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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아코치 Aug 23. 2018

학습코칭이 필요한 이유

이제 막 학습코칭에 발을 디디려는 분들께 드리는 글

며칠 전 한국 사회가 평생 사교육에 신음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한국인들이 학창 시절엔 대입을 위해 학원을 뺑뺑 돌고, 대학에 가선 취업과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학원가를 전전하고, 40대 이후에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려고 또 학원을 찾는다는 것입니다. 기사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여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현상의 원인으로 지적했습니다. 사교육 종사자로서, 그리고 그 한국사회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여러모로 읽는 내내 가슴 한편이 무거웠습니다.



대한민국, 교육 뫼비우스의 띠에 갇히다

이제 막 첫 돌을 맞이한 저희 셋째는 빼어난 열정으로 뭐든 입에 넣고 몇 번을 넘어지고 떨어져도 어디에든 기어 올라갑니다. 아직 말이 서툰 둘째는 매일 "이게 뭐야?"를 무한 반복하며 엄마 아빠를 행복한 비명을 지르게 만들고 그렇게 만화영화 캐릭터 몇 개 이름을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요새 그림에 푹 빠진 첫째는 도망치고 싶을 만큼 자주 이것저것 그려달라고 합니다. 그걸 유심히 보고 있다가 멋지게 자기 스타일로 그려냅니다.


아이들은 모두 놀라운 학습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배우려 하고 실패에도 전혀 굴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만 들어가도 공부하기 싫어요, 어려워요, 이걸 왜 해야 해요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이제 중학생밖에 되지 않았는데 선생님 저는 이미 틀렸어요 라고 말하지요. 고등학생들을 상담할 때면 아이들의 언행에 배어있는 피로와 패배감에 과연 내가 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데려다 푹 재우는 게 먼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물론 개중에는 공부를 즐거워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문제는 공부를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들의 비중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희 첫째는 마이리틀포니의 열성팬입니다. 저 그림들으 그리기 위해 무수히 많은 스케치북이 재활용수거함으로 향했습니다.


한국인의 드높은 교육열과 국가적인 지원이 무색하게도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준 미도달 학생의 비율이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08). 예를 들어 국어의 경우 기준 미도달의 학습부진학생의 비율이 초등학생 3.5%에서 중학교 5.8%, 고등학교 5.7% 껑충 뛰었고 수학의 경우 초등학생 1.2%에서 중학생 7.2%, 고등학생 7.1%로 무려 6배 가까이 증가합니다.


이는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02년도 연구 보고서인 <한국 성인의 비문해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19세 이상인 우리나라 전체 성인 인구의 24.8%가 생활하는 데에서 읽기, 쓰기, 셈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그 어느 나라보다도 교육열이 높고 의무교육 취학률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게다가 교육 정책을 논할 때는 꼭 사교육 부담 완화를 언급할 정도로 막강한 사교육 시장을 보유한 대한민국에서 말이죠.


뫼비우스의 띠. 교육에 누구보다도 관심이 있고 또 그 방법밖에 살아남을 방법이 없음에도 성인 10명 중의 2~3명은 읽고 쓰기에서 조차 어려움을 보여 더 누군가의 가르침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반복. 저는, 그리고 많은 교육 전문가들은 이 문제의 원인을 '자기주도 학습역량'의 부재로 보고 있습니다.



자기주도 학습역량이란?

자기주도 학습역량은 학습자가 주체적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하여 학습하는 역량을 의미합니다. 여러분 주변에 무엇이 되었든 배우려 들고 시간이 걸려도 마침내 배워서 익히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있으신가요? 그 사람은 자기주도 학습역량을 갖춘 사람입니다. 그 이름만 들어도 근사합니다. 스스로 내 공부를 척척 해나간다니! 마치 살 빼기로 마음먹는 순간 단박에 살을 뺄 수 있다는 말만큼이나 멋집니다.


하지만 한 알만 먹으면 살이 좍 빠지는 다이어트 약은 없죠. 생겨라 얍! 한다고 자기주도 학습역량도 생기지 않죠.


이 자기주도 학습역량에 대해 좀 더 파헤쳐 봅시다. 자기주도 학습을 구성하는 요소는 학자들마다 조금씩 설명하는 방법이 다르지만 대체로 크게 '동기', '인지', '행동'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운전으로 치자면 학습 동기는 운전을 배워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나도 잘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인 자아 효능감, 이것이 남이 아니라 나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여기는 내적 동기, 목표를 설정하고 그를 향해 나아가려는 목표 지향성 등이 포함되죠.


운전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어떤 사람은 척척 잘 배우는 반면 5초 전에 말해준 것을 까먹고 엑셀 밟을 것을 브레이크를 밟기도 합니다. 무언가를 '잘' 배우는 역량이 바로 인지 조절입니다. 새로 배운 것과 내가 알던 것을 잘 연관 지어 배우는 정교화, 정기적으로 내가 배운 것이 무엇이었는지 떠올려보며 이해 정도를 확인하는 점검, 그리고 배운 것을 잊지 않기 위해 소리 내어 말해보거나 밑줄을 긋거나 노래로 만들어 불러보는 등의 전략을 사용해보는 시연 등이 인지 조절의 예시들입니다.


