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성원 Apr 09. 2022

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독후감190

 ‘페라리 Ferrari를 살 때는 일시불로 사도 좋지만 그래도 자동차 구매 프로그램에 따라 60개월 할부로 구매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목돈이 빠져나가는 것이 부담될 수도 있으니까요!!’ 


책에 이런 이야기가 쓰여 있진 않다.

대신 버진 갤럭틱 Virgin Galactic (버진 그룹의 회장인 리처드 브랜슨이 설립한 우주여행회사)에서 사전 예약하고 있는 6분가량의 우주여행에 20만 달러를 내라고 충고한다.

 2억 원정도의 돈으로 ‘이탈리아 스포츠카를 살 것이냐 6분짜리 우주여행을 갈 것이냐’ 선택을 고민하게 한다. 이런 고민은 어떤 가치가 있을까? 가치가 있긴 할까?


 돈을 쓰는 것이 내 삶을 바꿔 놓는다면 2억 원이든 20만 원이든 별반 차이가 없을 수 있다. 2억 원짜리의 차 car를 사든 20만 원짜리 티셔츠를 사든 둘 다 만족하고 행복할 것이다. ‘내돈내산’ 제품은 나에게 행복을, 내 생활에 약간의 변화를 가져다 주지만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How long 그 행복과 그 변화가 지속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난 아직도 15년 전에 산 브리오니 Brioni 진갈색 티셔츠를 너무나 희열을 느끼며 입고 다닌다.)

 페라리를 타본 적이 없는 자아自我인지라 얼마나 오랜 만족감이 유지되는지 말할 순 없지만 매일 시속 300km로 아니 200km를 밟을 순 없을 것이다. 그래도 얼마 전 자차自車를 구매하기 위해 유튜브 조사를 한 바에 따르면 운전할 때 내가 보지 못하는 외관보다는 운전하며 볼 수 있는 자동차 내부의 시트와 컬러에 조금 더 옵션을 신경 쓰라는 조언에 한 표를 던진다.

그래야 좀 더 오랜 만족감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6분가량의 우주여행에 20만 달러를 쓰라는 이유는 경험이 오랫동안 남아 우리에게 행복을 남겨주기 때문이다. ‘물건’보다 ‘체험’을 구매할 때 좋은 이야깃거리가 생긴다.

 20달러도 되지 않는 책에서 자꾸만 20만 달러나 되는 우주여행 이야기까지 꺼내는 이유는 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체험적 구매’를 선호한다면 좀 더 높은 만족감을 가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체험을 구매하면 두고두고 웃을 만한 추억이 생길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인생사가 더욱 풍성해진다.

 사실 버진 갤럭틱은 우주선 발사를 지켜보는 파티를 열고 모임을 계획하는 등 우주비행사 커뮤니티도 준비한다. 새로운 소식을 즉시 공지할 뿐만 아니라 우주여행의 꿈이 점점 현실이 되고 있음을 우주 비행사들(버진 갤럭틱의 고객들)이 확인하게 해 주고, 우주 비행사들을 서로 연결시켜 주기도 했다.




 그래도 솔직히 현실적으로 페라리를 거부하긴 힘들다.

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페라리를 산다고 마음먹었다면 선先결제 후 차는 제작 후에 인도引渡받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렇다!! 조금 적합하지 않고, 과한 예시라는 것을 인정한다!!

 ‘선 지급, 후 소비’ 습관을 들이면, 기다리는 즐거움과 소비하는 즐거움이 배가되는데 더해 그 밖의 지출 원칙을 잘 지켜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소비와 지급을 잘 분리해 놓는 것이 소비의 만족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안다!! 사람들은 지출을 고려할 때, 소비 지연에 대한 비용을 치르지 않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다음 달 신용카드 값에 휘둘리게 되는 것이고, 직불카드 대신 또다시 신용카드를 긁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제 페라리 얘기는 그만두는 대신에,

소액이라도 기부를 하면 우리의 행복감이 상당히 증가한다고 말하고 싶다. 워렌 버핏이 자산을 99% 기부한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할 필요까지는 없다. 지출할 금액의 소액 정도라도 문제없다. 5달러?? 20달러?? 문제없다!!

자신에게 지출한 액수는 전반적인 행복감과 관계가 없다. 

지출을 많이 한다고 해서 행복감이 높아진다는 법은 없다. 그보다는 ‘어떻게 지출하는가’가 훨씬 중요하다. 기부를 하더라도 내 기부금이 정확히 어디에 누구에게 영향이 미치는지 알게 되면, 자선활동의 효과를 확실이 느끼게 되는 만큼 나는 더욱 행복해진다. 자선단체에 기부한 사람들은 통장잔고의 숫자보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금전적으로 더 여유를 느꼈으며, 돈 관리도 더 잘했다.


책에서 말하고 있는 핵심적 의미의 ‘당신이 지급을 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은 모두 과학적으로 입증된 지출 비결이다.

사실, 다음 달 생일에 앞서 와이프가 갖고 싶은 선물이 무어냐고 묻기에 톡으로 2022년식 페라리 사진을 보냈다. 우주여행을 혼자 가고 싶다고 말하긴 너무 힘들더라.

매거진의 이전글 삶의 물음에 '예'라고 대답하라 /독후감189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