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나라를 쳐 조나라를 구하다.
위위구조(圍魏救趙)는 ‘위를 포위하여 조를 구한다’는 의미로 삼십육계 중 제2계에 해당한다. 상대의 주력 부대가 집중된 곳을 직접 공격하기보다는, 그들의 본거지나 약한 고리를 치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승리를 도모하는 계책이다.
이 책략은 전국시대(戰國時代)의 손빈(孫臏)과 방연(龐涓)의 일화에서 유래되었다. 기원전 354년, 위나라(魏)는 군대를 보내 조나라(趙)를 공격하였고, 수도 한단(邯鄲)이 포위되어 위기에 처했다. 이에 조나라는 제나라(齊)에 긴급히 구원을 요청한다. 제나라는 위나라가 강성해지길 원하지 않았기에 즉각 장군 전기(田忌)를 보낸다. 전기는 즉각 대군을 이끌고 한단으로 진격하려했는데 그의 참모였던 손빈은 직접 조나라로 가서 싸우는 대신, 위나라의 수도인 대량(大梁)을 치는 우회 전략을 제안했다.
손빈의 전략은 단순하면서도 치밀했다. 조나라를 직접 구하려면 위나라의 강력한 주력군을 상대해야 하지만, 위나라 본거지를 치면 위군은 조나라를 포기하고 퇴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나라 군대는 대량으로 진격했고, 위군은 예상대로 수도 방어를 위해 한단 포위를 풀고 철수했다. 철수하던 위군은 돌아가던 길목인 계릉에서 제나라 군대의 매복에 걸려 참패를 당했다. 손빈의 계략은 상대의 약점을 겨냥한 우회 전략의 정수를 보여준다.
위위구조는 상대방의 전략적 요충지나 약한 지점을 공략하여 본래 목표를 달성하는 우회적 접근을 강조한다. 위나라와 조나라의 사례 외에도 이 계책은 여러 전쟁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었다. 예를 들어, 삼국지에서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서주를 성공적으로 공략하고 있던 조조가 근거지인 복양을 여포에게 탈취당하며 도겸의 포위가 풀렸고(여포는 이때의 일로 '내가 유비를 살려주지 않았느냐'고 유비에게 주장한다.) 한국전쟁에서도 인천상륙작전 이후 낙동강 전선의 포위가 일순간에 풀린 일이 있다. 이후 스타크래프트 리그에서 보이는 '드라쉽'도 이러한 위위고조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은 직접적인 충돌 대신, 적의 약점을 치고 압박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도출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오늘날 비즈니스 환경에서도 위위구조는 효과적으로 적용된다. 특히 기업 간 경쟁에서 직접적인 가격 경쟁이나 시장 점유율 전쟁을 피하고, 우회적인 전략으로 경쟁사를 견제하거나 시장을 확보하는 방식이 이에 해당한다.
A사는 커피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고 있지만, 경쟁사 B사는 지역 특화 커피 브랜드로 빠르게 성장하며 A사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했다. 이에 A사는 B사와 정면으로 경쟁하는 대신, B사가 약점을 가진 새로운 시장, 즉 고급 디저트와 소형 커피 머신 시장으로 진출을 시도했다. A사는 기존 커피 매장에 디저트 코너를 강화하고, 소형 머신을 통한 가정용 커피 시장에서 B사를 압박했다.
결과적으로 B사는 주력 사업에 집중하느라 새로운 시장에 대응하지 못했고, 소비자들은 A사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환영했다. A사는 B사를 직접 공격하지 않고도 시장에서 주도권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위위구조의 핵심 전략인 '적의 본거지나 약한 고리를 공략하는 방식'이 현대 경영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밖에도 IT 솔루션 시장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스타트업 C사는 IT 솔루션 시장에서 대기업 D사와의 경쟁이 어려웠다. 이미 D사는 다년 간의 시장 장악을 통해 캐시카우가 튼튼했고 스타트업인 C사로서는 견고한 D사의 점유율을 가져오기 힘들었다. 그런데 D사가 공공기관과 대형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업에 주력하는 동안, C사는 중소기업 전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했다. D사에서는 굳이 중소기업 시장까지 노리지 않았음을 주목하여 중소기업에 특화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한편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삼고, 사용이 간편한 인터페이스와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강조하며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결과적으로 C사는 대기업 D사와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면서도 중소기업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확보했다. 그리고 C사는 현재 업계에서 모두 이름을 아는 회사가 되었다.
위위구조는 정면 대결로 인한 자원 낭비를 방지하고, 상대방의 취약점을 공략함으로써 효율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를 성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1. 상대의 약점 분석: 상대의 취약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는 철저한 시장 조사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가능하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적을 모르고 나도 모르는데 전쟁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2. 자신의 강점 극대화: 우회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내부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3. 장기적 관점: 위위구조는 즉각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대를 견제하고 점진적으로 성과를 도모하는 전략이다. 적의 약점을 공격하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준비는 하루이틀에 끝나는 일이 아니다.
4. 유연한 사고: 기존의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우회적인 사고와 실행력을 요구한다. 캔버스 밖을 볼 때 비로소 그릴 수 있는 그림이 바로 위위구조이다. 이는 경영진의 창의성과 결단력이 중요한 이유다.
위위구조는 단순히 상대를 피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상대의 의도를 간파하고 이를 역이용하는 고도의 전략이다. 어찌보면 상대의 강점이 강할수록, 그리고 그 절묘한 약점을 잘 찾을수록 효과는 극대화될 수 밖에 없다. 마치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유도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만약 유도를 하며 심기일전하듯 비즈니스 상황에서도 경쟁의 본질을 꿰뚫고, 이를 우회적으로 풀어나가는 사고방식을 견지한다면 결정적인 순간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