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늘 섣불리 결정하고 후회하는 나의 습관적인 패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제가 항상 조급해서요. 같은 출발선상에서 시작한 사람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저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람 같아요. 아무 가치가 없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마다 스스로를 견디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어쩌면 제가 욕심이 너무 많은 걸 수도요. 나를 똑바로 바라보는 이야기를 할 땐 타인을 보고 말하는 게 너무 어렵다. 상담 선생님과 나 사이 세월이 묻은 흰색 책상을 바라보던 시선을 들어 앞에 앉아계신 상담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선생님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묵묵한 표정이셨다. 평소와 달리 선생님이 말씀을 하시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다. 나는 괜히 조마조마한 마음이 되어 어떤 말씀을 이어나가실지 기다리고 있었다.
“혹시 최근에 어느 티비 프로그램 000 보셨어요? 다섯 쌍둥이를 기르는 어머님 이야기인데요. 아이가 다섯 명이다 보니 앞뒤로 2명씩 들쳐메고 한 명은 품에 안고 계세요. 어떻게 보면 아비규환이거든요, 앞에 애들 밥 먹이는데 뒤에 애는 울지, 한 명 울기 시작하면 또 다 따라 울지... 그런데 어머님은 그냥 애들을 들쳐업고 견디시는 거예요. 둥가둥가 하시면서 그냥 그 시간이 흘러가기를 바라며 버텨내시는 거죠. 불안을 견디는 연습을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아기처럼 불안을 들쳐메고 둥가둥가 하시는 거예요. 답이 당장 나오지 않을 땐 섣불리 해결을 해야겠다고 덤비는 것보다 시간을 두고 그렇게...”
질문이 아닌 조언의 말씀을 하시는 날은 흔치 않았다. 그 방향이 옳던 그르던 일단 빠르게 문제를 파악하고 빠르게 해결방안을 찾고 빠르게 행동하고 빠르게 피드백을 받고 빠르게 재수정을 해서 빠르게 다시 움직이는 것이 습관처럼 몸에 붙어있던 나는 그렇게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는 지점에 와있는 현재를 생각했다. 그러니 섣불리 목적하지 말고 아무것도 아닌 시간을 견디는 연습이라니. 아무것도 아닌 나를 견디는 시간이라니.
다섯 쌍둥이를 앞뒤로 들쳐업고 견디는 어머님처럼요.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겠으나 일단 둥가둥가 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