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도 되는 타이밍
요즘 하루키 책을 도장 깨기 하듯 읽고 있는데 그의 책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댄스 댄스 댄스>에는 '넌 나랑 자야 해'라는 서로가 뭔가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드는 관계가 있다고 하면서, 만약 그녀가 나와 자야 했다면 그녀에게 "넌 나와 자야 해"라고 말하며 잤을 것이라고 했다. 하루키 소설에는 그런 여자도 등장하고, 그렇지 않은 여자도 등장한다.
내 인생에는? 없었다. 나는 얘랑 자야겠다고 생각한 남자도 없었고, 상대가 나를 그렇게 생각했던 남자도 없었던 것 같다. 그냥 "얘랑 자고 싶다", "얘랑 잘 수 있겠다"와는 다르다.
현대의 이상하게 개방적인 성문화 때문에 마치 여자와 자는 것을 훈장처럼 말하는 남자들이 있다. 내 주변에도 있었고. 그런데 나에게 그들은 그냥 성숙하지 못한 남자들일뿐이다. 나는 내 남자친구가 예전에 누구와 뭘 했든 상관이 없다. 성병만 없으면 된다. 그리고 물론 사람들은 한 번쯤은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여자와 한 번도 안 자본 남자는 하남자니까 한 번 하자'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누구든. 그런데 어느 정도 크면 자신의 행동이 자신과 상대방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고려해봐야 한다. 우연히 알게 된 나보다 7살이 많은 남자는 자신의 연애경험을 이야기해 주며 마지막에 "그런데 너무 많이 사귀는 것도 안 좋은 것 같아."라고 말했다. 어쨌든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고, 시간을 공유하는 사이에 뭔가가 쌓이고, 갑자기 바람이 휙 불어 모든 것을 휩쓸어 가고 텅 빈 공간만 남기기도 한다. 그 새 조금씩 닳아간다. 내가 상처를 주는 것만 문제가 아니라 나도 상처를 받는다. 그래서 확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확신을 해도 나중에 후회하는 마당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