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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꼰대 Jun 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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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은 늘 빠르게 다가온다.


2022년 11월 23일.


어느 때와 다름없이 회사에 출근했고 점심엔 알탕을 먹었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긴 했지만

별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날,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생각조차 못했다.



그즈음, 나는 개인적인 재미를 준비하고 있었다.

'너는 솔로'라는 이름으로 친한 동생들을 서로 엮어줄 겸,

겨울바다로의 여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짝이 없고 서로 알지 못하는,

그러면서 내가 친하게 지내는 동생들로 구성을 하였고

날짜도 크리스마스이브에 동해 바닷가에서 1박 2일로 진행할 생각이었다.


나름대로 주변에서 하고 싶다고 신청한 동생들도 더러 있었고

나는 동해에 위치한 펜션 중 교통이나 인테리어 등을 고려해 3~4가지 정도 후보군에서 조율 중이었다.


거기에 업무 상으로는 2023년 사업 계획을 일부 맡아 준비하던 게 있었고

새해부터는 법인을 하나 차려 개별적인 활동을 병행할 계획을 세우느라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많이 바쁜 시기였다.


바쁜 시기인 만큼 스트레스도 더 크게 다가왔고

머릿속엔 이런저런 생각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그러다가 밤 9시 반쯤 일을 마무리하고 퇴근을 하였는데

그날따라 늦가을 찬바람이 제법 따스하게 느껴졌다.


집에 와서 법인용으로 쓸 도메인을 여러 개 구매하였고 법인 설립 절차 등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샤워를 한 뒤, 침대에 엎드려 유튜브 쇼츠를 보며 잘 준비를 하였고 

그즈음이 아마 밤 11시 반쯤 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엎드려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던 내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갑자기 가슴이 쪼개지는 느낌이 들더니 뭔가 푹 뱉어내는 느낌이었다.


정확히는 큰 도끼로 가슴을 안쪽에서부터 박살내고 그 부서진 날것들이 입으로 쏟아져나오는 느낌이었다.



입으로 알을 낳아본 적은 없지만 딱 이런 느낌이었다.



마치 드래곤볼에 나오는 피콜로가 알을 뱉어내는 느낌 같았다.


몸 안의 모든 기운이 입 밖으로 튕겨져 나오듯 맹맹하였고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몸을 벗어나 내 방안에 들어앉았다.


가슴에서 시작한 통증은 머리로 가더니 웅웅 울리기 시작했고

턱 밑 부분이 몽키스패너로 조이듯 아프기 시작했다.


20분 간 나를 때리던 불쾌함은,

시간이 지나자 잠잠해지긴 했지만 나를 계속 괴롭혔다.

삶을 지탱하던 줄이 팽- 하고 끊어진 느낌이었다.


뭔가 심상찮은 일은 확실한 듯하여

일단 회사 동료들에게 알려 혹시나 내가 내일 연락이 되지 않으면 신고해 달라는 말과 함께주소를 남겨두었다.


다음날 이후로 미팅을 가져야 하는 사람들에 대해 같은 부서 직원에게 인수인계를 하고 나선 머리에 직감적으로 드는 생각이 있었다.


아, 이러다 죽는다.


이런저런 경험들을 많이 해봤고 

고혈압을 앓은 지 십 년이라, 여러 심혈관 질환의 전조증상에 대해서도 공부해 놓았다.

그런데 이건 듣도 보도 못한 처음 겪는 고통이었다.


처음엔 심근경색인가 하였는데 미묘하게 달랐다.

하지만 분명한 건 3시간 안에는 응급실을 가야 한다는 두려움이었다.


다만 여기서 응급실을 가지 않으면,

이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서른에 맞은,


생각보다 빠른 선택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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