고 맛있는 디저트를 통해 PRRRR 하고 떨리게 만들자는 거죠.
P와 R이라는 두 개의 글자만 이용해 브랜드 네이밍을 해서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이미지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언뜻 봐서는 특별한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브랜드 스토리를 찾아가다 보면 저희가 생각하는 핵심가치나 의미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이미지는 브랜드 페르소나인 카리나 씨의 이미지에도 잘 맞는 느낌이며, 핵심 타깃으로 설정한 최유진 씨에게도 충분히 어필이 될만한 요소라고 생각되었습니다. 홍콩 94의 노수빈 대표님도 무척 'PRRRR'라는 이 이름을 마음에 들어 하셨습니다.
슬로건 역시 PRRRR라는 네이밍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좀 더 직관적인 내용을 담았습니다. 'pleasant trembling everyday'. 매일의 즐거운 떨림이라는 뜻으로 네이밍인 PRRRR와 연결되면서 핵심가치인 매일매일 새로운 재미를 제공하자는 의미도 충분히 담고 있습니다.
이전부터 충분하게 수차례의 미팅과 워크숍을 통해 소스들을 준비해 놓아서 노대표님 뿐 아니라 저희도 만족스러운 네이밍과 슬로건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이렇게 만들어진 네이밍과 슬로건, 그리고 브랜드 페르소나를 이용하여 디자인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을 공유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원래는 이번에 한꺼번에 보여드리면 어떨까 했는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용이 길어져서 한 번 끊어서 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브랜드 페르소나에서 어떤 방식으로 디자인 소스를 찾아서 적용했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다음 콘텐츠도 기대해 주세요.
오늘 이야기인 네이밍과 슬로건 만들기와 관련하여 궁금한 점이나 의견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최대한 열심히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오늘도 긴 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