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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보리 Oct 02. 2022

그동안 오해를 받았을 모든 시골 개들에게

고양이들의 똥 파티



마당 냥이와 살고 있다.


처음에 애옹이부터 시작해서, 그 아래, 그아래 벌써 세 번이나 새끼들이 태어났다.

 자연스레 자기들의 영역을 찾아 떠나기도 하고, 밥만 먹으러 왔다 가기도 하고, 집 근처에서 계속 살아가는 고양이들도 있다.


고양이는 키워본 적이 없고, 강아지 역시 아주 잠깐의 기간을 키웠어서 동물을 가까이하고 지내지 않아서 나에게 있는 개나 고양이에 관한 지식들은 티브이나 유튜브의 영상에서 본 것들이 다 였다.


당연히 고양이는 배변을 한 후에 흙을 덮는다고 알고 있었고, 마당에 있는 녀석들도 그렇게 뒤처리를 하는 편이어서 그런가 보다 했었다. 그 광경을 신기하게 보기도 했다. 소변도 대변도 꼭 흙을 꼼꼼하게 덮어두는 습성이 참 신기했다.


그런데, 가끔 종종 밖에 나와있는 누군가의 '똥'들이 있었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동네 개가 마당에 와서 싸고 갔나 보다 싶어 이름 없는 개를 욕했다.



올해 유난히 새끼 고양이들이 많이 태어났다. 마당에서 꼬물거리면서 왔다 갔다 하는 게 참 귀여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냄새들이 마당에서 나기 시작했다. 냄새를 따라가 보니 작은 똥들이 여기저기 있었다. 이게 무슨 일 인가 싶어 그다음부터 고양이들이 뭘 하는지 남편과 둘이 관찰했다.


맙소사, 이것들이 그냥 똥을 누고 자연스럽게 떠나는 것이 아닌가!!


여름이 되어 흙 위에 빈틈없이 잡초가 나 있었고, 다져진 땅은 파서 덮기엔 너무 딱딱했다. 그러다 보니 힘이 약한 애기 고양이들은 그냥 아무 데나 똥을 누기 시작했다. 그게 습관이 됐는지 집 마당부터 시작해서 집으로 들어오는 길, 집 뒤로 넘어가는 길 여기저기 똥밭이었다.


나도, 남편도 집에 들르는 손님들도 풀 속에 숨어있는 고양이 똥을 한 번씩 다 밟아 수돗가에서 신발을 빨아야 했고, 이건 대책이 필요한 일이었다.


마을 여기저기에 있는 똥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과연 저게 우리 집에 오는 애들의 똥인가 싶어 보이는 대로 남편과 치우고 다니는 중이다.


그러다 어젯밤 문득 그동안 시골 개 들이 고양이 때문에 많은 누명을 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니까 길가에 있는 똥이 다 개똥은 아녔을 텐데 시골에 사는 개들이 많이 오해받고 살았네. 그래서 고양이랑 사이가 더 안 좋은가 보다"

"그렇네"


남편이랑 한참을 웃으며 오해받았을 개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나에게도 욕을 먹었던 이름 없는 개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마도 그동안 보아왔던 당당한 하고 귀여운 시골 개의 걸음걸이가. 이집저집 마당을 제집 드나들듯 돌아다녔던 기억이 더 오해를 불러일으킨 게 아닌가 싶었다.




엄마 따라가는 애기고양이들




-마당 고양이 이야기 :  마당 냥이와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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