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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떡의 행복학

by 현이


날이 추워지면 길가에 ‘호떡’이라는 간판에 시선이 가기 마련. 서울 삼청동에도 멋진 호떡집이 있다. 왜 멋지냐 하면, 스치듯 보는 사람까지 마음이 따스해지는 미소를 지닌 주인할머니 때문이다.



호떡을 기다리며

어느 여름날 저녁 삼청동 골목을 산책한 적이 있다. 더운 여름이었지만 호떡집 불빛이 밝혀져 있었다. 지나가려는데 내 눈길을 끈 건 주인할머니였다. 주인할머니는 즐거운 일이라도 있으신지 함박웃음만큼 미소를 띠고 호떡 굽는 철판을 다루고 있으셨다. 그 모습이 어찌나 고운지, 걸음을 옮기던 나는 ‘여기에서 꼭 호떡을 먹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남자친구와 바이크를 타고 오면서도 그분의 표정이 잊히지 않았다.



호호 불어가며 먹는 호떡은 사랑

가을이 왔다. 저녁이면 꽤 쌀쌀해졌다. 삼청동에서 저녁을 먹은 우리는 호떡집이 있는 골목으로 산책을 했다. 불이 밝혀진 호떡집은 역시 선선한 날 저녁과 더욱 잘 어울렸다. 주인할머니는 외국인 손님들을 위한 호떡을 철판에 올리고 있으셨다. 그러다 우리와 다른 지나가던 사람들이 줄을 서자 대야 한가득 준비하신 반죽에 소를 넣어 그 자리에서 호떡을 만들어 주셨다.


호떡을 만드는 할머니는 여름날 기억처럼 편안한 미소를 띠고 계셨다. 미소에는 온기가 없지만 할머니의 미소는 말 그대로 '따뜻했다'. 기다리는 동안 할머니가 철판에 기름을 두르고 갓 빚은 호떡을 앞뒤로 골고루 구워 주시는 모습을 봤다. 서두르지 않으며 마치 집에 놀러 온 손자손녀를 위한 호떡을 만드시듯 편안해 보이셨다. 단정하다 라는 단어가 누구보다도 잘 어울리는 분이셨다.


우연히 호떡집에 방문했다가 무뎌진 마음까지 따스히 채우고 간 사람들이 많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살다 보면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것들이 가려지고 인상을 쓰게 될 때가 자주 있었는데, 실은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건네는 것만 같았다. 어떤 삶을 사셨는지 궁금했다. 그걸 떠나서라도 내가 이곳에서 발견한 것은 소소함과 단정함에서 오는 여유 같은 거였다.



북촌호떡

가게 앞에 오밀조밀 서서 호떡을 기다리는 손님들 사이에 섞여 우리도 어린아이처럼 호떡이 만들어지길 기다렸다. 그 시간이 어찌나 따뜻했던지.. 여름에 날씨가 추워지면 이곳에 오자고 했던 약속을 지킨 우리는 또 한 번 예쁜 순간을 담았다.


곧 호떡을 받아 든 우리는 두툼하고 퐁신퐁신한 호떡을 후후 불어가며 먹었다. 호떡은 어찌나 맛있던지.. 날씨가 추울 동안 삼청동에 온다면 매번 처음인 척 이 호떡집에 들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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