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퇴치위원회
기말고사 7일 전, 교실의 분위기는 사뭇 진지하다. 수업하기 가장 좋은 시기. 어느 때보다 나를 바라보는 그대들의 눈빛에 생기가 돌고 집중력이 넘친다. 그러다 갑자기 사이비 종교의 메시지가 울렸다.
"아무개가 영어시험에서 볼펜 굴리기로 75점 맞았대!"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한 문장에 그 공간에 있던 아이들의 눈이 일제히 커지며 간절함을 듬뿍 담은 레이저로 그 '복음'을 이야기한 교주와 같은 아이를 경건한 마음으로 바라본다. 시험을 앞둔 아이들에게는 지구가 둥글고, 물은 100도에서 끓는다는 것보다 더욱 더 사실이길 바라는, 믿고 싶은, 그래서 그 신비한 힘이 나에게도 적용되길 간절히 바라는 그런 '복음'이지만, 시험은 거들뿐 뭐라도 하나 더 공부해서 얻어 가길 바라는 이 보통교사에게는 참으로 반갑지 않은 '사이비'의 교리다. 진상 확인을 하고 싶은, 해야만 하는, 그 결과가 거짓이길 바라는 이야기다. 마치 금방이라도 생길 것 같은 이 신흥 종교(자칭 볼펜교)를 어떻게 퇴치하지 고민하는 찰나, 한 줄기 빛같은 천사의 음성이 모든 것을 해결했다.
"야 그거 75점 아니고, 7.5점이야."
아-
일제히 터지는 탄식과 헛웃음에는 짙은 아쉬움이 묻어난다. 아무 미동 없는 듯한 연기를 하는 나조차도 속으로 가슴을 쓸어 내렸다. 내가 할 일이 사라졌다는 안도감도 가득이다. 그리고 그 탄식에서 나는 기분 좋은 기운을 느꼈다. 분명 그것은 '안도감'이었다. 아닌 척 해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의 것이리라.
교실 속 사이비를 퇴치 해야 하는 할 일이 사라졌다. 오늘도 교실은 무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