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주 Jan 11. 2019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외도의 진짜 의미 / 외도 꿈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봄날은 간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상우(유지태)가 사랑이 식어가는 은수(이영애)를 향해 한 말입니다. ‘사랑은 영원히 변하면 안 되는 것’이라 여기는 상우는 괴로움으로 어찌할 줄 모릅니다. 자신의 마음에 길게 난 상처를 보여주듯, 은수의 새 차에 길게 스크래치 내는 상우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습니다. 사랑은 영원해야 한다는 상우의 생각이 더욱 상처를 깊게 만듭니다.      


상우뿐 아니라 우리도 이런 상처 하나쯤 갖고 있지 않나요? 그래서 사랑을 잃고 헤매는 상우의 그 심정이 더 아프게 전해지는 것이죠. 그런데 이보다 더한 상처는 결혼 한 부부에게 상대의 외도를 알았을 때입니다. 외도의 아픔은 상우의 스크래치 정도가 아닙니다. 온 세상이 무너집니다.     

 

30대 중반 여성인 P는 꿈에서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고 절망감에 잠에서 깨어납니다. P는 8년 전 만난 남편을 너무나 사랑해서 3년 동안 열렬한 연애로 결혼했습니다. 연애할 때는 그렇게도 자신 전부를 사랑했던 남편이 결혼하자마자 빠르게 식어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남편은 연애할 때는 상상할 수 없었던, 자신에게 무덤덤하고 관심 없는 태도였습니다. 그런데 밖에 나가서 만나는 매력적인 여자들을 보는 눈빛은 남다름을 느끼곤 하였지요. P는 남편의 사랑이 변했다고 느꼈고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외도하는 꿈을 꿉니다.     


“남편이 친구를 사랑한다. 둘이 몰래 사랑하는 것이 보인다. 남편이 얼마나 사랑하고 좋아하는지 남편이 친구에게 말하는 목소리를 들어보면 그 사랑이 어떤지를 느낄 수가 있다.”   
  

P는 남편이 외도하는 꿈을 꾸고 마치 현실에서 일어난 일처럼 고통스러웠다고 합니다. 왜냐면 꿈에서 친구에게 말하는 남편의 목소리, 사랑이 듬뿍 담겨 있는 목소리가 너무나 생생했기 때문입니다. P에게는 이런 꿈이 악몽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주의할 것은 앞의(4회) 악몽 꿈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악몽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왜냐면 외도의 진짜 의미를 찾아내기 어려워지니까요.      


꿈은 한 편의 영화를 보고 나온 것처럼, 깊은 밤 꿈의 영사기를 통해 자신을 비춰줍니다. 자신이 주인공이고 다양한 조연들이 함께 우리의 꿈을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그 조연들도 모두 다른 사람의 가면을 쓰고 나오는 자신이라는 것입니다. 자신이 제작, 감독, 주인공인 꿈의 특징은 자신이 1인 몇 역을 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므로 꿈에 나오는 남편을 현실의 남편으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자신 안의 아니무스를 담당하는 존재, 즉 자신의 남성성입니다.     

 

꿈을 보내주는 현자는 자신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존재를 선별해서 꿈에 등장시키게 됩니다.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부부, 가족, 친구, 동료 등이 빈번하게 꿈에 나타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이런 꿈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자신이 제일 재수 없다 여기는 친구가 꿈에 나올 때, 더더욱 재수 없는 꿈을 꿨다고 여기게 되는 겁니다.


우리는 스스로 자신을 보기는 어렵지만, 타인에 대해서는 잘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라고 물어보면 바로 대답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남편은 어떤 사람입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최소 두 시간은 족히 말할 수 있을 테니까요.      


꿈에 등장인물이 나왔을 때, 그게 누구이건 제일 먼저 할 일은 그 사람에 대한 리스트를 적는 것입니다. 재수 없는 친구이든, 바람난 남편이든 모두 자신을 비춰주는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신이 보지 못하는 뒷모습을 보여주니까요.      


