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붕어빵에 팥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루는 붕어빵장수께 팥을 넣지말고 밀가루만으로 붕어빵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기다려야만 했지만 감내했다. 허나 기대와는 달리 팥 없는 붕어빵은 맛이 그닥이어서 실망했다.
그리고 오늘 올리브치아바타를 토스터에 데워 막걸리와 먹었다. 이게 웬일, 어린시절 내가 바라던 그 맛이 아니겠는가. 겉은 바삭하면서 안에는 눈 녹듯 부드러운 흰살이 가득한 빵. 그렇게 나는 20년도 더 된 과거의 나를 만났다.
그와 동시에 며칠 전 들은 라디오가 떠올랐다. 단 한치의 흔들림 없이 항시 고운 전기현 아저씨의 목소리가 먹먹한 울음으로 자꾸 멈추었던 순간. 한 인간의 감정이 전파로 충만히 느껴졌던 순간. 아마 엄마와 관련된 내용이었겠지. 그래서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지. 쓸데없는 안부를 물으려, 내일도 볼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