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부터 미국 텍사스 주 주립대학 중 하나인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Computer Science 석사 과정(Master of computer science online, MSCSO) 을 시작한다. 지난 7월 TOEFL 학원 등록을 시작으로 5개월간 영어 공부와 자소서 및 이력서 작성, 그리고 긴 기다림 끝에 마침내 합격 소식을 전달받았다. 대학원 진학은 지난 10년간 내 소원이었고 UT Austin은 컴퓨터 공학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곳이기에 더욱 기뻤다. 대학원을 준비하거나 고민 중인 IT업계 직장인들께 조금이나마 정보를 제공하고, 나 스스로의 기록으로 삼기 위해 이 글을 작성한다.
랜선 석사의 길
직장인의 대학원 선택지는 회사에서 보내주는 경우를 제외하고 크게 2가지, 온라인 과정 또는 오프라인 과정이다. 코로나 시기를 보내며 국내에서도 온라인 수업으로 석사 학위를 받을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됐으며 미국에서는 그 이전부터 온라인 석사 학위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온라인 석사는 국내든 해외든 연구보다는 Coursework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교수님과 대면하여 지도 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신 녹화 강의가 제공되고 재택 수강이 가능하므로 오프라인 대비 시간 유연성이 높다. 따라서 가정과 직장이 있는 나에겐 더 매력적인 솔루션이었다. 학위 역시 오프라인과 차별 없이 동일하다. 다만, 성적 증명서 등에서 구분이 가능하다.
미국 프로그램을 선택한 이유
나는 올해 온라인 석사 프로그램 두 군데에 합격했다. 한양대학교 인공지능융합 대학원과 MSCSO. 두 프로그램의 중요 자격 요건과 학비는 아래와 같다.
*한양대 인공지능 융합 대학원*
- 자격: 학부 전공/학점 제한 없음
- 전형: 서류(자기소개 및 진학 동기, 연구 계획 등) → 면접(CS 기초 수학과 전공 지식에 대한 질문)
- 학비: 졸업까지 3,500만 원 이상 필요(학기당 약 800만 원)
※ 이 과정은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과정으로 주말에는 on-campus 수업도 있다.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온라인 CS 석사과정*
- 자격:
1) 전공: 컴퓨터 공학 또는 관련 전공자. 혹은 그에 준하는 교육을 받은 자
2) 학점: 3.0 이상/4.0(3.38/4.5)
3) 영어 성적: 토플 79점 이상
- 전형: 서류 100%
1) 추천서(최대 3부, 선택): 교수님 또는 직장 동료 추천서
2) SOP(선택): 지원 동기 등을 담은 에세이
3) 이력서: 필드 경력/성과
- 학비: 졸업까지 약 1,300만 원(과목당 1,000$)
지원 자격과 필요 서류에서 느껴지듯 한국과 미국의 온라인 석사 과정은 진입 장벽과 학비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양쪽 모두 직장인 경력 개발 및 전문성 강화가 목적이나 국내 특수대학원(야간, 온라인 등)의 높은 학비는 가계 지출에 큰 부담이 되는 수준이다. 학문의 장이라기 보다 네트워킹 목적이 더 크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이마저도 온라인의 경우 그 혜택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 온라인 석사 과정은 학문 수양이라는 본래 목적에 조금 더 부합한다. 오프라인과 동등 수준의 입학/졸업 조건을 요구하며, 학비는 국내 대비 1/3 수준이다. 또한 온라인 CS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학교들은 세계적 수준의 명문대들이다. 영어에 대한 부담감을 이겨낼 수 있다면 기왕 온라인으로 하는 거 해외 대학에 도전하는 것이 내겐 더 나은 선택지였다.
