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했습니다.
백수 생활이 길어질 거라 생각하고 브런치에 <고군분투 백수탈출기>라는 거창한 이름까지 지었는데, 생각보다 취업이 빨리 되어버렸다. 결과적으로 지난 면접의 촉이 맞았고 나비꿈도 길몽이 맞았나 보다. 가장 관심이 가던 쪽의 회사로 최종 입사하게 됐다.
부재중 전화가 하나 찍혀있었다. 02로 시작하는 번호. 설마?
전화를 걸려던 차에 도착해 있는 문자도 발견해 버렸다.
"헐 !"
나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고, 기분 좋은 합격소식을 들었다.
"예-스!"
드라마 <미생>에서 활기찬 예스를 외치는 장그래가 된 기분이다.
면접 소식을 궁금해할 가족과 애인에게 이 사실을 전달할 생각에 신이 났다. 동시에 다시 돈 벌러 나간다니까 괜히 플렉스도 하고 싶어 진다. (하진 않았, 못했다.)
사실 면접 때 만약 일하게 되면 언제부터 출근할 수 있냐는 질문이 있었다. 나는 어차피 놀고 있으니 "라잇 나우"라고 답했다. (물론 영어를 쓴 건 아니다.)
그래서였을까. 진짜 라잇나우가 되어버렸다. 거의 곧바로 회사에 입사하게 됐다. 주말에 출근용 (전투용) 구두도 부랴부랴 장만하고, 입을 코디도 세팅해 놓고 야무지게 가방도 쌌다. 오래간만에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인간이란 무릇 간사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하고 싶다고, 이러다 독거노인 되는 거 아니냐고 징징거렸는데, 막상 이렇게 빨리 회사로 가게 되니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다. 백수였던 두 달을 나름대로 알차게 쓴 것 같지만, 솔직히 두 달보다는 더 걸릴 줄 알았다. 그래서 뭐 멀리 해외여행이라도 한 번 다녀오게 될 줄 알았는데... 쩝.
인생에서 또 한 번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일렁이고 있다.
이제 매일 아침 6시 반에 일어나야 한다는 새로운 미션이 생겼다.
으 - 악!
눈앞이 캄캄하지만,
어쩐지 입꼬리는 환하게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