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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사번역] 노동시간 유연화(1)

노동시간 유연화제도는 시간주권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이 글은 2019년 5월 19일 뉴욕타임즈에 실린 Claire Cain Miller의 기사 "Work in America Is Greedy. But It Doesn’t Have to Be."를 우리말로 옮긴 것입니다. 『커리어 그리고 가정』1장에서 클라우디아 골딘(Claudia Goldin)은 '탐욕스러운 (greedy work) 일'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데, 이 기사는 이 표현을 처음 사용한 글입니다. 책의 주석은 종종 독자의 몰입을 방해하기도 하지요. 썩 훌륭하지는 않지만, 제가 번역을 해두었으니, 영어로 읽는 것이 쉽지 않은 독자들께서는 제 작업을 참고해주세요. 책을 읽다가 넘치는 호기심으로 독서를 중단하고 기사를 읽는 사람은 저 뿐이기를 바라봅니다. '개발새발 번역을 참지 못해!'하는 분이 계시다면, 발견한 오역을 댓글로 알려주세요. ^.~


미국의 일은 탐욕스럽다. 

그러나 그것이 유일한 길은 아니다.

장시간의, 경직된 시간이 그 규범이다. 그러나 공급부족의 노동시장(tight job market)에서는 더 많은 기업들이 근무시간 및 공간에 대한 자율성을 제공하고 있다. 


가장 훌륭한 직원은 일에 대한 끝없는 충성심을 보여주며, 장시간 머무르면서 상사나 고객을 위해 대기한다. 최소한 그것이 21세기 미국 자본주의의 신조이다.  


하지만 꼭 지금과 같은 방식일 필요는 없다. 비록, 예측하기 어렵고, 장시간의 노동시간이 다수의 일자리의 특징이 되었지만, 그리고 그러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불균형적으로 더 많은 돈을 번다고 해도, 일부 고용주들은 근무지 및 시간에 대한 더 많은 통제를 양도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이러한 현상은 금융이나 음식서비스업처럼 대면 및 대기가 필수적인 직업에서도 나타났다. 반세기 동안 가장 최저치의 실업률과 함께, 다수의 기업들이 채용을 위해서 유연근무제로 전환하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를 미국에서 일이 어떻게 다시 만들어질 수 있는지에 관한 모델이 형성되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애틀랜타 근처에 위치한 금융기업인 크리디지(Credigy)에서는 어떤 노동자도 일을 잘 해낼 수만 있다면, 조건없이 늦게 출근하고, 빨리 퇴근하고, 집에서 일하는 것이 가능하다. 임원들도 그렇게 할 수 있다. 사무실에서 장시간을 보내야 하는 대부분의 전문서비스 기업과는 다른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캔자스주 루이즈버그에 위치한 미스비의 카페(Miss B’s Café)에서는 서빙 직원들이 필요한 이가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근무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으며, 주방관리자는 주말아침 요가수업에 참석할 수 있도록 저녁이 되기 전에 브런치 과자를 굽는다. 다수의 서비스부문 일자리와는 다르게 이곳에서는 근무일정이 막바지에 정해진다. 


예측하기 어려운 시간, 장시간의 노동은 일에 대한 미국식 강박관념이 그 원인이며, 법, 금융, 컨설팅과 같은 이른바 탐욕스러운 전문직에서부터 봉급을 받는 일자리와 시간급 일자리 모두를 아우르는 다양한 일자리에 이르기까지 퍼져 있다. 장시간 노동은 젠더 불평등의 주요인이다. 증가하는 장시간 임금 프리미엄은 동일한 교육수준의 부부들이 불평등한 역할을 분담하도록 떠미는데, 만일 부부가 양육자라면,       배우자가 가정일에 붙어있지 않은 한, 직장일에 전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의 일하기는 생산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번아웃(burnout), 스트레스와 낮은 행복감에만 기여한다. 이는 미국인들이 선진국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행복감과 일생활균형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다. 하버드대학 경제학자 클라우디아 골딘(Claudia Goldin)에 따르면, 근무지 및 근무시간에 대한 통제는 젠더 격차를 줄이는 실마리이다. 기업에 유연성 데이터와 도구를 제공하는 웩(Werk)의 공동설립자 애니 딘(Annine Dean)씨는 직원들이 주간에 자리를 비우거나, 비대면으로 일하거나, 근무일정을 바꿀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과 같이 변화는 작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력을 얻기 위한 기업간 경쟁으로 인해, 더 많은 고용주들은 (긱 경제와는 달리 안정된 임금과 혜택을 제공하면서도) 이러한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68%가 필요에 따른 재택근무(telecommute)를 허용했으며, 인적자원관리회(Society for Human Resource Management)에 따르면 이는 2014년 54%에서 증가한 수치이다. 27%가 통상적인 업무 시간 외 근무를 허용하는 유연성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22%에서 증가한 것이다.


