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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작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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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보리 Nov 04. 2024

무두못

- 나는 무두못 같은 사람이었을까.

 문경에 내려와 살면서 여러 가지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목공을 가르치는 일이다. 청소년 문화의 집에서 목공선생님이 없는데 수업을 해 줄 수 있냐는 질문을 받았고 고민 없이 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종종 청소년 문화의 집으로 목공수업을 나간다. 말이 목공이지 간단한 망치질만 할 수 있으면 제법 괜찮은 걸 만들 수 있다. 나무로 된 간단한 소품들을 만들고 꾸미기를 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가르친다. 재료는 삼나무나 소나무 판자로 이미 재단된 나무들과 무두못 그리고 망치가 전부다. 수업에 사용하는 무두못은 손가락 한마디 정도 되는 크기의 금색으로 된 작은 못이다. 머리가 작은 못을 무두못이라고 한다는 걸 수업을 준비하면서 알게 되었다. 망치로 몇 번 내리치면 쑥- 하고 들어가는 아주 작은 못. 그렇지만 얕보면 안 된다. 손가락 한마디 정도밖에 되지 않는 길이는 망치로 너무 세게 내리치면 금방 꼬꾸라져 휘어 버린다. 또 손으로 잡지 않고 그냥 망치질을 하면 비스듬히 박히면서 얇은 나무의 옆면을 뚫고 나온다. 그리고 나무속 옹이라도 만나는 날에는 아무리 두드려도 잘 들어가지 않아 얼마 되지 않는 크기의 머리가 망치질을 견뎌내지 못하고 엉망이 되어버린다. 그러니 이 작은 못은 아주 많이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대충 두드리면 안 되는 조금은 까다로운 못이다.  수업을 하다 보면 아이들의 성향에 따라 조심스럽게 못질을 아주 잘하는 아이들도 있고, 급한 마음에 망치로 무두못을 세게 내리치는 바람에 자꾸만 못이 휘어 빼 주러 다녀야 하는 아이들도 있다. 어떻게 망치질을 해야 하는지 여러 번 설명을 해 주면 조금씩 나아지긴 하지만 아직 서투룬 아이들의 무두못은 수시로 꼬꾸라지고, 튀어나오고 어쩌면 제멋대로이다. 조금 여러 번 상황을 거친 후에 아이들도 못에 익숙해질 즈음이면 수업이 끝나간다. 수업이 끝나면 휘어지고 다시 뽑혀 나온 무두못들이 바닥 여기저기에 굴러다닌다. 개중에는 멀쩡한 못 들도 남아있다. 그럼 바닥을 정리하면서 다음에 못이 부족할지도 모를 아이들을 위해 봉투에 모아놓는다. 



떨어져 있는 무두못을 보며 나는 무두못 같은 사람이었나 생각해 본다. 

원래 어디에 가서도 튀지 않고 조용히 적응하며 살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경에 내려와 소위 말하는 ‘시골’이라는 곳에서 생활하려다 보니 의도치 않게 나서야 하고 튀어야 하는 일도 생겼고, 만나는 사람의 숫자도 종류도 너무 많아 한번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나는 천천히 적응하고, 천천히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었는데 너무 급하게 친해지려다 보니 급하게 박는 무두못처럼 꼬꾸라지기 일쑤였다. 관계가 잘 지속되는 것 같다가도 어느 포인트에서 나무를 뚫고 나온 못처럼 틀어져 버렸다, 그럼 그 사람도 나도 상처가 남아 그 관계는 그렇게 끝이 났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었더니 이젠 시도를 하기도 조금 겁이 나서 아예 거리를 두고는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지 않으려 했다. 그렇게 망가져 버린 무두못처럼 망가진 관계가 꽤나 쌓여있어 마음이 불편한 시기가 있었다. 이제는 좀 틀어져 버린 관계였던 그 마음들이 온전히는 아니지만 이해가 간다. 구부러진 못 들은 주워서 버리고, 잘 사용하기 위해 모아둔 새 못처럼 새로운 관계를 위한 내 마음도 조심히 잘 모아두면 되겠지 싶다. 




*작은것들의 이야기는 상주에 있는 '좋아하는 서점' 매일아침 글쓰기 모임에서 쓴 짧은 입니다. 

주변의 작은것들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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