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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목요 Apr 12. 2022

겨우, 이렇게, 혼자



새벽 3시. 얼마 자지 못하고 잠에서 깼다. 냉장고에서는 간헐적으로 지이잉 모터 돌아가는 소음이 났고, 아랫집에서 틀어놓은 티브이 소리가 바닥을 뚫고 올라왔다. 가로등 불빛이 창문을 통해 새어 들어오는 밤. 어제와 다른 장소에 누워 다른 천장을 바라보는 밤. 나는 왜 이곳에 와있을까. 





다이소에서 산 천 원, 이천 원 가격표를 미처 떼지 않은 생필품들이 이곳을 채우고 있다. 값이 나가는 거라곤 삼성 냉장고와 드럼세탁기뿐인 것 같은 이곳을 그럭저럭 정돈하고 앉아서, 나는 그래도 이곳이 마음에 든다고 생각했다.  


혼자 있을 수 있는 물리적 공간.  

노크 없이 들어오는 누군가에게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공간. 마음껏 괴로워해도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공간. 그런 곳을 찾아 257km 달려온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아랫집 남자의 하품하는 소리와 바람에 창문이 덜컹이는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렸다. 나는 겨우, 이렇게, 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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