첫 번째로 남편과 친구의 특징에 대한 목록을 만듭니다. 이들을 통해서 자신의 거울을 보는 방법입니다. (13회에서 ‘거울 작업’으로 소개해 드렸는데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1. 남편에 대한 특징 3가지 이상 적어봅니다.

2. 주어를 ‘남편’이 아닌 ‘나’로 바꿉니다.

3. 나는 언제 이런 모습이 있는지 찾아봅니다.

이렇게 남편에 대해 적고 나면 친구에 대해서도 리스트를 만듭니다.     

 

남편과 친구의 특징적인 모습을 리스트에 적고, 그 모습을 ‘나’로 바꾸기만 하면 볼 수 있습니다. 남편과 친구의 특징적인 모습이 사실은 자신이라는 것을. 그것이 처음엔 충격적이라 바로 자신을 직면하지 못하더라도 점차 서서히 인지할 수 있을 겁니다.      


꿈은 남편을 통해 보여주는 자신의 남성성이, 진짜 좋아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즉 남편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의 모습인 거죠. 그 모습은 친구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자신은 그런 매력적인 모습이 아니라고 여기니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꿈에 나오는 친구의 특징은 여성스럽고 여전히 20대처럼 아름다우며, 능력 있고 매력 넘치는 친구라고 합니다. 이 특징을 ‘친구’가 아닌 ‘나’로 바꾸면, 

‘나는 여성스럽고 여전히 20대처럼 아름답다’ 

‘나는 능력 있고 매력이 넘친다’


이런 모습을 자신에게 보기보다는 친구를 통해서 보고 있습니다. 사실은 자신 안에 그 모습이 있는 건데요. 처음에 P는 이런 모습이 자기에게도 있다는 것에 완강히 거부했습니다. 오히려 자신은 반대로 여기고 있었으니까요. 못나고 뚱뚱하고 능력도 매력도 없다고 말입니다.


‘거울 작업’의 세 번째, ‘언제 이런 모습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P는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생각해보니 결혼 전 남편과 연애할 때는 그런 모습이었어요.”라며 나지막이 대답했습니다. 사실 자신도 아름다웠고 매력 있어서 여러 남자에게 구애를 받았으니까요. 그런 P가 결혼하더니 자신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오로지 남편의 사랑에만 집착하다 보니 남편의 사랑이 식어가는 이유를 ‘매력이 없어서’라 여겼던 것입니다. 나이도 들고, 아이를 낳고 살도 쪘으며, 아이 키우며 집에만 있으니 자신 스스로 아줌마로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P는 스스로에 대해 결혼 전 아름답고 매력 있을 때의 자신은 사랑하겠지만, 아기 낳고 못나게 변해버린 자신은 사랑할 수 없겠다는 태도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지금 P 스스로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하고 있던 이유였습니다. 여자는 아름답고 게다가 능력까지 있어야 한다는 높은 기준을 갖고서요. 게다가 P가 진짜 잃어버린 것이 있습니다. 자신의 겉모습에 집착해서, 진짜 자신이 갖고 있던 내면의 매력을 잃어버렸습니다. 그것은 P가 진짜 매력 없는 존재로 가고 있었고, 남편은 그런 P에게 점차 관심과 매력을 잃어가게 됩니다. 남편의 사랑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P의 불안은 남편에게 더 집착하게 되는 악순환으로 향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남편을 향한 절규는 사실은 자신을 향해 따져야 할 말이었습니다. 자신에 대한 사랑이 변한 것은 남편이 아닌 자신이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만약 배우자가 외도하는 꿈을 꿨다고 한다면요. 깨고 나서 배우자가 실제 그 여자 혹은 그 남자와 사랑에 빠졌는지 살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닐 수도 있겠지만 실제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경우는 현실에서 전혀 몰랐던 남편의 외도를 꿈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외도의 대상도 꿈에 나왔습니다. 현실에서는 전혀 알 수 없었던 존재였습니다. 결국, 그로부터 얼마 후 현실에서 남편의 외도가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간혹 꿈은 현실에서 전혀 모르고 있는 사실을 알려주기도 한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으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세월이 흘러도 우리는 여전히 어릴 적 집에 살고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