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출판사 고르는 나만의 규칙!
출판사만 작가를 고르는 게 아니다.
작가도 출판사 고를 줄 알아야 한다.
투고할 때도, 컨택 받았을 때도 출판사 보는 눈은 필수적이다. 어떤 출판사와 계약하느냐에 따라 통장에 꽂히는 인세가 달라질 수 있다.
2013년 4만4,148개였던 출판사 수는 2016년 5만3,574개로 늘었다(2017년 출판 산업 동향 보고서). 불황 속에서 소규모, 1인 출판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웹소설 계도 마찬가지다.
컨택 메일을 쏟아내는 신생 출판사가 늘고 있다.
신인 작가의 심장을 때리는 초특급 유혹이 아닐 수 없다.
‘내 작품의 진가를 알아봐 주는구나!
당장 계약해야지!’
떨리는 심정은 알겠는데 일단 마음 가라앉히시라.
고마운 출판사가 될지, 그 반대 경우가 될지는 계약서 작성 전에는 모른다.
OOO 출판사, XXX 출판사 어떤가요?
컨택 받았는데 계약해도 될까요?
이런 질문을 종종 받는다.
OOO 출판사 진짜 좋아요.
XXX 출판사는 무조건 피하세요!
라고 답하기란 어렵다.
나에게는 꿀 출판사였지만, 누군가에겐 최악의 출판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누군가에겐 최악이었지만 내겐 베스트 출판사가 될 수도 있다.
작품에 따라, 작가 성향에 따라, 담당 에디터에 따라 너무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그래서 ‘홍대에서 쭈꾸미 제일 맛있는 집이 어디냐?’는 물음에는 당당히 대답할 수 있지만, ‘어떤 출판사가 제일 좋냐?’는 물음엔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그럼 신인 작가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한테 딱 맞는 출판사 찾는 법’을 배우면 된다.
완결 찍었다면 출간은 어렵지 않다. 종이책과 달리 웹소설 e북은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한 작품이 아쉬운 신생 출판사에서라면 출간은 더욱 쉽다.
출간 작가가 되고 싶은가?
돈 잘 버는 프로 작가가 되고 싶은가?
후자라면 e북보다 큰 목표를 가지길 바란다.
돈을 벌려면 플랫폼에 입점해서 프로모션을 받아야 한다. 프로모션 없이 깔리면 묻히는 건 순식간이다. 몇 개월 공들여 쓴 작품이 치킨값도 못 벌어주고 끝나는 것이다.
프로모션은 어떻게 받는가?
플랫폼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그 전에 무료 연재에서 좋은 성적을 내거나, 투고 성공해야 한다.
뭐하나 쉬운 일은 없다. 습작 기간이 짧은 신인 작가에겐 더욱 그렇다.
무료 연재 조횟수도 변변치 않고 투고도 실패하면 ‘출간만 하면 소원이 없겠다.’라는 순간이 온다.
그때를 조심해야 한다.
무료 연재를 하다 보면 컨택 메일을 받기도 한다. (컨택에 대해서는 연재만 했는데 작가가 됐네? 편에서 자세히 다뤘다)
가끔은 복사 + 붙여넣기 식의 컨택 메일도 있다. 성의 없는 첫인상을 내보이는 출판사는 더욱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없었던 성의가 계약 후에 용솟음칠 확률은 낮다.
섬세한 리뷰와 칭찬에 흔들려서도 안 된다.
에디터들은 작가가 무슨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 잘 안다.
내가 만든 이야기가 얼마나 독창적이고 매력적인지, 앞으로가 얼마나 기대되는지, 정성 가득한 리뷰를 읽고 기분 나쁠 작가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기쁨은 기쁨이고 계약은 계약이다.
팔릴만한 작품이라면 여러 곳에서 컨택을 받게 된다. 섣불리 결정하지 말고 기다리자.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출판사가 있을 수 있다.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에 검색을 시작해야 한다.
출판사들은 블로그나, SNS를 운영한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보를 모아보자.
카카오페이지에 입점하길 원한다면 카카오페이지로 가서 출판사명을 검색하는 것도 방법이다.
어떤 작품을 출간했는지, 프로모션을 잘 받는지, 표지 퀄리티는 어떤지, 대략 알 수 있다.
출판사 이름만으로 검색이 잘 안 될 때도 있다. 장르별 브랜드를 따로 두는 경우도 출판사도 있으니 참고할 것.
출판사에 대해 검색하다 보면 워너비 출판사가 생긴다.
대형 플랫폼에 작품 많이 거는 출판사.
내 스타일과 비슷한 작품을 출간하는 출판사.
스타 작가와 일하는 출판사.
작가마다 선호하는 출판사가 다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작품 잘 팔아주는 출판사겠지만.
워너비 출판사 목록을 만드는 것도 추천한다.
