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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솔 May 26. 2021

건강불평등 (1)

사회복지 글쓰기 - 첫 번째 이야기

현상에 머무르지 않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사회복지 글쓰기를 합니다. 읽는 자는 쓰는 자를 이기지 못합니다. 쓰는 자는 실천하는 자를 넘어서지 못합니다. 부지런히, 읽고, 쓰고, 실천하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습니다.


인권에 대해 감수성이 높아야 하는 최일선의 사회복지 영역에 일하면서도 현상에 머물러, 거시적 관점에서 ‘건강 불평등’의 문제에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지난해 김승섭 교수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과 ‘우리 몸이 세계라면’이라는 책을 읽으며 건강도 사회적 불평등 문제와 깊게 관계된다는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건강이란 단순히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하게 안녕한 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WHO는 건강의 개념을 과거 의료적 관점에서 벗어나 사회경제적 조건 등을 고려하여 보다 적극적이고 광범위하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건강개념의 변화는 오늘날 건강 수준을 측정하는 지표에도 변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으며,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경제적 지표들이 서서히 포함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건강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전통적인 건강지표 즉, 영아사망률, 각종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 발병률 외에 ‘건강기대여명’, ‘경제적 이유로 인한 필요 의료서비스 미치료율’, ‘과부담 의료비 지출 가구율’, 매일 흡연율, 알코올 소비량, 성인의 비만율, 본인부담금 비중, 국민의료비 증가율 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 국가의 건강 수준은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측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건강지표가 한 국가 내에서 평균적인 건강 수준은 어떤 인구집단 전체의 평균적인 건강지표의 수준을 의미합니다. 평균적으로 평균수명이나 영아 사망률 등이 그 예가 될 것입니다. 이를 평균적 개념의 건강 수준이라고 합니다.

계층 간, 지역 간에 어떻게 분포하는지를 측정하는 것도 건강 수준을 측정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이것이 분포적 개념의 건강 수준입니다. 분포적 개념에서의 건강 수준은 우선 지역에 따른 건강 수준의 차이를 파악하고 그러한 차이를 가져오는 요인들을 파악함으로써 보건정책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자원의 배분과 관련된 결정을 내리는데 필요한 기준을 제공해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00세 시대를 맞이할 만큼 이미 평균적 건강 수준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분포적 개념의 건강 수준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 간 건강격차나 소득격차에 따른 건강불평등에 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부분을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에서는 ‘건강 서울 36.5’라는 대형 공공 건강정책 프로젝트를 추진한 바 있는데 이는 대표적인 분포적 개념의 건강 수준을 높이기 위해 지역 간 건강격차와 계층 간 건강불평등을 완화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국민의 건강 수준은 직접적으로 보건의료제도의 성과와 건강의 비의료적 결정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보건의료제도의 성과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보건의료의 질, 보건의료 접근성, 의료비 등 우리가 건강보험, 병의원에서의 의료서비스 등 보건의료제도 속에 포함된 각종 활동들로부터의 결과가 좋아야 할 것입니다.

반면, 건강의 비의료적 결정요인은 보건의료제도에 포함되지 않은 사회, 경제, 물리적 환경과 개인의 생활방식이나 행태를 말합니다. 세계 보건기구는 흡연, 음주, 비만, 영양 등 건강행태가 전체 질병부담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대기, 수질, 작업 환경 등 환경적 요인도 주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보건의료체계를 벗어난 비의료적 요인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사회경제적 요인 등 비의료적 요인에 따른 건강 수준의 차이를 파악하는 것도 보건자원과 인프라가 부족한 현실을 감안할 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정책결정권자에게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


과거에는 비위생적 환경 등과 관련하여 감염성 질환이 많았던 것에 비해 현대사회에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악성 신생물 인자에 의한 사망이 늘고 있습니다. 그 원인을 분석한 결과 질병은 음주, 흡연, 식습관, 혈압관리 등 개인의 생활습관 및 건강행태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즉, 식이, 운동, 금연, 금주 등 개인의 건강생활실천 노력을 강조하는 보건정책이 주류를 이루게 된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개인의 건강행태 개선이 생각보다 쉽지 않고 그 이면에는 더 근원적은 조건들이 있을 것입니다. 즉,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사회적 건강결정요인으로 스트레스, 소득, 교육, 실업과 고용안정, 근로조건, 어린 시절의 발달상태, 식품 불안정성, 주거환경, 사회적 배제, 사회안전망, 보건의료서비스, 해외 이민자, 장애 등을 들 수 있으며, 그중에서도 ‘소득’은 가장 중요한 사회적 결정요소라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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