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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치사냥꾼 Nov 19. 2020

치아바타와 막걸리

아무페어링

치아바타와 막거리를 페어링해본다.

어린시절 붕어빵에 팥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루는 붕어빵장수께 팥을 넣지말고 밀가루만으로 붕어빵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기다려야만 했지만 감내했다. 허나 기대와는 달리 팥 없는 붕어빵은 맛이 그닥이어서 실망했다.

그리고 오늘 올리브치아바타를 토스터에 데워 막걸리와 먹었다. 이게 웬일, 어린시절 내가 바라던 그 맛이 아니겠는가. 겉은 바삭하면서 안에는 눈 녹듯 부드러운 흰살이 가득한 빵. 그렇게 나는 20년도 더 된 과거의 나를 만났다.

그와 동시에 며칠 전 들은 라디오가 떠올랐다. 단 한치의 흔들림 없이 항시 고운 전기현 아저씨의 목소리가 먹먹한 울음으로 자꾸 멈추었던 순간. 한 인간의 감정이 전파로 충만히 느껴졌던 순간. 아마 엄마와 관련된 내용이었겠지. 그래서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지. 쓸데없는 안부를 물으려, 내일도 볼텐데.

막걸리가 달다, 지평생막걸리. 지 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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