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s are everyday 6
갈수록 짙어지는 검은색 안에서 한 번만 흉터를 만들기만 하면 다시 아물지 못하게 만들 수 있는데 그 한 번의 기회를 주지 않는 너에게 내가 무언가를 바랄 수 있는 기회조차 있을까
어둠에 잠식하는 건 정말 한순간이다. “아차!”라고 말할 타이밍도 없이 빛보다 빠르게 어둠에 스며든다. 그런 공간에 있으면 너무 절대적이라 느껴서 두려움조차도 없고 체념이라는 감정도 안 생기는 ‘무(無)’의 상태로 있게 된다. 그냥 그런 어둠에서 모든 감정을 뺏긴 채로 제자리를 떠돌아다니고 있다. 더 이상 아무 말도 안 나온다.
그런 어둠 안에서 흰 흉터 모습의 갈라지는 현상이 나면 나에게 없어졌던 감정이 다시 생겨날까? 일단 어둠밖에 없던 공간에서 갈라지는 선들이 보였고 선이 깨지면서 얇지만 긴 빛이 들어오는 순간 내가 이 곳에 오기 전의 기억들이 하나씩 기억나고 있었다. 선명하진 않았지만 조금씩 빛과 함께 내가 이 곳에 왔던 이유와 원인들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전에 계속해서 내 마음에 거슬렸던 부분은 누가 이 틈을 열었냐는 것이다. 그 틈을 바라보고 있자니 빛이 말도 안 되게 눈이 부셔서 등과 시선을 돌리게 된다. 그렇지만 누군가 그 틈을 파고들어 이 안에 들어온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잊혀지고 있던 기억이 어떠한 향기를 통해 먼저 방문했다.
어딘가 맡아본 향기였지만 흔한 향은 아니었다. 분명 이 향을 맡고 무언가 떠오를 것 같긴 한데 정확이 무엇인지 모르는 어딘가 저편에서 머뭇거리며 쭈뼛대는 기억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확신이 드는 건 내가 기다리던 향기라는 것이다. 사실 이 향기를 처음 맡으려면 가까이 있거나 껴앉지 않으면 못 맡을 수도 있는 향이다. 지금은 번외로 그런 기억이 코끝을 간지럽히기 때문에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검기만 한 공간에서 틈을 깨고 나타난 너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건 내가 생각했을 때 네가 외롭기 때문에 내가 지금 이렇게 외롭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아서이다. 너는 전혀 외로운 기색도 없는 몸동작과 걸음걸이로 나에게 인사를 건넸고 나는 오히려 더 외로워진 표정을 전부 숨기지 못하고 말을 더듬으며 인사를 했다. 누가 이기고 지고 하는 승패를 따지는 경기는 아니었지만 쓰라린 무승부를 한 기분이었다. 이런 차원의 틈이 계속해서 갈라지며 너는 나타났고 나는 반복되는 감정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이 공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상황이 벌어지는 걸 보고 받아들이는 것 밖에 없다. 나의 꿈에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었다. 그저 네가 하는 행동을 받아들이는 것 밖에 없었다. 너의 꿈이 나의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눈을 뜨면 나의 꿈이 너의 현실이 될까 봐 더욱더 불안해져만 갈 뿐이었다. 현실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결국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