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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건축가 Feb 02. 2023

율이의 여섯 살 생일파티 준비 #2

독일의 생일파티 초대장

아마존에서 살 수 있는 것들을 주문했다. 요정봉, 머핀토퍼, 케이크토퍼, 글리터, 글리세린, 제소, 보석스티커, 물풀, 반짝이 풀이다.

시간 순서상 초대장이 먼저다. 보석스티커, 물풀, 반짝이 풀은 생일 초대장을 위한 거였다. 아마존 프라임으로 주문했는데도 오는데 며칠 걸리길래 그 새를 못 참고 집에 있는 것들로 만들기 시작했다.

율이랑 책상에 나란히 앉았다. 내가 색지를 진주조개 모양으로 자르고, 그 위에 반짝이 풀로 모양을 그리면, 율이가 폼폼과 보석스티커를 붙였다. 꾸미기는 내가 따로 코치하지 않아도 제법 한다. 만들면서 제대로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있는 걸로 만드느라 색을 고를 수 없었는데도 너무 예뻤다! 율이도 지친 기색 없이 끝까지 같이 했다.

초대장 내용은 뒷면에 밝은 색 색지를 붙여 쓸 거다. 율이가 ‘Wir machen die Party draus.‘라고 써달랜다. ‘draußen 밖에서‘이냐고 물어봤지만 ’draus‘가 맞단다. 같이 파티를 계획하자는 뜻이란다. 다른 친구의 생일초대장에 그렇게 써 있었단다. 아무리 구글을 해봐도 확인할 길이 없어 하룻밤을 기다려 다음날 유치원 선생님한테 물어봤다. 답은, 그런 문장은 없다고. 초대장에는 ’Ich möchte gerne mit euch meinen Geburtstag feiern.‘이라고 보통 쓴다고.

그날 저녁 뒷면도 마무리하고 아침에 유치원 친구들 건 들려 보냈다. 초대할 아이 여섯 명 중 두 명만 유치원 친구다. 세 명은 벌써 초등학교에 올라갔고, 한 명은 동네 친구다. 금요일 수영 수업 때 주거나,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우편함에 넣을 수 있다. 날도 춥고 민이까지 데리고는 자신이 없어 두 번째 옵션은 안 하고 싶은데, 율이는 그렇게 하고 싶단다. 아마도 한 집만 들르면 금방 집에 가고 싶어 할 텐데. 나도 후딱 나눠주고 초대장은 잊어버리고 싶다.

그다음은 요정가루 준비다. 쨈 병이 일곱 개 필요한데, 모아둔 건 그만큼은 안된다. 쨈 뚜껑을 하얗게 제소로 칠해서 생일날 아이들이 꾸밀 수 있게 해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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