운전을 배우기로 결심하고 조금만 하면 잘 배울 수 있는 사람이라 해도 막상 행동으로 옮겨 배우러 가지 않으면 또 의미가 없습니다. 운전을 배울 시간을 내서 그 약속 시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나를 유혹하는 게임이나 카톡 등을 그 시간 동안만큼은 멀리하고, 다른 것에 정신이 팔리지 않게 집중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상 살펴보았듯 자기주도 학습역량은 여러 요인들로 구성된 복합적인 것이며, 안타깝게도 짧은 시간 안에 한 두 마디 잔소리로 싹트기 어렵습니다. 감동적인 명강사의 동기부여 강연을 들었어도 내 행동은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번 들으면 기가 막히게 잘 기억하는 머리를 가졌어도 할 마음이 없으면 수업을 들을 생각조차 들지 않습니다. 공부해야 하는 것도 알고 하루에도 몇 시간 씩 책상 앞에 앉아있다 한들 5분에 한 번씩 sns를 확인하면 그 역시 남는 것이 없습니다.


학습자 개인이 혼자서 자기주도 학습역량을 키워내기란 이토록 쉽지 않을뿐더러,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싶어도 어디서 어떻게 받아야 할지 난감할 경우가 많습니다. 이 힘겨운 게임의 마운드에 구원 투수로 등판하는 것이 학습코칭입니다.


울지 마, 아직 내가 있잖아!!

자기주도 학습역량, 그리고 학습 코칭


자기주도 학습에 대한 연구는 70년대 미국에서부터 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좀 더 효과적인 자기주도 학습역량 증진시키기 위해 어디에 어떻게 학습코칭을 접목시킬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죠. 학교에서도 방과 후 수업으로 학습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고, 저 같은 사교육 종사자들은 좀 더 발 빠르게 학습코칭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필요성과 효과성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음에도 아직까지는 일반 대중들에게는 인식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저는 특히나 학원이라는 공간에서 학습코칭을 하다 보니 코치이(학생)과 학부모님, 그리고 코치인 저 사이의 생각 차이가 크레바스처럼 느껴질 때가 왕왕 있었습니다. 학원은 보통 성적을 올리기 위해 찾습니다.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치고 학습코칭을 해 온 저는 학습코칭과 자기주도학습이야 말로 당장은 아니어도 언젠가 반드시 성적이 오르는 단 하나의 길이라고 자부합니다. 다만 기다림의 문제인데, 여기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종종 본 목적을 잊기도 했습니다. 학원은 돈을 내고 학교에서 다 못한, 또는 학교에서 받는 것보다 더 밀도 있는 수업을 받는 곳으로 여기고, 스스로 하는 공부하는 힘을 키운다는 말을 동화 속 주인공들이 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쯤의 말로 치부하기도 했습니다. 참 좋은 말인데, 내 이야기는 아니다.


처음에는 답답하고 화가 났습니다. 이렇게 좋은데 왜 이해하지 못할까! 내가 학습코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건 아닐까. (제 산산조각 났던 경험은 이전 글 '학습코칭이라는 신대륙을 찾아서' https://brunch.co.kr/@neria4u2g/1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책을 읽고 논문을 뒤지고 한 해 한 해 깨지고 부딪친 끝에, 조금씩 왜 그런지 이유를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의 자기주도 학습역량은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시작되어 고학년 시기에 두드러지게 발달하고, 중고등학교로 갈수록 더욱 풍부하게 발달합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공부는 조금만 외우면 금방 아는 '척' 할 수 있습니다. 꼭 잘 하는 것처럼 보이죠. 그래서 교육에 관심이 있는 가정은 과도한 사교육과 선행으로 이 시기를 그르칩니다. 그러다 보니 자기주도 학습의 결정적인 시기인 초등 5, 6학년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흔합니다 합니다. (*, ** 학습코칭 프로그램이 방과후아카데미 고학년 아동의 자기효능감 및 자기주도학습능력에 미치는 효과, 김종운, 정보현, 2012 에서 인용된 논문들 재인용)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익히지 못한 상태에서 중학교에 올라가 내신 시험으로 혼쭐이 나는데 이 시기는 하필 사춘기와 맞물려 있습니다. 몸만 커져있고 정신은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른 취급받길 원하고 반항심이 커지죠. 부모님의 통제가 더 이상 통하지 않으니 게임 중독이나 스마트폰 중독으로 빠지기 아주 쉬운 시기입니다.  


그나마 중학교까지는 아직까지 발등에 불이 떨어지지 않은 상황이므로 조금 더 멀리 보고 자기주도 학습역량을 키울 수 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면 요즘의 입시제도 아래에서는 시험 하나하나가 목에 칼이 들어온 상황입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쌓인 잘못된 학습 습관을 바꾸기란 더욱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시기별로 학습코칭 접근법이 조금씩 다릅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차근차근 풀겠습니다. 투비 컨티뉴드.


예상 외로 글이 길어져서... 이렇게 치사하게 끊다니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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