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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a Sep 17. 2023

지구 멸망을 기다리며

에세이

SF 판타지 영화들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멋진 미래사회의 발전상을 보여준다.

대게 외계인 침공, 악당의 등장, 행성충돌, 기후 위기 등 멸망 직전 지구를 누군가의 (주로 미국 국적의) 힘으로 지켜내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나는 어릴 때부터 SF와 히어로무비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판타지 물은 더더욱 좋아하지 않아서 마지막으로 본 판타지 영화가 학창시절 때 단체 관람으로 본 ‘반지의 제왕’일 정도다.

(그렇다.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어벤저스 시리즈를 본 적이 없다.)

뭐 그래도 미래를 그린 영화중에서는 코믹에 가까운 ‘백 투 더 퓨처’나 시사고발뉴스와 다름없는 영화 ‘돈 룩 업’ 아주 좋았다. 다시 보고 싶을 만큼.


그렇게 영화속에서 조차 나와는 먼 이야기였던 미래의 지구가 최근 들어 조금 궁금해졌다.

‘음. 이러다 곧 지구가 멸망하겠군. ’

하고 생각한 적이 몇 차례 있기 때문이다.


‘지구 멸망의 날’을  처음 현실 세계속으로 끌어들인 것은

해외에서 살다가 오랜만에 한국에 잠시 들어왔을 때였다.

사진에서 본 것처럼 서울 하늘이 정말 온통 누런 빛인 거다.


‘와. 이건 영화에서 지구가 망하기 직전쯤 보여주던 장면 같은데. 인터넷에서 봤지만, 정말 한국의 미세먼지가 이 정도라고?  이런 곳에서 앞으로 계속 사는 건가?

아니면 소설에서 본 것 처럼 인류는 거대한 돔을 만들고 그 안에서 올망졸망 티격태격 아웅다웅 살아가게 되는 걸까?‘


이후에도 나는 몇 차례 국제 뉴스를 접하면서 지구 멸망을 떠올렸다.

코로나 팬데믹의 지속, 러-우 전쟁의 지속, 처리된 오염수까지(혹은 오염된 처리수?)떠안게 된 바다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지구멸망 당위론자가 된다.


굳이 윤리적 시선이 아니라 경제논리로 계산해 봐도

이 정도면 망해도 싸다. 아니 망하고 다시 리셋하는 게 경제적이다.

너무 비관적인거 아니냐고?  이 글을 쓰다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만약 인류가 멸망하면, 또 다시 아메바 수준의 미생물의 진화과정을 거쳐 새로운 인류가 나타나고 그들은 구석기부터 다시 시작하는 건가?


그래! 어쩌면 우리도 지구에 처음 발 딛은 게 아니라,  N번째 인류인지도 모를 일이지.  미스터리 한 고대유물들은 그래서 존재했던 거라구!



나는 지구의 미스터리를 풀어버린 (하지만 해결책이 없어서 지켜보기만 하는) 천재 과학자처럼 두려움보다는  슬픈 미소를 지으며 그저 지구 멸망을 관조할 참이다.


내가 N번째 인류의 우주 먼지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모든 고민이 가벼워졌다. 그러니 고민이 한가득인 당신, 당장 SF 영화를 보며 지구 멸망을 기다리라구.






영화 돈룩업의 한 장면. 지구 멸망중에도 아리아나그란데는 예쁘고 노래를 정말 잘한다.


BGM_Just look up

https://youtu.be/86lSiv3W2pM?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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