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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pper Sep 18. 2023

산만한 엄마로 산다는 것

ADHD 엄마가 아이를 키운다면 

나는 되게 쿨한 엄마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유식을 직접 하겠다며 유기농 식재료를 찾지도 않고 

아이 주변의 모든 물건을 소독 티슈로 닦지 않고 

그저, 셋째 아이를 키우는 듯 유별나지 않게 그렇게 키우려고 했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 


그런데, 결과는? 

'털털하게 키우는 것' 그 이상이었다. 


나는 기본적인 것도 못지키는 엄마였다. 


매일 수유시간이나 수유량을 기록해야하는 산모 수첩 기록은 물론 아이의 의식주와 관련한 모든 것을 대충하거나 미루기만 했다. 


아이가 무척 순했는데, 그렇기에 그냥 아이가 크면 별일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병원가는 게 너무 귀찮아, 예방접종마저 돌 이후에는 가지 않았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기본 접종이 많이 빠진 것을 알고 부랴부랴 해야했다. 어이없어 하는 병원 직원들 앞에서 이리 저리 변명하는 것은 너무 익숙했다. 


애초에 누군가의 보호자가 될 자질이 없는 것 같았다. 


털털하게 키우는 것을 넘어 기본적인 건강과 안전까지 지켜주지 못했다. 아이는 아토피가 심한 피부였지만, 기본 보습이나 목욕 챙겨주기는 너무 힘든 일이었다. 왜 내 아이의 피부는 이런 것일까 하며, 분노와 걱정, 노심초사와 수치심, 불안감과 우울증을 오갔다. 


다른 친구 엄마들과 관계를 맺는 것은 더 어려웠다. 도무지 아이가 같은 나이라는 이유만으로 쉽게 친해지고 대화를 하며 관계를 맺는 엄마들이 이해가 되지 않고 어려웠다. 나는 너무 선을 지키느라 겉돌거나, 스스로 외로움을 자처하며 홀로 앉아 있었다. 아마 그들은 내가 재수없었을 것이다. 


나는 육아에 대한 자신감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일을 다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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