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박스가 왔다
빠글빠글 곱슬머리 풀린 할머니랑
오른쪽 냉골인 방에
귤 박스를 놔두고
손에서 새콤달콤한 냄새가
물에 씻어도 남아 있을 때까지
할머니의 노동을
아무것도 모르는 손녀들이
귤을 까먹는다
칠십이 넘은
아직은 곧은 허리에
손에는 짐 가방을 쥐고
배 타고 건넌
제주도 귤 농장에서
귤 박스가 왔다
빠글빠글 곱슬머리 풀린 할머니랑
노인들이 가득한 방에
바다 건너 손녀를 놔두고
손에서 찬바람 겨울 냄새가
물에 씻어도 남아 있을 때까지
할머니의 노동을
아무것도 모르는 손녀들이
귤을 까먹는다
칠십이 넘은
아직은 곧은 허리에
돈 봉투 든 가방을 쥐고
배 타고 건넌
제주도 귤 농장에서
귤 박스가 왔다
빠글빠글 곱슬머리 풀린 할머니랑
알알이 꽉 찬
귤 한 박스는 만원
커다란 박스에
만원을 채우고
봉투에 만원을
가득 채우고서
할머니의
아르바이트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