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깡양 Nov 11. 2015

전철, 자리

퇴근길 전철 안,

운 좋게도 내 앞에 딱 빈자리가 생겼다.

기쁜 마음으로 앉아 잠시 꾸벅꾸벅...


얼마나 지났을까?

톤을 한껏 높인 말소리에 눈을 뜨니,

내 양옆으로 여(고생으로 보이는)학생

두 명이 앉아 있었다.

서로 친구인 듯 나를 사이에 두고

깔깔 호호 이야기를 나눈다.


자리를 옮겨 줘야겠구나, 생각하고

우물쭈물 타이밍을 보던 중

오른쪽 학생 옆에 빈자리가 하나 더 생겼다.

음, 그쪽으로 옮기겠군.

마음을 놓고 다시 눈을 감으려는데...


자리를 옮기지 않는다?!


대체 왜?

나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걸까?

몸도 피곤한데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내 절대 자리를 비켜 주지 않겠어!

얼마나 이런 식으로 계속하는지 보겠어!


입은 꽉 다문 채 일자가 되고,

다리에는 괜히 힘이 들어간다.









결국 그 두 학생은

끝까지 나를 사이에 두고

저희들끼리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리고 내가 내릴 종점 가까이 다 와서야...

총총총 둘이 함께 내렸다.


힘을 줬던 다리는 뻐근해졌고,

몸은 왠지 더 피곤해진 느낌이었다.


쓸데없는  오기... 부끄럽다.

진작 비켜 주고 잠이나 더 잘걸.


종점에 내려

몸도 마음도 무거운 채로

터덜터덜 집으로 갔다.



작가의 이전글 붕어빵의 계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