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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건축가 Jan 17. 2023

독일 초등학교 책가방

놀라운 이유는 무게 때문일까, 가격 때문일까

딸은 9월이 되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학교에 들어갈 아이들을 지칭하는 포어슐킨트Vorschulkind라는 단어도 있다. 직역하면 ‘학교 전의 아이이다.


여기는 입학 전의 절차가 매우 길다. 2023 9월에 입학하는데,  대상 학부모들을 2022 11월에 불러 설명회를 가졌고 12월에는 가등록을 마쳤다. 2-3월에는 아이들을 학교에 초대해서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고, 6-7월에는 정식으로 등록을 하고 준비물을 구입한다.


독일의 초등학교 책가방은 슐란쩬Schulranzen 이라고 한다. 슐란쩬의 ‘ 알파벳 L 발음하면 한테 바로 지적당하니,  한글자음 기억과 히읗의 중간인 ’R’ㅏㄴ쩬으로 발음해야 한다. 무겁고 비싸기로 악명이 높다. 하지만 모든 초등학생들은  가방을 메고 다닌다. 안전상의 이유라나. 그래서 우리도  되면 많은 지출을 하겠거니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지난주에 마이케가 지나가는 말로 ‘너희 슐란쩬 샀니?’하고 물었다. ‘아니, 아직 1월인데? 입학 하려면 반년도  남았는데?’ 하니, 늦어도 부활절 전에는 보통 구입한단다. 그래서 부랴부랴 정보를 모아보니, 매장들은 1월부터 슐란쩬 마케팅을 하고있었다.


슐란쩬은 얼핏 보면 모두 비슷하게 못생겨 보이지만, 요모조모 뜯어보면 모양도 무게도 기능도  조금씩 다르다. 메이커별로 특성도 다르다. 다른 일로 들른 데걸록의 슈라입판트에서 하율이 없이 설명을 듣고 에르고백과 스텝바이스텝의 브로셔를 받아왔다.   브랜드 외에도 스카우트와 데어디다스라는 브랜드가 유명하다. 딸은 또래에 비해 작은편이라 스텝바이스텝의  라인과, 에르고백의 쿠보라이트 라인을 추천받았다. 하지만 에르고백이 예뻤다. 그리고 비쌌다. 딸은 브로셔에서 마음에 드는 가방에 동그라미를 쳤다. 거의 반은 체크   했다. 정말 마음에 드는 하나는 에르고백  라인이었다. 가방 무게만 1.1키로에 크기도 커서 하율이가 메고 다닐  있는지 확인  봐야했다. 슐란쩬은 다들 오프라인에서 보고 상담도 받아보고 사야한다고 하기도 해서 매장에 가서 착용  보고 정하기로 했다.


우리가 갔던 바드칸슈탓 슈라입판트는 온라인 매장과 협업한다고 홈페이지에 적혀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모든 브랜드의 거의 모든 라인이 있는  했다. 딸은 가자마자 자기가 찜해  가방을 찾았다. 에르고백  라인은 아이의 키에 따라 등받이 높이 조절이 가능했다. 100 센치미터 부터 조절 가능해서 안심했다. 딸은 110 되니까. 그보다 300 가벼운 쿠보라이트 라인은 등받이 조절 기능이 없었고, 판매자 말로는 키가 100 이하인 아이들에게 추천한다고 했다. 에게 가방을 맞추고 메여 보았다. 무겁다고 했지만  무거운 가방을 메고 매장 안을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나는 쿠보라이트 라인도 착용 시켜 보고싶었지만, 딸은 완강했다. 이미  가방과 사랑에 빠져버렸다.


가방 가격만 299유로. 거기에 지난주에 이미 학교에 다니고 있는 친구 와서 자기 지갑을 자랑하는 바람에  필요해진 지갑까지 세트로 313유로를 결제했다. 나중에 학용품살   수있는 5유로 굿샤인과, 자잘한 학용품이 들어있는 선물박스를 받았다.


책가방을  들고 오니,  느낌이 남다르겠지만, 나도 이렇게 학부모가 되겠구나 하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학창시절을 보내지 않은 곳에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려니 걱정이 되긴 한다. 주변의 사사로운 대화에서 재빨리 정보를 캐치하는 능력은 가끔 있으니,  능력   발휘해서 몰라서  해주는 경우는 없도록 하고싶다. 돈이 없어서  해주는 경우도 없으면 금상첨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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