‘이 출판사와 꼭 계약하겠어!’ 선명한 목표는 꿈을 이루는 지름길이다.
워너비 출판사에서 컨택 못 받았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투고로 계약할 수 있으니까. (투고를 받지 않는 출판사도 있다. 자세한 내용은 투고로 웹소설 작가 되는 법 참고)
이력서도 안 넣은 대기업에서 ‘훌륭한 인재여. 우리와 함께 일해보지 않겠는가?’라고 연락 온다면 얼마나 기분 좋을까?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법한 대형 출판사에서 컨택 오면 자랑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린다.
프로모션 받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이다. 그러나 대박 작품을 많이 보유한 대형 출판사의 푸시도 무시할 수 없다. 많은 작가가 대형 출판사를 선호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대형이라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대형인 만큼 매달 많은 작품을 론칭한다. 네임드 작가도 여럿 소속되어 있다.
신인 작가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게 된다. 마케팅에서 밀릴 수도 있다.
대형 출판사와 계약했다고 프로모션을 보장받는 건 아니란 뜻이다.
출판사의 크기도 중요하지만 내 작품에 얼마나 애정을 가져주는지 확인해보자.
소형, 신생 출판사일 경우 그 출판사와 계약해본 작가가 많지 않다.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파악하기도 어렵다.
출간작이 많지 않으니 좋은 프로모션을 받는 작품도 상대적으로 적다.
대형이든 소형이든 계약 후 작가를 방치하는 출판사가 존재한다. 크다고 안 챙겨주고, 작다고 더 챙겨주는 게 아니란 뜻이다.
막연한 기대심을 품고 계약하면 후회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위험하다면 대형이 낫지 않을까? 선택은 작가 몫이다.
소형 출판사의 장점은 뭘까?
동료 작가에게 물어보니 활발한 피드백, 세심한 리뷰와 작가 관리, 비교적 높은 수익분배율 등을 꼽았다.
한 명의 에디터가 담당하는 작품 수가 대형 출판사보다 적기 때문에 의사소통, 일정관리가 수월하다고 한다. 출판사와 함께 성장하는 보람을 짚은 작가도 있었다.
몇 년 전에 잘나가던 출판사가 지금도 잘나가리란 보장이 없다.
지금은 소형이지만 대형 출판사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소형이라도 평판 좋고, 작품 홍보에도 적극적이라면 나에겐 베스트 출판사가 될 수 있다는 걸 기억하자.
검색해도 잘 모르겠다면 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에 작가 커뮤니티를 찾아보자.
웹소설 작가 커뮤니티는 여러 군데 있다.
‘$$$ 출판사와
계약해보신 작가님 계신가요?
프로모션이나 작가 관리가 어떤지
조언 구합니다.’
이런 식으로 정중히 부탁하면 기성작가들이 경험담을 공유해준다.
갓 웹소설 계로 넘어왔을 때 나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사이다 상담소를 쓰기 시작한 것도 그때의 고마움을 갚기 위해서였으니까.
가입 직후, 질문부터 하는 건 피하자.
중복되는 질문에는 답변이 잘 달리지 않는다.
출판사 이름을 직접 언급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 완전 신생이 아니라면 초성만 적어도 다들 알아본다.
웹소설 계에도 상식을 파괴하는 기이한 출판사가 존재한다.
어디라고 콕 찍어 말할 수는 없지만, 에디터가 몇 달째 답이 없고, 정산이 불투명하고, 인세를 제때 안 주는 출판사가 있다. 심지어 교정, 교열을 작가에게 떠넘기는 출판사도 있다.
하지만 기성작가의 조언도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경험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판단은 내가 하는 것이다. 그에 따른 책임도 내가 지는 것이고.
나도 가끔은 출판사에 대해 구체으로 이야기할 때가 있다.
‘%%% 출판사는 명절 선물 잘 챙겨주고요. 2차 프로모션에 적극적이에요. @@@ 출판사는 론칭할 때 케이크 기프티콘을 줘요. 표지 일러스트 작가님도 원하는 분 섭외해줘요.’ 등. 내가 경험해본 출판사의 장점은 거리낌 없이 나누는 편이다.
같은 출판사라도 작가마다 호불호가 갈린다.
나의 경우 담당 에디터와의 궁합을 중요시하는 편이다.
몰래 흠모하고 있던 에디터님이 퇴사하시면 한동안 방황한다. 이직이 잦은 업계라 어쩔 수 없다지만, 좋은 사람과 오래 일하고 싶은 욕심을 버리기 힘들다.
작가가 좋은 에디터를 바라는 것처럼 에디터도 좋은 작가를 바랄 것이다.
늘 나보다 더 활기차고, 더 정중한 에디터님들을 보면서 나도 그분들에게 오래 일하고 싶은 좋은 작가가 되자고 결심한다.
잘 팔리는 작가이자 좋은 작가라면 더 좋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