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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미석 Apr 13. 2017

[프롤로그] 다시 찾은 섬.

입국 심사 하이파이브!

 휴, esta를 받을 때부터 우여곡절이더니 호놀룰루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받으면서 정말 엄한 실수를 저질러버렸다. 

호놀룰루 국제공항에 도착!

 자그마치 13년 만에 찾는 미국이고 그 사이에 911 테러라는 어마어마한 사건이 있었고 10년이면 강산도 변하고 등등 핑계를 갖다 붙여보지만 그럴수록 구차해지기만 할 뿐...... 자자 그렇다. 호놀룰루 공항 입국 심사장에는 수십 대의 기계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다른 비자를 갖고 있는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공항 관계자들은 esta를 갖고 있는 사람을 쭉쭉 기계 앞으로 보냈다. 열 손가락의 지문을 꾹꾹 눌러 찍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사진도 찍었다. 그걸로 끝인 줄 알았는데 그래, 미국 입국 심사가 그렇게 만만할 리가 없지. 다시 한번 사람이 입국 심사를 했다.
 "너 미국엔 뭐 하러 왔어?"
 "여행 왔어요."
 "미국 처음이야?"
 "두 번 째인데요?"
 "얼마나 있다 갈 거야?"
 "6박 하고 갈 거예요."
 꽤나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질의응답이 오갔다. 내 입국 심사를 담당한 사람은 100% 하와이 원주민의 피를 갖고 있다고는 확신하지 못하겠지만 동양인인 나와 꽤 비슷한 이목구비에 건강한 갈색 피부를 갖고 있는 푸근해 보이는 아저씨. 괜히 마음이 들떴다. 미국 입국 심사라고 해서 엄청 긴장했는데 영어도 술술 나오고. 몇 개의 질문 끝에 아저씨가 다섯 손가락을 쫙 편채로 내게 내밀었다. 그리고 난 자연스럽게 하. 이. 파. 이. 브!
 엄청나게 큰 소리로 웃고 싶은 걸 참아가며 끅끅 소리를 내며 웃는 아저씨. 빨갛게 달아오르는 나의 두 볼. 아아 그래. 쥐구멍이 있으면 숨고 싶었던 그 순간. 그게 아니라며 몸을 쭉 빼 내 오른쪽 초록으로 깜빡이는 LED 램프를 가리키는 아저씨. 열 손가락의 지문을 다시 찍으라는 제스처였다. 이미 열 손가락의 지문을 찍었으니 다시 찍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하와이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다 가!"
 네 감사합니다. 이렇게 창피했는데 즐겁지 못하면 억울할 것 같아요.

 그렇게 13년 만에 난 다시 하와이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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