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작, 산후우울증
내게 처음 우울이 온 것은, 물론 생각하다 보면 이게 정말 처음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처음으로 나의 우울을 해결해야겠다 생각이 든 때는 약 1년 전, 2021년 11월이었다. 나는 아마도, 그리고 후에 진단받기로도,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그 해 4월에 둘째가 태어났다. 첫째 때는 부모님이 오시지 않았지만, 둘째 출산 때는 첫째 때문에도 그렇고, 출산 후에 엄마의 음식을 먹고 싶기도 했고, 엄마아빠 방도 하나 내어 줄 수 있기도 해서, 엄마아빠를 불렀다. 무비자로 독일에 머무를 수 있는 90일을 꽉 채우시고 부모님은 한국으로 돌아가셨다. 남편은 개인사업을 하고 있어 내가 원하면 언제든 와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울은 나에게 왔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매사에 의욕이 없었고, 울고 싶었고, 갑자기 화가 났다. 이런 나를 인지한 건 9월 말, 10월 초쯤이었지 싶다. 크리스마스에 한국에 가기로 비행기표를 끊어 두어서 그때를 보며 기다렸다. 아이들을 남편에게 맡기고 무작정 산책을 하고, 나가서 벤치에 앉아 마음을 다스렸다.
이러다 안 되겠다 싶어 나의 주치의 선생님께 달려갔다. 아직 돌 도 안된 아이를 바닥에 매트를 깔아 눕히고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선생님은 ‘많은 사람들이 산후우울증에 걸리지만, 아직도 병원에 오거나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나는 수유에 영향이 없는 약을 처방받고 급히 신경정신과 예약을 잡을 수 있는 소견서를 받았다.
소견서를 받고도 가만히 몇 주를 방치했다. 약 먹으니 괜찮은 것도 같았고, 단유를 하니 호르몬에 의해 널뛰던 기분도 좀 진정되는 것 같았다.
그러다 코로나가 다시 심해졌다. 한국행이 환영받지 않았다. 12월 비행기표를 취소하면 아무런 수수료를 물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다음 해 여름에 또 한국에 가야 할 일도 생기면서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한국에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몸이 달았다. 이대로 여름까지는 절대 못 버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