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말을 넘어선 ‘아이유만의’ 말
아이유 다섯 번째 정규 앨범 [LILAC]
음악
★★★★☆
재미
★★★★☆
총점
★★★★.5
라일락은 겉보기엔 이별 노래다. 아이유의 대표곡인 좋은 날 같은 느낌으로, 노래는 밝고 가사는 슬픈 형태이다. 물론 라일락 가사는 슬프긴 해도 아주 애통한 정서는 아니고, 이별을 긍정하고 있다. 그렇긴 해도 주제가 ‘이별’이다 보니 대중의 기본적인 정서에는 ‘아쉬움’이 좀 묻어나기 때문에 음악을 처음 접했을 때는 음악이 뭔가 가사랑 노래가 따로 노나, 싶은 공백을 준다고 생각한다. 꽃잎이 만개한 듯한 상큼한 곡을 곧이곧대로, 허나 의문스럽게 받아들이던 청자는 이 채워지지 않은 공간에서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슬픔을 한 번 되감는 것이다. 그렇게 기쁜 멜로디는 맴도는데, 찝찝한 슬픔이 남으면 곡이 끝난다.
아이유는 곡이 끝났다고 이야기를 끝내지 않는다. 라일락에서 말하는 이별이 단순 연인 간의 이별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고 분명히 짚어준다. 그가 중요하게 꼽는 메시지는 ‘나와 20대의 안녕’이다. 그제서야 ‘얼마나 기쁜 일이야’ 라는 가사가 말이 되기 시작한다. 20대를 떠나보내는 건 물론 아쉬움도 있겠지만, 익숙하던 나이의 앞자리를 가진 시기를 지나서 새로운 단계로 가는 서운함과는 또 다른 설렘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본인이 곡을 관통하는 정서인 ‘아름다운 이별’에 부여한 개인적인 견해를 통해, 극적이면서도 미세하게 틈이 벌어져 있는 듯한 노래가 다 이해되는 것이다. 왜냐면 20대를 떠나보내는 사람들에게 분명히 비슷한 정서의 생각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싱어송라이터의 위치에 있는 아이유가 유달리 감성적인 사람이라고 쳐도, 시원섭섭한 마음이 드는 건 모두가 그럴 것이다.
만약 라일락의 해석이 단순 연인 간의 이별로 끝났다면, 그렇게 보편적이지 않은 ‘기쁜 이별’, ‘아름다운 이별’의 정서를 건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종류의 몰입이 필요할 텐데, 여기에 ‘나이듦’이라는 모두에게 익숙한 주제, 본인이 ‘스물셋’ 부터 한참이나 고찰하는 중인 주제를 덧입혀서 음악을 걸리는 부분 없이 이해시켰다.
이제 아이유치고 극적이던 이 노래가, 본인이 잘하는 장르가 됐다. 바로 ‘자기 얘기.’
남들 다 갖다 써도 되는 꽃말에도 새로운 사족을 붙일 수 있는 아이유가 대단하다. 동시대 그 어떤 가수보다 유독 나이듦에 대한 고찰을 깊이 있게 하는 듯 보여서 재미있다. 그것이 아이유만의 강점으로 작용하리라 생각한다. 그 사람의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음악으로 다 들려서. 그게 또 마냥 낯선 것들만은 아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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