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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Apr 02. 2024

왜 힘든 걸 말하지 않냐고?

받아들였으니까.


니 삶 속의 굵은 나이테
그 또한 너의 일부 너이기에
이제는 나 자신을
용서하자 버리기엔
우리 인생은 길어
미로 속에선 날 믿어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은 오는 거야

Answer: Love Myself, 방탄소년단, 2018.


사랑하는 사람과 얘기를 나눴다.


“재현이는 왜 힘든 걸 잘 말하지 않아?”



아픔을 돌아보며 생각했다.


“너무 아픈 경험을 하면 말야, 알게 돼.

거기서 날 꺼내줄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걸.“


그런 경험을 한 뒤로 나는 변했다.



나는 나만 믿게 되었다.

조금 힘든 건 얘기할 수 있겠지.

그런데 정말 아픈 건 다른 이에게 말할 수가 없다.



그런 경험을 한 뒤로

다른 사람의 아픔을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그 말을 꺼내기까지 얼마나 어려웠을지,

아픔이 어떤 건지 조금이라도 더 잘 알게 되어서.



그리고 솔직히 지금도

아픔을 다른 누군가 품어줄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 역시도 누군가의 아픔을 그대로 품어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저 누군가는 조금 더 이해하고 안아주기 위해 노력할 수 있을 뿐.



난 그 아픔에서 아예 벗어날 순 없을 거야.

아마 평생 가지고 가겠지.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지 않아.

그래서 발버둥 칠수록 더 괴로워져.


할 수 있는 건 하나였어.

내 일부로 받아들이는 거였어.


가슴이 찢어져본 적 있어?

스스로가 가여워서 어쩔 줄 모르겠던 적 있어?

아무도 그 손 잡아주지 않을 때,

아니 어쩌면 잡아줄 수 없을 때.

그건 그렇다는 걸 나조차도 인정해야 할 때.


마지막까지 내 손을 잡아준 건

나 자신이었다.

다행이라고 해야겠지.

너무 깊은 곳에 있을 때

끝까지 내 손을 잡아 꺼내준 사람은

나 자신뿐이었다.



방탄소년단 노래를 듣고 길바닥에서 울어버린 적이 있다.


Answer: Love Myself


이 노래의 모든 가사에는 삶이 묻어 있다.

고통스러웠던 시기, 그리고 아마 평생 가지고 가야 할 어떤 것에서 아픈 나를 껴안도록 해 주었다.


당시의 나, 그리고 언제라도 지금의 나를 껴안도록 해 주는 가사들.



가사에는 “나이테”라는 단어가 나온다.


나무에는 나이테가 있다.

나무는 나이테를 그려가며 생장한다. 안에서부터 하나씩 생겨나는 나이테. 나무의 흔적이다.


나무는 나이테를 지우면서 자라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지울 수가 없다.

나이테는 나무가 자라나는 세월을 그대로 담은 흔적 그 자체가 된다.


어떤 나이테는 원하지 않아도 생기고,

어떤 나이테는 환경과 주고받는 손길에 따라 새롭게 형성된다.


그렇게 나무는 흔적을 지우지 않으면서 생장한다.

나무마다 다른 나이테는 모든 나무를 단 하나의 나무로 만든다.


나무는 나이테를 지우려고 노력하진 않을 것이다.

흔적을 만들며 조금씩 자라고, 자기 자리를 지킬 뿐.

삶이 이어지는 한.



니 삶 속의 굵은 나이테
그 또한 너의 일부 너이기에
이제는 나 자신을
용서하자 버리기엔
우리 인생은 길어
미로 속에선 날 믿어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은 오는 거야

Answer: Love Myself, 방탄소년단, 2018.


좋으니까, 한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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