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분투 백수 탈출기3
나는 성격이 좀 급하다. 그래서 백수가 된 지 (겨우) 1달 반 정도 지났는데 조금씩 마음이 옥죄여 오는 게 느껴진다. 주변인들은 막상 다시 직장인이 되면 지금이 사무치게 그리워질 거라고. 그러니 (누군가에게는 부러운) 작금의 백수 시간을 누리라고 한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안다.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나는 그나마 운이 좀 좋아서 막말로 내 한 몸 건사할 수입만 있으면 그만이다. 나에게 있어 돈 보다 더 큰 문제는 돈 보다 '가려움증'이다. 몸이 근질근질해 미치겠다. 아주 오버스럽고 경솔한 말이겠지만 어서 사람들 사이에 치여 스트레스를 좀 받고 싶다.
뭔 개소리인가. 안다. 개소리 맞다. 동시에 사람은, 아니 나는 이렇게 간사하다. 이러다 직장에 다니면 또 아침에 일어나는 게 괴로워 현타를 맞이하겠지.
가려움증은 운동으로도 채워지지 않는다. 소일거리를 하자니 그러면 실업급여를 못 받는다. shit!
이렇거나 저렇거나 어쨌든 열심히 구직활동을 하는 중인데 생각만큼 쉽지 않다. 무엇보다 지원한 곳이 없다. 물론 회사 자체가 없는 건 아닐 거다. 회사는 많은데 '내가' 지원할 곳이 없다. 어쩌면 내가 정확히 뭘 하고 싶어 하는지, 뭘 하면 좋을지에 대한 결론이 여전히 안 서서 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나름의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그나마 나의 장점이라면 유쾌함일지도 모르겠다. 문득 최악을 상상해 보다가 뜻밖의 웃음이 나왔다. 앞으로 100세 시대라는데 나는 이대로 취업을 못하고 독거노인이 되어서 고독사 하는 건 아닌지. 그런 절망적인 상황을 상상하다 보니 황당하게도 뭘 해야 할지 감이 섰다.
멍 때리며 부정적인 생각이 나를 잠식하기 전에, 뭐라도 다시 해보기로. 최근 인상 깊게 본 미드의 명대사가 떠올랐다.
Never Too late to start over.
다시 시작하기에 결코 늦은 건 없다.
그리고 우리의,
매 순간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