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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뽈뽈 Jun 23. 2022

내 방만큼 나를 잘 나타내는 공간도 없다.

21년 5월 <시선을 당기는 문장들>

<시선을 당기는 문장들>은 일상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문장을 모아 곱씹고 뜯어보는 콘텐츠입니다. 사소한 것이라도 맘에 들면 다 되새겨 봅니다.


2021 서울 리빙 디자인 페어에서 줍줍한 문장들을 소개합니다.


당거주의

발음이 비슷한 '단 거'와 'danger'를 재밌게 활용했다. 보는 순간 피식하고 은근히 기억에 남는 이름이다. 저 인쇄물이 아마 지나가면서 받은 리플릿이었던 것 같은데, 한 면에는 제품 사진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제품 자체에 대한 설명은 '프리미엄 수제 카라멜'이 다인데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캐러멜은 땅콩 카라멜이나 밀크캬라멜이 전부라..



Dansk

내 집, 내 방은 내 취향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공간이다. 각종 가구와 소품, 물건들이 나의 생활패턴과 소비 스타일 등을 보여준다.

이 브랜드의 가구를 쓰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생각이 들었고, 문구 옆 좁은 틈새로 남의 방을 엿보는듯한 연출도 좋았다.



UND, DESKER, ergo system

짧지만 인상적인 슬로건 세 가지

우리 제품이 얼마나 착석감이 좋은지 일단 앉아보라는 의미의 Please Sit!

일과 삶의 긍정적인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WORK SMARTER, LIVE BETTER

다소 낯선 디자인을 경쾌하게 풀어내는 Sit. Move. Alive.



탐킨

사용자가 직접 조립하는 가구 브랜드 탐킨은 부스 한편에 자사 가구 조립할 때 쓸 수 있는 부품을 두었다. 작은 센스를 엿볼 수 있었던 포인트.



아키스케치

벽 대신 걸려있던 포스터의 제목을 보고 가까이 가보았다. 휘몰아치는 유머러스함과 약간의 모호함을 느껴 다 읽지 않고 지나쳤다. 나는 이제까지 이 회사가 가구 판매하는 곳인 줄 알았다. 가구 3D 모델링에 대해 조금 더 명확하게 핵심만 쓰여있었다면 더 관심이 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꿀건달

잠깐 구경하고 지나쳤는데 왠지 이 꿀 맛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곳 대표님은 하고 싶은 거 다 즐기면서 사는 분이실 것 같다고도 생각했다. 물론 여기 제품 먹어본 적도 대표님을 뵌 적도 없지만.. 뿜어져 나오는 위트가 묘하게 '제품력'과 '은은하게 도라 버림'에서 나오는 자신감으로 느껴진 것 같다.



렉서스

크기가 꽤 됐던 렉서스 부스 중앙에는 계단이 하나 있었다. 따라 올라가면 부스를 한눈에 둘러볼 수 있도록 해놨었는데, 그 길을 VISIONARY ROAD라고 표현한 것도 시각적으로 귀엽게 나타낸 것도 디테일을 참 잘 챙겼다고 느껴졌다. 

이 날 렉서스는 새 자동차 모델과 함께 각종 공예품을 전시했는데, 자동차 회사에서 웬 이런 걸..?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알고 보니 렉서스에서는 2017년부터 '크리에이티브 마스터즈'라고 부르는 공예가들과 협업해 매년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고민과 정성이 깃든 작품들에 이어 렉서스의 새 모델 LF-30까지 하나의 공예품처럼 보이게 했던 전시는 렉서스가 추구하는 크래프트맨쉽(≒장인정신)의 앞으로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XYZ BY KIMU

벽면을 하나의 투표지로 만들어 관심도와 참여도를 높이고, XYZ BY KIMU가 다루는 일들에 대해서도 바로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대비되는 색감과 직관적인 캐치프레이즈를 사용해 시선을 끈 점도 좋았다.


무엇보다 XYZ에 담긴 의미가 머리를 탁 치는 느낌이었다. 우리 사회 속에 알든 모르든 언제나 존재하는 사회문제를 가장 끝에 있지만 없어서는 안 될 알파벳으로 비유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부정적이고 우울한 문제들을 키치한 느낌으로 풀어내려고 한 것이 정말 좋았다! 사회문제는 어떻게 보면 인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같은 문제라도 '안쓰럽다. 안타깝다. 도와준다'보다는 '정진한다. 주도적으로 해결한다.'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문제 해결에 더 좋은 영향을 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XYZ BY KIMU의 분위기에 더 마음이 갔다.



니얼

종일 대기줄이 있던 니얼 부스. '니얼의 지구 정복 프로젝트에 함께 하자!'는 콘셉트로 어디를 보나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는 구성이었다. 되짚어보니 신기한 점은 친환경 마스크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어디에도 친환경이라는 말은 없다. 대신 올려다보면 부스를 둘러싸고 있는 하나의 스토리 같은 일러스트와 문구들로 풀어냈다.

 

마스크 체험존과 (지구 정복을 위한) ID카드 발급 존으로 나뉘었는데 콘셉트 자체도 직원분들도 전부 유쾌하고 재치 있는 느낌이어서 인상 깊은 부스 중 하나였다. 마지막 사진의 채용공고까지도 콘셉트를 놓지 않았던 니얼 칭찬해..!



윤현상재

'나를 에워싸는 일상에 대해서......'

<일상의 위요감>이라는 주제로 하나의 전시장 같았던 윤현상재.(위요감-무언가에 둘러싸여 있는 느낌) 여러 디자이너들이 우리의 일상에 존재하는 것들과 그 관계에 대해 풀어냈다. 모든 작품과 모든 설명이 '아!' 하는 느낌을 줘서 계속 다시 보고 싶던 전시였다. '관점을 달리 해서 보라.'는 말을 들어도 익숙하지 않았던 나에게 남의 생각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는 기회여서 정말 좋았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것들도 가만히 시선을 두다 보면 문득 다른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비교적 단순하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느낌이었는데, 작품들을 보고 나서 '아 이렇게 표현하는 거구나'를 느꼈다.



부스를 돌면서 줍줍한 로고들.(파란색 The Artisans Spirit은 바닥재 브랜드 구정마루의 슬로건이다.)

갖가지 서체와 두께와 디자인이 재밌어서 모아보았다.




21년 5월의 <시선을 당긴 문장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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