스탠포드 대학은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고학력 노동자 집단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600명 이상의 직원들이 근무시간을 단축했다. 


“실리콘 밸리에서 노동시장은 공급이 엄청나게 부족한 상황인데, 갑자기 전체 인력풀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스탠포드 대학 경제학자 니콜라스 블룸(Nicholas Bloom)은 말했다. “그들은 충분히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며, 다른 50개의 일자리들이 유연성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매우 충성스럽습니다.”


사람들이 장시간 일한다고 해도, 실제로는 그 시간 모두 일하지는 않는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그린빌에서 휴대용 태양발전기를 생산하는 언리미티드파워(Unlimited Power)는 모든 직원이 주 26시간 일하지만, (이 지역의 유사한 일자리들의 평균 급여에 기초해 보았을 때) 40시간 분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최고경영자 크리스 페트렐라(Chris Petrella)씨는 사람들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일하기 때문에 그만큼 생산적이라고 말한다. 과거 그가 경영건설팅 일을 했던 때와는 달리, 직원들은 이메일을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그 대신 문자메시지(text)를 이용한다), “회의를 위한 회의들을 줄이고 있다”.


“일을 해 본다면, 당신은 ‘그래, 우리가 그간 일터에서 해왔던 많은 것들이 사실은 생산적이지 않았고, 그건 정말 일이 아니었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거에요.” 그가 말했다. “월요일에 출근해서 주말까지 하루에 여덟 시간 일하세요, 이런게 아니에요. 이건 내가 해내야 하는 프로젝트이고, 하루에 몇 시간만 여기에 있으면 되니까, 내가 그 시간들을 생산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런 거죠.”


기술은 고용주가 직원들을 종일 내내 일을 위해 대기하도록 만들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러나 기술은 또한 직원들이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사업을 위한 보안기술을 개발하는 오드0(Auth0)에서는 거의 모든 직원들이 비대면으로 근무한다. 32개국에서 475명이 비대면으로 근무한다(리셉션 담당자와 같은 일자리는 예외이다). 경영자는 아이들을 데리러 가기 위해서 오후 네 시에 퇴근한다.  


이 기업의 인사팀장 멜린다 스타버드(Melinda Starbird)씨는 메시지 및 비디오 회의 기술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시애틀 사무실에 주 2회는 출근하고, 나머지는 집에서 일하는 스타버드씨는 기술의 결과로 사내 메일이나 회의가 상당히 줄었다고 말했다.


고위 관리자들과 고소득자들은 점점 더 영업시간 외에도 일을 위해 대기해야 하지만, 부하직원이나 시간제 직원들에 비해 일과시간 중 자리를 비우는 것이 어렵지 않다. 


칼리프 리버모어에 위치한 웬테 와인농장(Wente Vineyards)에서도 그렇다. 포도 수확자, 와인 제조업자, 시음실 직원들은 휴식시간을 쉽게 연장할 수 없다. 하지만 입사기념달이 되면, 요청에 따라 여덟 시간의 휴가를 받아 사용할 수 있다(다른 날에는 몇 시간만 휴가를 낼 수 있다). 이 회사는 연차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이는 회사는 다른 직원들을 대신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더 많은 업무를 하도록 훈련하기 시작했다고 사장 에이미 후프스(Amy Hoopes)씨는 말한다.


