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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목요 May 15. 2024

<바다의 얼굴들> 출간과 전시

첫 그림책 출간과 첫 개인전시에 대하여

출간한 지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출간기념 원화전시가 끝난 지도 10일이 지났다.

이렇게 다 지나버리고 나서야 출간과 전시에 대해 돌아보며 글을 쓴다.









4월 첫날 거짓말처럼 나의 첫 그림책이 출간되었다.

엣눈북스와 함께 지난 1년이 넘는 시간을 애쓰며 만들어온 결과물이다.

표지에는 내 이름이 크게 들어가 있지만 사실 엣눈북스의 편집자님이자 대표님, 빵이사님, 소금까치 디자이너님들, 인쇄소, 교정자님... 많은 분들의 공이 들어가 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함께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감사한 시간이었다.


아래는 출간을 하며 쓴 작가후기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 글을 쓰기 위해 3일을 고민했다.)



파도를 그리는 일이 무서웠다. 내가 파도를 어떻게 종이 위에 담는다지?
하루는 그저 종이를 노려보기만 했고 하루는 종이를 책상 위에 내버려 둔 채 도망쳤다.
하지만 내가 그리지 못한 파도는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나를 기다렸다.
이 책의 화자가 자신에게 새로운 바다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했던 것처럼 나 또한 나에게 그러고 싶었다.
완전하지 못하더라도 내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 없이 가장 연한 연필을 들어 종이 귀퉁이에 끄적거렸다. 그다음 날은 조금 더 귀퉁이에서 벗어났고 그렇게 1cm씩, 한 뼘씩 그려 나갔다. 그렇게 모인 물결이 파도가 되었다.

물결 하나하나는 모두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둥글고 뾰족하고 밝고 어둡다.
도저히 어떤 모양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모양도 있다.
규칙성 없이 일렁이는 파도에 몸을 맡기듯 그림에 몸을 맡기다 보니 어느새 이 책이 나의 새로운 '바다의 얼굴'이 되었다.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리고 오래 망설이게 되더라도,
영영 잊히지 않을 기억들로 문득 슬퍼지더라도
결국 모두 각자의 바다를 마주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출간 후 거의 바로 전시준비를 시작했다.

전시할 그림을 추리고 액자를 맞추고 드로잉 노트들을 정리하고 작은 그림들 몇 개를 전시오픈에 맞춰 새로 그렸다.

전시장에 찾아주는 분들이 구매하실 수 있도록 몇 종류의 굿즈도 준비했다.







감사하게도 작년에 전시제의를 해주셨던 모모미님의 새로운 공간 plot room과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

효창공원역 근처에 있는 작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휴식 같은 전시와 책을 탐험하는 reading (plot) room 등 작고 느슨한 즐거움을 도모해 나가는 곳이다.


개인전시는 처음이라 내가 정말 전시를 하는 건가? 실감이 잘 나지 않았고 매 순간 나를 의심하면서 해야 할 일들을 해나갔다.

그 시간들에 엣눈북스 두 분과 모모미님께서 꾸준히 용기를 불어넣어 주셨다. 모든 상황에 일일이 겁을 먹는 저를 잘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흑흑.










엣눈북스의 실세, 보리가 지하철을 타고 전시를 보러 와주었다.



'아무도 오지 않으면 어쩌지? 그림이 한 점도 팔리지 않으면 어쩌지? 나에게 원한을 가진 자가 와서 깽판을 치면 어떡하지?' 걱정이 되어 잠이 잘 오지 않았지만 (사실 나는 늘 잠을 잘 자지 못한다. 그리고 모든 일에서 일단 최악을 상상하는 편이다.)

많은 분들이 찾아주었고 많은 그림들이 판매되었고… 누구도 깽판은 치지 않았다.






전시 첫날 오픈시간이 조금 못되어 방문해 주신 분이 있었다. 누가 먼저 그림들을 사버릴까 봐 연차를 내고 달려왔다는 것이다. 이 분은 천천히 둘러보며 그림 세 점을 고르셨고 얼굴 가득 미소를 띠며 내게 전시를 해줘서 감사하다고 여러 번 말씀해 주셨다. 이상한 일이었다. 당연히 내가 감사할 일인데...

이상한 일들은 전시 내내 이어졌다.


그림에 담긴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떠올려주신 분들, 오래 바라보며 눈으로 사진으로 담아주신 분들, 기다려왔고 또 앞으로를 기대하겠다고 말씀해 주신 분들, 비 오는 날 축축한 길을 걸어 방문해 주신 분들, 오랜 인연들과 친구들, 작가님들, 울고 웃어주신 모든 분들을 나는 차곡차곡 소중하게 기억하게 될 것이다.


모두 고맙습니다. 봄날의 다정한 기억으로 남기를 바랄게요.






엣눈북스 https://www.instagram.com/atnoonbooks/


plot room https://www.instagram.com/plot_room_shop/




<바다의 얼굴들> 원화전은 바닷가의 한 서점에서

6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다시 열릴 예정이에요.



<바다의 얼굴들>은 온라인서점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등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전국의 작은 서점들에서도 구매할 수 있어요. 재고는 각 서점으로 문의해 주세요.



온라인서점과 SNS, 블로그에 남겨주시는 후기는 제가 읽고 또 읽으며 감사해하고 있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제가 갑자기 좋아요를 눌러도 너무 당황하지 마세요...

너무 신기하고 좋아서 그래요.




최근에 했던 인터뷰 기사입니다.

책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마음을 나눌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었어요.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69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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