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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morebi Mar 30. 2021

Tokyo

Dreams are everyday 7


 도쿄에서 생활하기로 정했다. 그것도 일주일 후에.


 딱히 급한 일은 없었는데 다시 다른 생각이 들기 전에 일단 가보고 보자는 마음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쿄로 가고 싶었다. 그나마 다른 나라보다 금방 적응을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도쿄에 친구들이 몇 명 있어서 마냥 막막하다는 생각이 가장 덜 한 곳이라 정했다. 게다가 도쿄에 직장을 바로 구할 것 같았다. 친구의 제안으로 회사에 들어갈 것 같았다. 비자 문제도 걱정 없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새롭게 하고 싶은 일들이 생각났다. 마음에 드는 노래도 술술 만들어질 것만 같았고 브이로그도 찍고 싶어 졌고 도쿄에서 가고 싶은 곳도 점점 생겼다. 어린애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을 잠시 눌러두고 먼저 이 소식을 부모님에게 말을 했지만 역시나 탐탁지 않아하셨다. 하지만 나에겐 시간이 얼마 없는 관계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빨리 이해를 시키고 떠날 준비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많은 말들이 침묵했고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로 하루하루가 바빴다. 일주일 동안 여기서 인터넷으로 비행기 티켓과 집부터 우선 구하고 간단히 필요한 짐들을 간단히 챙겼다. 지금은 봄이니까 여름용 옷들만 챙기고 그 후는 도쿄에서 구하기로 했다. 도쿄로 가기 전 밤마다 이상한 꿈들을 꿨다. 한 번은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 찾아갔는데 학교가 많이 더러웠다. 손을 씻으러 3층 화장실에 갔는데 변기마다 각종 쓰레기와 분비물들이 묻어있었고 곳곳에 벌레들이 기어 다녔다 나는 차마 손을 씻지 못하고 나왔다. 복도 한편에 사람들이 모여있길래 가보니 교실 안에서 누군가 김치볶음밥을 볶아 먹는 정말 기승전결 없는 누가 봐도 꿈일듯한 꿈이었다. 그 순간 나는 꿈속에서 이건 꿈이라고 생각해서 깨버렸다. 도쿄에 가기 하루 전날의 꿈이었다. 나는 일어나서 문자로 여기서 고마웠던 친구들에게 내일 유학을 가기로 했다고 말했고 결국 저녁에 잠깐 만나기로 했다. 일어나서 배가 고파서 마트에 들렀는데 마트 한 직원분이 일한 지 얼마 안돼 보였다. 물품을 진열하는 모습부터 계산대에서 허둥지둥하는 게 평화로운 아침을 괜히 분주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사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무료했던 일상이 갑자기 바빠졌다. 도쿄로 가서 당장은 뭘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갑작스럽게 결정을 하고 나니 지금 당장은 바빠진 한마디로 도피성 출국이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밥을 먹고 옷들을 챙겼다. 지금 보니 스트라이프 옷들이 많다고 느꼈다. 다양한 색상과 패턴들이지만 결국은 스트라이프였다. 굳이 다 챙길 필요는 없어 보여서 너무 스타일이 겹치지 않게 캐리어에 담았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드디어 디데이가 됐다. 기분은 설렜다. 여기보다 더 불편하고 고된 생활이 될 거란 생각과 동시에 하루하루 지루하진 않을 거란 생각을 하니 평소에 마시는 공기마저 다르게 느껴졌다.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안부인사를 하고 비행기에 탔다. 생각보다 금방 도착했다. 도쿄에 도착하니 시간은 오후 4시쯤 됐다. 배가 고파 우선 며칠 지내기로 한 숙소에 짐을 두고 근처에 보이는 술집인지 식당인지 잘 모르겠는 가게로 들어갔다. 먹을 건 파는 것 같았다. 신기하게도 가게 마스터가 한국분이었다.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으로 어디서 많이 본듯한 스타일과 외모로 알게 모르게 친근감이 느껴졌다. 핸드폰은 개통을 아직 안 해서 직원에게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묻고 밖에 나와 가족들에게 잘 도착했다고 연락을 했다. 이 곳은 한국이랑 그렇게 멀지도 않지만 조금은 일찍 어두워지려고 한다. 내가 지금 도쿄에 와서 밥을 먹고 있다는 게 꿈만 같았다. 그리고 한동안은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과거보다 미래가 궁금해져 갔다. 그동안 했던 여행과는 조금 다르다. 어쩌면 나는 앞으로도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여행처럼 다시 집으로 돌아갈 일도 없다. 이제 배가 극도로 고파졌다. 도쿄의 어딘가 도심 소음과 가끔씩 맡아지는 음식 냄새와 무언가 바뀌고 있는 내 미래가 주변의 공기를 바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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