다수의 화이트칼라 일자리들은 사무실에서의 시간을 최우선으로 한다. 회계기업 BDO에서는 특히 집중적인 마감기한 동안 오래 일하는 납세기간에 그러하다. 그래서 회사는 집중업무기간 중 휴가(직원들이 전화를 확인하지 않고, 일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짧은 기간의 휴가)를 실시했다. 직원들은 아이들과 동물원에 가거나 등산을 하면서 이 휴가를 보낸다.


다양성과 포용성 국장(the national director for diversity and inclusion) 마시 해리스 슈와츠(Marcee Harris Schwartz)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확실히 집중업무기간 동안 그날그날의 유연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느껴요.” “항상 일하게 되면, 업무상 실수를 하거나 번아웃을 경험하거나, 또는 회계일을 영원히 그만두게 됩니다.” 


BDO도 “멈추는 주말”을 시행하는데, 이는 직원들이 주말동안 사내 계정에 로그인하지 않고, 긴급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동료직원을 할당해두는 것을 말한다. 전문서비스직 대부분, 개별 노동자에게는 24시간 내내 고객을 응대할 것이 요구된다. 그러나 슈와츠씨는 개인 단위가 아닌 팀 단위로 고객응대를 하면, 다양한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BDO가 알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일을 유연하게 만드는 것의 큰 부분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설득하는 것이다. 금융기업 크레디지에서는 공식적인 복지제도로 이어질 때까지 그 설득이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웩(Werk)의 도움을 받아 고위 임원들부터 유연제도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직원경험부서 선임자 책임자 킴 윌리엄스(Kim Williams)씨는 말한다. 


“우리가 장려하는 것은 [역자주: 근무일정 변경] 요청을 정당화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건 더 이상 금기가 아니에요.”


제도를 가장 많이 이용하게 되는 것은 돌봄 때문이지만, 사람들은 자원활동이나 운동, 수업을 듣기 위해서 제도를 사용하기도 했다. “일하는 엄마들이 부득이하게 오랫동안 더 큰 목소리를 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그것이 단지 여성과 돌봄 의무를 가진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중요한 의제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아요”라고, 윌리엄스씨는 말한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절반의 노동자들은 필요에 따라 근무일정을 조정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으면 이직을 할 계획이 있다고 말하며, 37%는 최소한 몇 시간을 비대면으로 일할 수 있다면 이직을 할 계획이 있다고 한다. 최근 한 연구는 노동자들이, 고용주가 근무일정을 일주일 전에 예고하고 야근 및 주말근무를 시키는 일자리를 피하기 위해서, 20%의 임금 하락을 용인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다른 연구는 사람들이 근무일정을 스스로 정하는 것이 9%의 임금 상승과, 재택근무(telecommuting)의 경우 4%의 임금 상승과 동일한 효과를 가진다고 밝혔다. 


이러한 제도들이 현재의 노동시장 상황이 변화한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미국 노동자들에게 진정한 변화는 산업전체가 지금의 방식대로 일 할 필요가 있는지를 질문하는 것, 즉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짐벨(Ms. Gimbel)씨는 “공급부족의 노동시장에서의 진보를 장기적인 구조적 변화로 착각하기는 쉽다”고 말한다.


일을 더 유연하게 하는 방법

규모와 분야가 매우 다른 사업들이 유연성을 위한 다수의 동일한 전략들을 꼽았다.

내부소통을 위한 이메일을 버려라. 대신에 슬랙이나 문자메시지를 이용하라. (그들은 이 방법이 훨씬 효율적이고, 개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휴가중인 동료를 방해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회의를 줄여라. 대면 소통이 반드시 필요한 일인지 자문하라.      

일정관리 초대장에 항상 내선번호를 포함하거나 비디오 회의링크를 첨부하여 비대면으로 일하는 사람도 포용할 수 있도록 하라.

업무 공백을 대체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훈련시켜라. 팀단위로 고객응대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근래의 퇴직자들이 그 일을 대리할 수 있도록 하라. 

시간제 직원들이 승진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라. 

일터에서 유연성을 공식화 및 구조화하라. 개인단위로 운영하지 않을 것.

고위 관리직, 남성, 그리고 부모가 아닌 사람들까지 모두가 유연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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