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어딜 가나 다 똑같다는 말
그걸 어떻게 알아요?
그러다가 겨우 저는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어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매일 해왔지만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그 장면이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던 게 기억나요.
그렇게 그 회사를 그만두었고, 이런 류의 이야기가 보통 그렇듯 그다음 회사에서 저는 제 능력을 인정받으며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었어요.
막말을 하는 사람도 없고, 유치하게 신입사원을 괴롭히는 사람도 없고, 일이 끝나면 정시 퇴근을 할 수 있어요.
어딜 가나 똑같다는 말은 물론 틀린 말이었죠.
물론 회사 저는 회사 생활 체질은 아니어서 지금도 항상 어떻게 하면 하루빨리 회사를 그만둘 수 있을까 매일 생각하기는 하지만 이건 분명 달라요.
지금도 똑같이 저는 회사가 싫어요.
그런데 그때는 죽을 만큼 괴로워서 출근길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룩주룩 흐를 만큼 싫은 거였고,
지금은 가끔 아 진짜 못해먹겠네 싶어서 평소 잘 안 먹는 비싼 프라푸치노를 사서 휘핑크림 퍼먹으면서 ‘내가 그래도 돈 버니까 이런 거 먹을 수라도 있지’, 하면서 스스로를 달래면서 그럭저럭 해낼 수 있을 만큼 싫어요.
그래서 지금은 내가 견딜 수 있어서 회사 생활을 계속하고 있어요.
저는 그 괴로웠던 첫 회사를 왜 조금 더 빨리 그만두지 못했을까 종종 생각해요.
저의 괴로움의 원인은 제가 노력해서 나아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는데 주변에서 ‘어디 가도 똑같다’, ‘버텨야지’라는 말밖에 듣지 못하다 보니까 그만두는 건 그냥 내가 나약해서 그런 거라고 스스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어디 가나 똑같다는 말은 너무 무책임한 말이에요.
누가 세상의 모든 것을 경험해보고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그 말은 쉽게 사람을 주저앉게 하죠.
그런 말에 주저앉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