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전철 안,
운 좋게도 내 앞에 딱 빈자리가 생겼다.
기쁜 마음으로 앉아 잠시 꾸벅꾸벅...
얼마나 지났을까?
톤을 한껏 높인 말소리에 눈을 뜨니,
내 양옆으로 여(고생으로 보이는)학생
두 명이 앉아 있었다.
서로 친구인 듯 나를 사이에 두고
깔깔 호호 이야기를 나눈다.
자리를 옮겨 줘야겠구나, 생각하고
우물쭈물 타이밍을 보던 중
오른쪽 학생 옆에 빈자리가 하나 더 생겼다.
음, 그쪽으로 옮기겠군.
마음을 놓고 다시 눈을 감으려는데...
대체 왜?
나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걸까?
몸도 피곤한데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입은 꽉 다문 채 일자가 되고,
다리에는 괜히 힘이 들어간다.
결국 그 두 학생은
끝까지 나를 사이에 두고
저희들끼리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리고 내가 내릴 종점 가까이 다 와서야...
총총총 둘이 함께 내렸다.
힘을 줬던 다리는 뻐근해졌고,
몸은 왠지 더 피곤해진 느낌이었다.
쓸데없는 오기... 부끄럽다.
진작 비켜 주고 잠이나 더 잘걸.
종점에 내려
몸도 마음도 무거운 채로
터덜터덜 집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