The Universitry of Texas at Austin을 선택한 이유
온라인 CS 석사 과정을 제공하는 미국 대학원은 여러 군데지만 그중 가장 유명한 3개를 뽑으라면 Gergia Tech(GT),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UT Austin), University of Illinois-Urbana-Champain(UIUC) 일 것이다. 모두 미국 CS 대학원 톱10 안에 드는 명문대이며 훌륭한 교수진과 커리큘럼을 보유하고 있다. U.S.NewS에서 제공하는 미국 CS 대학원 랭킹에 따르면 '23년 12월 기준 UIUC는 5위, UT Austin과 Gergia Tech은 공동 8위에 위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 대학원 진학을 위해서는 GRE 점수가 필수나, 온라인 과정의 경우 대부분 제출 의무가 없다. 대신 영어 점수는 반드시 필요한데 GT의 경우 TOEFL 총점 100점, UT Autin은 79점, UIUC는 speaking 영역 24점 이상을 요구한다. Reddit 등 관련 커뮤니티의 정보와 여론을 종합해 보면 TOEFL 95+ 정도를 확보하면 영어로 발목 잡힐 일은 없어 보인다. (참고로 토플은 120점 만점이며, 100점은 웬만한 명문대는 무리없이 지원 가능한 고득점이다.)
내 경우 UT Austin을 지원한 이유는 치열한 전략적 사고의 결과..는 아니고 TOEFL 점수가 나온 9월에 지원 가능한 학교가 UT Austin밖에 없어서였다. 사실 온라인 CS 과정을 가장 먼저 시작했고, 가장 큰 커뮤니티와 리소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가장 유명하기도 한 과정은 GT가 제공하는 OMSCS다. 나 역시 GT를 목표로 했으나 한 학기라도 더 빨리 시작하고 싶은 마음, 경쟁률이 UT Austin이 더 높다는 점 등을 감안하여 지원했다.
OMSCS of Gergia Tech vs MSCSO of UT Austin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온라인상에서도 논쟁이 있는데, 개인적으론 두 학교 모두 충분히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다만 GT가 2013년부터 온라인 과정을 운영한 것 대비 UT Austin은 19년부터 제공했기에 학교 측의 노하우, 관련 커뮤니티 규모 및 리소스 측면에서는 GT 인프라가 낫다. 합격률은 GT가 74%¹ 이상인 것 대비 UT Austin은 30%² 정도이다. 이는 GT가 2019년부터 최소 자격 요건 충족 시 대부분 합격시키는 정책을 적용한 것 대비, UT Austin은 CS 석사 수준 교육을 받을 준비가 돼 있는지를 훨씬 까다롭게 보기 때문이다. UT Austin 입학 커미티는 심사 과정에서 학부 전공, 수강 과목(특히 수학)과 학점을 매우 중요하게 본다. 나는 이 부분에서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3.35/4.0) 추천서, SOP 작성에 만전을 기했다.
바야흐로 대 AI 시대. 대학을 포함한 전 세계 교육 기관들은 폭발적인 AI 인재 수요에 발맞춰 인공 지능, 머신러닝 관련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대학이 아니더라도 Coursera, edX, K-MOOC 등의 Massive Open Online Courses (MOOCs) 플랫폼에서 세계 최고 수준 교육 콘텐츠가 무료로 제공된다. 앞으로 마주할 세상에선 AI라는 도구를 이해하고, 폭넓게 활용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양과 질 모두에서 압도할 것이다. 인생은 길다. 비록 일과 병행하는 공부로 심신이 힘들지라도, 긴 인생 2~3년 투자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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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GT OMSCS 합격률은 아래 링크 참조
- '21년 자료이며 reddit 등 community 내용음 참고하면 최근 이보다 더 높아진 것으로 추정
- https://www.forbes.com/sites/michaeltnietzel/2021/07/01/georgia-techs-online-ms-in-computer-science-continues-to-thrive-what-that-could-mean-for-the-future-of-moocs/?sh=204f4387a277
2) UT Austin에서 제공하는 공식 통계 자료는 아래와 같음
Spring/Fall 2023 합격률은 30.5%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