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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치사냥꾼 Jan 30. 2022

언덕배기 작은집

본격 아파트 투자기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부동산에 관심이 커졌다. 정확히 말하면 '자산으로서의 부동산'이라 할 수 있는데 그전까지는 부동산을 취향의 공간으로 여기는 정도였다. 게스트하우스 창업을 위해 강릉이나 제주의 단독주택을 알아봤다거나, 나만의 케렌시아를  구축하기 위해 좋아하는 동네들, 성북동과 서촌 그리고 해방촌, 에 전세를 얻어 아지트로 활용했다. 그 공간들에서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청춘의 추억들을 쌓았고 개인의 취향을 확고히 할 수 있었기에 후회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그리고 실리적으로 따져보면 막대한 기회비용을 치렀다. 특히 첫 아지트를 얻던 2016년에는 갭투자도 고려하고 있었고 실제로 여러 부동산에 컨텍하여 계약을 시도했기에 아쉬움이 더 크다. 만약 그 때 갭투자를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안다, 투자에서 가장 어리석은 것은 '만약'을 생각하며 후회하는 것임을. 하지만 교훈으로 삼고자 복기 해볼 필요는 있다. 무엇보다 그 때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 때의 나는 그러고도 남을 나였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2020년 늦여름 나는 서촌 한옥을 매수하려 했다. 누하동에 위치한 대지 18평, 건물 8평 정도의 소형 한옥이였으며 매가는 약 5억 수준으로 기억한다. 퇴사자가 되려는 열망과 서촌살이에 대한 동경이 어우러져 서촌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되고자 했다.  실제 방문을 하고 계약을 고민하던 찰나, 브레이크를 걸어준건 다름 아닌 결혼이였다. 그즈음 지금의 아내와 연애를 시작했고, 그 연애는 이전의 비혼주의자로서의 연애와는 사뭇 달랐고, 결국 결혼까지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이 나르시시스트에서 리얼리스트로 변모하는 시기였다. 반칠순 인생 중 가장 격변의 시기였지 않나 싶다. 만약 그 때 한옥을 매수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안다, 인생에 '만약'은 없다는 것을.


서촌 아지트
해방촌 아지트


그리고 2020년이 왔고 3월 아내의 부모님을 처음 만나뵙고, 그 다음날 지금 살고있는 신혼집을 매수했다. 그당시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고점이다, 폭락한다, 꼭지다 등의 말들이 난무할 정도로 이례적인 상승기였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결과는 어떠한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만약 그 때 매수를 하지 않고 전세로 살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라는 질문은 리얼리스트이기에 더이상 하지 않는다. 대신 만약 그 때 아파트를 보는 눈이 있었다면, 부동산에 대한 지식이 어느정도 쌓였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질문을 할 것이다. 왜냐하면 무지했기 때문인데, 더 근본적인 이유는 사실 경치에 환장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나름 수박겉핥기식으로 공부하여 '신축', '대단지', '역세권', '초품아', '직주근접'을 필수요소라 생각했고 충분히 적합했다. 다만 이것들보다 '조망'이라는 요소에 가장 큰 비중을 두었고 이로 인해 반대급부로 얻게되는 '언덕'을 과소평가했다. '언덕'은 그 어떤 요소보다도 사람들이 꺼려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매일 그 언덕을 오르내리며 출퇴근하면서 뼛속 깊숙이 새겨넣었다. 또한 평형을 선택하는데 있어서도 실수를 범했다. 당시 코로나가 심하지 않았거니와 1인 가구의 증가세가 강했기 때문에 소형평수에 대한 니즈가 늘어날 것이라 생각했다. 허나 안타깝게도  보편적으로 소형평수란 전용 59㎡ 였고 내가 선택한 것은 전용 49㎡ 초소형평수였다. 그때만 하더라도 소형, 국평, 대형에 대한 개념이 없었고, 그저 둘이서 잘 살 수 있을 정도면 된다고 생각했다. 바로 이 생각, '나'를 기준으로 아파트를 선택한 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 아파트는 거래상품이다. 즉, 거래에 참여한 사람들이 선호도가 높을수록 가격이 올라간다. 아, 지금 알고 있는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만약 그 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대답할 수 없다. 왜냐하면 지금 이 집이 너무나도 좋기 때문이다. 신라호텔 부럽지 않은 남산뷰가 언제나 반겨주고 숲으로 둘러쌓여 사계절을 고스한히 느낄 수 있고 고지대의 고요함이 가득한 언덕배기 작은집, 홈스윗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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