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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Apr 16. 2022

햄릿 Hamlet /독후감191

혹시 햄릿 Hamlet이 어느 나라 왕자인지 나만 몰랐나?

작가 셰익스피어가 영국에서 출생했기 때문에 혹은 그의 극작품들이 런던에서 공연되었기 때문일까?




비극적인 이야기나 슬픈 마무리를 선호하는 편이 아니다.

사랑하며 즐겁고 행복하며 즐거울 일도 많은데 굳이 그 반대편의 무엇들과 가까이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책 읽기를 다 마치고 등장인물을 되새겨 본다.

햄릿도 죽고, 햄릿과 썸을 탔던 오필리아도 죽었다. 선왕先王이었던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두 달도 못되어 삼촌과 결혼한 어머니도 죽게 되고, 왕위를 이어받은 삼촌 클로디어스도 죽이고, 오필리아의 아버지인 재상 폴로니어스도 죽이고, 그의 오빠 레어티즈도 결투 중 죽게 된다.

 죽은 이보다 죽지 않는 이를 찾기가 어렵다.


햄릿의 왕가王家 모두가 죽은 것이고, 오필리아의 가족 모두가 죽은 것이다.

햄릿의 광기狂氣는 아버지의 의문의 독살로부터 시작되었고, 오필리아의 익사溺死도 제 아비 폴로니어스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독살의 의문을 풀기 위한 아들 햄릿의 행동은 살인죄를 지은 왕에게 영향을 미쳐 간접적으로 재상까지 죽게 된다. 급작스러운 아비의 죽음에 대한 허망함 때문에 오필리아는 들꽃으로 화환을 만들기 위해 떠돌아다닌다.

 특히나 오필리아의 죽음은 런던 테이트 브리튼 Tate Britain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존 에버렛 밀레이 John Everett Millais가 그린 [오필리아 Ophelia, 1852]로 인해 더욱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 있을 만큼 그는 왜 그렇게 비극을 썼을까?

작가 연보를 읽어봐도 그렇게 슬픈 삶을 겪진 않은 것 같은데. 셰익스피어는 보통 이야기를 새롭게 지어내는 천재라기보다는 주어진 이야기를 재구성 혹은 재해석하는 천재라고 말해진다. 그는 자유롭게 다른 작품들로부터 소재를 빌려왔고 자기 의도에 맞추어 그것을 자르고, 붙이고, 늘리고, 틈새를 메우는데 천재였다.

[햄릿]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 비극의 골자를 이루는 이야기에 생동감을, 인물에 입체감을, 평범한 끝장 드라마 이야기에 새롭고 깊은 의미를 부여했다. ([햄릿]의 직접적인 출처는 지금은 없어진 [햄릿 원형]이라고 추정된다.)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천재인 그는 비극을 통해 관객의 삶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하며 얼마나 현재의 삶이 감사한지 느끼게 해 준다. 죽은 이들을 통해 형제간의 우애, 부부간의 사랑, 부모의 사랑, 자식의 효도, 남녀 간의 사랑 모든 것이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셰익스피어는 비극을 통해 삶과 죽음 사이에서 생길 수 있는 거의 모든 문제를 다루고 있다. 왕좌를 두고 클로디어스가 자기 형이었던 선왕 햄릿을 죽이는 형제간의 시기와 음모, 질투와 살인.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두 달도 못되어 삼촌과 결혼한 어머니에게 보이는 햄릿의 미움과 사랑. 햄릿과 오필리아라는 두 청춘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과 같이 [햄릿]은 존재라는 테두리 안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질 수 있고 또 가져야 하는 삶의 모든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대본 형식으로 쓰여 덕분에 나 자신도 등장인물이듯 책을 읽게 된다.

광대와 동료가 오필리아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는 어릴 적 TV에서 보았던 마당놀이가 연상되기도 했다. 소설이 아닌 공연을 위한 대본을 읽는다는 것이 독서의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물론 덴마크 왕자 이야기 [햄릿] 자체를 거창하게 본다면 개인, 가족과 국가차원에서 의미를 따질 수도 있지만 ‘왕’이라는 단어를 빼는 순간 ‘우리’ 삶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셰익스피어는 좀 더 우리에게 흥미롭게 다가서기 위해 비극적으로 좀 더 막장 스토리를 유용한 것이다. 다음 문장은 대본에 한 번만 나왔지만 읽는 내내 급박함과 절실함을 느끼게 해 주며 계속 연상된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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