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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건축가 Jan 26. 2024

호텔 맛츠 Hotel Matze

흥미로운 독일 팟캐스트

토요작가클럽을 시작하면서 머릿속엔 글쓰기로 가득하다. 글감도 둥둥 떠다니고, 이걸 어서 잡아 글로 완성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좋은 일이긴 하지만 한편으론 독일어에서 손을 떼고 있다는 불안감과 죄책감이 든다. 그걸 커버하기 위한 나름의 묘안이 독일 팟캐스트 듣기다.


나는 팟캐스트를 듣지 않았다. 칠 년 전 인가, ‘비밀보장’이 막 시작할 무렵 좀 듣고는 찾지 않았다. 그리고 작년 우연히 ‘여둘톡’을 알게 되면서 다시 발을 들이게 됐다. 회사에서, 집에서, 출퇴근길에. 나보다 먼저 살아간 언니들의 지혜를 들으며 위로를 받았고, 연대감을 느꼈다. 그러다 독일 팟캐스트는 독일 사회에서 중요도가 많이 높고 여론까지 움직인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한 번 시도해 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일단, 순위권 안의 독일 팟캐스트 중 나와 맞는 게 있는지 찾아보았다. 책, 건축, 신문사, 짧은 플레이 시간… 그중 신기하게도 인터뷰가 재미있었다. ‘호텔 맛츠 Hotel Matze’라는 팟캐스트다. 맛츠 힐셔 Matze Hielscher라는 인터뷰어가 매주 다른 사람(호텔을 찾아오는 손님)을 인터뷰한다. 한 회의 길이가 보통 두 시간 이상이라 모든 에피소드를 듣기는 어렵고, 나는 주로 여성 인터뷰이가 나온 회차를 골라 듣는다.


한국어에 파묻혀 사는 요 며칠. 부엌 정리 할 때나, 집 정리할 때, 한 쪽 귀에 에어팟을 꽂고 이 팟캐스트를 듣는다. 집중해서 들으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얼추 따라갈 수 있다. 가끔 나오는, 모르지만 대화에 정말 중요한 단어들을 찾아 들을 수 있으면 더 좋다. 하지만 대부분을 한쪽 귀로 흘리고, 운 좋게 타이밍이 맞아 내 귀에 꽂히는 몇 문장만 잡아도 성공이다.


잡지 Zeit의 편집장인 사비네 류커트 Sabine Rückert 편에서는 그녀가 이스라엘에 휴가를 보내러 갔을 때 마침(?) 전쟁이 터진 이야기 라던지, 성경은 정말 좋은 책이지만 하나님은 없다고 확신한다던지(그의 아버지는 개신교 신학자이며, 그녀는 여동생과 성경 팟캐스트를 진행한다) 하는 신기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성경 이야기가 계속되어 끝까지 듣지 못했다.


지금 듣고 있는 회차는 안나레나 배어보크 Annalena Baerbock가 나온다. 2020년에 인터뷰한 회차인데 그녀는 2021년에 독일 외무부장관이 되었다. 지금은 그녀가 어린 시절 어떻게 트램펄린 체조 선수가 되었고 그건 도대체 뭔지에 대해 이야기 중이다.


불안함과 죄책감은 보통 실체를 알고 나면 별게 아니게 된다. 이번의 경우엔 심지어 웃기고, 흥미롭기까지 했다. 한국어로 정확하게 번역할 수는 없지만 이럴 때 쓰는 단어라는 느낌도 얻는다. 이 독일 사람들은 이런 분위기와 이런 뉘앙스로 대화하는구나 배우기도 하고. 내 독일어도, 독일사회 안에서의 생활도 어느새 다음 단계로 진입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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