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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a Sep 14. 2023

예능 '나는 솔로'와 오욕칠정'

방송리뷰


‘나는 솔로 16기’를 보다가, 문득 '오욕칠정'이라는 불교용어가 떠올랐다.

정확한 용어해석을 찾아보니 오욕이란 재물욕(財物慾)·명예욕(名譽慾)·식욕(食慾)·수면욕(睡眠慾)·색욕(色慾)을 말하고, 칠정이란 기쁨(喜)·성냄(怒)·근심(憂)·두려움(懼)·사랑(愛)·미움(憎)·욕심(欲)을 말한다. 오욕의 우선순위는 사람마다 다를 듯 하나, 칠정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겪는 감정들이라고 한다.




출처 : 한국아이닷컴

'나는 솔로'에서 영자의 감정은 ‘근심’이다. 7세 아이를 혼자 키우느라 개인시간이 많지 않은 그녀에게, 이것은 일생일대의 짝을 찾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니 어떻게든 누군가를 만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관계를 해치게 까지 만드는 주요 감정인 듯하다. 나 역시 지나친 근심이 관계의 본질을 망치는 과오를 종종 한 바가 있다. 대의 부모들이 ‘근심’에 사로잡혀 아이와의 관계 엉망으로 만든 경험 한  씩은 해봤을 거라 생각한다.


영숙의 감정은 ‘미움’에서 비롯되어 보인다. 함께 출연한 출연자들에 미움이 아닌, 자신이 살아온 과거에 대한 미움. 과거에 그녀가 어떤 ‘산전수전공중전’을 겪었는지는 광수도 상철도 시청자도 알 수 없으나,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과거에 사로잡혀있는 듯 보인다. 그래서 과거의 모든 순간이 그녀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물에 대한 트라우마, 길고양이에 대한 두려움 등 짧은 영상 속에서만 그녀를 볼 수 있음에도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 늘 ‘과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보였다. 누구나 지우고 싶은 과거의 한 순간이 있다. 영숙으로부터 과거의 나에 대한 후회와 미움은 타인에 대한 적개심과 경계로 이어진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내가 나를 용서하고 이해하고 포근하게 안아줘야 하는 이유다.







 옥순은 ‘사랑’이 많은 여자다. 사랑스러운 눈웃음과 (스스로 밝힌 바와 같이) 부모에게 많은 사랑과 보호를 받으며 자랐으며, 그에 맞는 적당한 에티튜드를 갖추고 있다. 게다가 SNS에서 공개된 럭셔리한 일상까지...

 그녀에게 제법 많은 사람들은 질투심을 느꼈을 것이다. 특히 여자라면 비슷한 유형의 동료나 또래를 주변에서 본 적이 있을 터. 다이어트라고는 평생 해본 적도 없을 것 같은 가냘픔(초등학생 이후 저런 가냘픔을 가져본 적이 없는데?), 경제적 여유(경제적 여유에서 비롯된 것인지 영상 속 그녀는 제법 마음까지 여유롭고 너그러워 보인다.),  남자들의 관심과 인기를 갖춘 즉, 다수의 여성들이 주변에 한 번쯤은 보며 부러워했던 과거의 어느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현숙은 ‘욕심’으로 고민하고 있다. 물론 현실적이고도 행복한 욕심이다. 믿음이 가는  사람과 이성적으로 끌리는 사람 중에 고민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해할 만한 상황이다. 그러나 머리자신을 속일 수 있다 해도, 몸은 속일 수 없다고 했던가.

 현숙이 보이는 설렘 그녀가 유일하게 영호와 하는 데이트에서만 엿보인다. 결혼을 앞둔 여성들이 한  쯤은 해봤을 바로 그 고민!

믿음직스러운 사람과 끌리는 사람 중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가?

 이 고민을 십 수년 전에 한 후, 조금 더 살아본 자로서 첨언한다면 ‘둘 다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가 남더라.’ 그러니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자신의 빛나는 순간을 만끽하시기를.




 흥미로운 점은 저 짧은 영상 안에서도 광수는 인간이 가진 ‘칠정’의 감정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사랑’을 향해가는 마음에 기뻤다가 주변인들이 흔드는 말들에  '두려움' 을 느낀다. 두려움은 곧 '미움'이 되어  '근심' 가득 차자 그는 교회에 가서 눈물을 쏟아낸다. 두려움이 정서를 지배면서, 남은 기간 또 다른 사랑이라도 쟁취하겠다는 마음이 앞서 정숙과 순자에게까지 대시를 하는  '욕심'을 부린다. 결국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되자, 그는 타자를 향해 '성난' 마음을 쏟아붓는다.

 이 대목에서 사람들이 광수에게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 역시 이해가 된다. 어떤 이는 광수가 최대 피해자며 불쌍하다고 하며, 어떤 이는 남의 말에 휩쓸리는 광수가 한심하다고 말한다. 이는 어디까지나 과거 자신이 당하거나 행했을 잊고 싶은 모습에서 비롯된 거울 효과일 테니, 각 의견이 다른 것도 당연하다.


그럼에도 ‘나는 솔로’가 전해주는 몇 가지 메시지들은 매우 흥미롭다.


인간의 첫인상이란 그저 외모에 대한 호감과 불호일 뿐, 사람을 깊이 알게 되면 얼마나 부질없는가.

루머의 루머의 루머가 사람사이의 관계와  공동체를 얼마나 쉽게 파괴할 수 있는가.

무엇보다 남녀의 교제는 ‘노력’만으로(영자), ‘끌림’만으로(영수) 혹은 누군가의 공작에 의해서(영숙)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러므로, 나와 당신은 영숙과 광수를 '허파 디비지게' 비난할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광기와 찌질함에 대해 ‘경각심’ 가지고 찬찬히 둘러볼 참이다. 분명히 내 안에도 있다. 오욕 그리고 칠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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