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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a Oct 08. 2023

[비스킷]_ 김선미

서평

나는 소설에 대한 선호도가 분명한 편이다.


여성작가의 소설보다 남성작가의 소설을 좋아한다.

유럽 작가의 소설을 좋아하지만 남미 작가의 소설은 어렵다.

일본작가의 소설은 읽지만 중국 작가의 소설은 즐기지 않는다.

판타지 소설, SF소설도 전혀 읽지 않는다.

그림책이나 아동문학은 좋아하지만 청소년 소설은 대체로 읽지 않는다.

쓰고보니 이건 뭐 거의 편독에 가깝다.


청소년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교육적인 목적이겠지만 -

지나치게 현실을 부정한 채 삶을 미화한다거나 아름답게 포장하는 것도 싫고,

무엇보다 내 청소년기가 뭐 그닥 아름답지 않았던 까닭도 있다.


 나에게도 간혹 눈에 띄는 청소년 소설들이 있었다.

아주 오래전 읽었던 '완득이'나 최근작 '순례주택', '아몬드' 같은 작품은 수작이다.


 내가 수작으로 뽑는 청소년 소설의 공통점은

 대체로 무거운 주제를 읽기 쉽게 써내려가고,

 고난에 빠진 주인공의 성격은 상황에 비해 쿨하다.

 또, 대단히 복잡한 구조의 서사나 등장인물보다는 소소한 이야기와 주변인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심리적 변화와 성장과정에 포커스가 맞춰진 책이다.



최근에 읽은 김선미 작가의 '비스킷'은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 문학상 청소년 부분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에 가깝게 뽑혔다는 광고문구에 낚여서(?) 출간되자 마자 구입했다. 정말로 1차 심사위원단이 수십명의 중학생들이었다고 하니 그들의 픽이 궁금했다.


비스킷은 '보이지 않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다. 자존감이 낮고 이런 저런 이유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들... 그들은 비스킷이라는 이름으로 투명하게 변해가다가, 사회에서 존재감이 없는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언뜻 무거운 주제를 작가는 참 쉽게 풀어냈다.

  



비스킷은 마음의 한 부분이 계속 짓밟혀서 존재감을 잃은 거야. 네가 시든 꽃을 땅에 다시 심듯이 우리도 비슷킷을 세상에 발 딪게 해 주고 싶은 것뿐이야.



엄마가 그런 고민을 하는 줄은 몰랐다. 내가 좋은 아들이 아니니 엄마도 굳이 좋은 부모는 안되어도 되는데, 엄마가 좋은 부모가 되어 버리면 나도 좋은 아들이 되어야 할 테니 부담스러운데, 그냥 나는 엄마가 엄마여서 좋은데.


책 속의 주인공이 혼잣말하듯 던지는 저 말이 나에게는 깊은 위로가 됐다.

책에서 위로를 받는 다는게 이런 거였지 하고 떠올린 청소년 소설. 강력히 추천한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강박을 버려야 아이도 조금은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지만 쉽지 않다. 나는 여전히 아이를 키우는 일이 '평가'를 받는 일인양 무겁고 짓눌리며 편치 않다.

 그래서 언젠가 내 아이도 책속 주인공 처럼 저렇게 말해주면 좋겠다.

좋은 엄마가 아니어도 좋다고, 그냥 엄마가 엄마여서 좋은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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