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부모는 마주 보고 서 있지만 발 딛고 서 있는 바닥은 서로 분리되어 있는 상황이 떠오른다. 아이의 바닥이 사춘기로 흔들거린다 부모의 바닥이 갱년기로 흔들린다. 때론 서로의 바닥이 동시에 흔들거리면 그날 이 가정에서 누구 하나는 미친 사람처럼 소리 지르고 휴대폰을 내던져서 깨뜨린다. 의자가 부서질 수도 있고, 무엇 하나 깨질 수도 있다. 그리고 몇 날 며칠 동안 서로에게 아무런 말이 없다.
이런 기간에는 아이들 키우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어렵게 느껴진다.
뭐 하나 웃을 일이 없고 맥이 쭈욱~ 빠진다. 무언가 계속 찜찜하다.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보면 부모님과 냉전이었을 때 나만 눈치를 보고 부모님들은 하나도 힘이 안 드는 줄 알았다.
내자식이라도 사춘기 아이들이 마냥 이쁘지만은 않다. 때론 얄밉기까지 하다.
내가 비정상일까? 나에겐 부모라는 관용은 없는 걸까? 이러다가도 서로 사이좋게 지낼 때가 있다. 이럴 땐 아이 키우는 것만큼 쉽게 느껴지는 것도 없다. ‘뭐 어려울 게 있간디?’
사춘기인 아이가 문제라기보다 그걸 이해했다가 이해하기 싫었다가 하는 내가 문제가 아닐까 싶다. 해결책이라고 찾아보고 읽어보면 이미 아는 듯한 당연한 내용에 우아하고 이상적理想的인 이야기뿐이다. 그런데 내가 약간 마음만 고쳐먹는다면 (넓게 가진다면) 정말 이런 이야기들이 도움이 된다. 사춘기 아이를 키우는 해결책이라기보다 사춘기 부모의 마음을 다잡아주는 책이다.
‘중2병’은 엄밀히 말하면 ‘사춘기’라기보다 소위 ‘미친 사춘기’이다.
사춘기 기간 중 피크인 때를 빗대어 말하는 것인데 우리가 ‘중2병’을 사춘기로 생각하는 이유는 중2 무렵이 남녀공통적으로 사춘기를 경험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럼 이 시기에 아이들은 왜 그렇게 잠을 잘까?
사춘기 잠의 원인은 뇌의 리모델링 때문이다. 유아동기를 거치며 급하게 성장하느라 복잡하게 얽혀 있던 시냅스를 정리해야 하는데 이 정리를 잠자는 휴식시간에 진행하게 된다. 또한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 분비 시간이 늦춰져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진다.
성장 호르몬 생성을 위해서 최소 6시간 이상의 수면이 필요하고, 새벽 2~3시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왜 그렇게 반항하듯 말대꾸를 해댈까?
먼저 부모가 가장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은 아이의 말대꾸를 ‘반항’이라고 여겨 버릇을 고치려고 강압적으로 훈육하는 것이다. 어른을 이겨 보고 어른한테 대들어 보는 경험도 성장에 필요한데 이 필수 경험을 가장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장소와 대상이 ‘우리 집’의 ‘부모’이다.
부모의 엄한 훈육과 완벽한 논리로 녹다운당한 자녀는 사회인이 되었을 때 윗사람에게 주눅 들고 자기주장을 제대로 펴지 못할 확률이 높다. 아이의 말대꾸를 자유로운 자기표현으로 들어주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늦게 일어나서 밥도 못 먹으면서 화장하는 일은 빼먹지 않는 아이는 왜 그럴까?
인간은 사춘기에 들어서야 각 사람들의 얼굴을 정확히 구별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발달하게 된다. 뇌 발달 과정에서 시각을 담당하는 후두엽이 이때 발달하게 되는데 눈에 보이는 것이 매우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시냅스가 정리되면서 사고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 역시 발달하게 되면 친구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확인하고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시기가 사춘기이다. 이런 이유로 인생에서 친구의 비중이 크게 자리 잡게 된다. 불안한 교우관계는 성적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다.
성적은 다시 올릴 수 있지만 문제가 생긴 교우관계는 성적보다 회복하기 힘들다. 자기가 속하는 친구 무리를 통해 나를 확인하려고 하기 때문에 친구 무리의 이미지가 나와 동일시되어 나를 확인시켜 주고 안정감을 준다. 교우관계는 공부의 방해 요소라고 생각해선 안되며 건강한 교우관계를 맺어야 공부도 제대로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춘기 시절에 연애를 하겠다고 한다면?
중고등학생 중 의외로 연애하는 아이들이 많다. 연애를 하고 싶으면 공부를 하라는 조건부 허락은 자녀와의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관계에 많은 시간을 쏟으면 공부에 해가 된다는 사실을 아이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연애가 학업에 미치는 결과에 대해 자녀와 이야기를 나눠보아야 한다. 득 보다 실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한다면 똑똑하게 해야 한다. 또한, 학생으로서 스킨십에는 분명한 기준을 정해 그 약속은 부모와 자녀, 자녀의 이성 친구와 꼭 지키는 것을 전제로 연애를 허용해 주어야 한다.
사춘기 공부는 ‘이인삼각 경기’이다.
결과가 좋은 이기는 게임이 되려면 부모는 아이 옆에서 격려하고 넘어지면 함께 일으켜 주며 도와야 한다. 수학적 지능이 아무리 높더라도 개념이 잡혀 있지 않으면 고등 수학 난이도를 따라잡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아무리 심한 사춘기가 왔다고 해도 수학 공부만큼은 멈춰서는 안 된다. 수학 다음으로 놓지 말아야 하는 공부는 국어와 비문학 어휘 공부인데 대입 수능에서 지문이 길고 처음 보는 내용이 많아 사고력, 어휘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사춘기라 견디면서 해야 하는 것이 공부이기도 하다.
틀린 문제는 다시 틀리기 마련이다.
시험을 가장 효과적인 공부 방법으로 여기고, ‘시험에서 배운다’는 생각을 갖는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지는 버리지 말고 모아 놓으면 시험지 몇 장으로 중학교 교과 과정을 빠르게 복습하면서 부족한 부분이 어딘지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극상위권 학생들의 공통점이기도 하고, 교육부 가이드라인을 따른 시험 문제는 학습 필수 내용을 담은 엑기스이기 때문이다.
사춘기도 다 사람 사는 과정이라 가정 안에 답이 있다.
사춘기는 몸이 자라는 만큼 마음도 자라야 한다.
자녀와 갈등을 피하려고 눈치를 보거나 무조건 맞추는 태도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부모의 권위를 내세우려고만 해서도 안 된다. 올바른 부모의 권위란 부모로서 일관성 있는 태도와 단호함으로 훈육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사람 대 사람으로 자녀에게 이해를 구하고 화해를 시도하는, 부모가 솔직하고 인간다운 면을 보이는 것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가족이라서 당연히 이해해 줄 거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당연한 것은 없다. 소중할수록 가꿔야 하고 가까울수록 예의를 지켜야 하는 관계가 바로 가족이다. 사춘기 아이가 바로 나의 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