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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도 Apr 24. 2024

진심의 주도권

진심이었던 말과 행동들이 왜곡되어 받아들여진다고 느껴질 때마다 한 신뢰하는 어른의 조언을 되새긴다.


"어렸을 적엔, 내가 진심으로 말하면 누군가에게 그대로 전해질 줄 알았다? 근데 어쩌면 진심의 주도권은 타인에게 있는걸지도 몰라. 걍 받아들이는 사람 마음인거야.


타인이 내 진심을 알아주어야한다는 기대를 접어. 타인이 원하는 말이 뭔지 관찰해서 그걸 해주던지, 아니면 네가 '진심'으로 말했다는 것에 스스로 만족하고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길 내려놓던지 해야지."


이야기를 들으며 나를 포함한 몇몇 사람들이 스쳐지나갔다. 타인을 점점 쉽게 믿지 못하게 된 이유는 상처받았기 때문이야. 누군가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었다가 배신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야. 점점 적당히 가볍고 좋은 말만 하게 되는 이유는 어떤 마음이 관계에 대한 책임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걸 알기 때문이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점점 더 잘 알게 되기 때문이야. 알쏭달쏭한 타인을 알아가는 모험이 두렵기 때문이야.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는걸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야. 사람의 마음이 그렇게 다뤄져서는 안된다는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신중해지기 때문에.


다 성장하는 과정이야- 노련히 다시 수업 내용으로 돌아가는 목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그래도 진심의 주도권이 제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내 마음을 믿어주지 않으면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근원적인 동력을 어디서 얻어야할지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그래서 중요하구나, 생각하면서도 어떤 말을 들어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하며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은 과연 언제쯤 길러질 수 있으련지 아득했다. 언제 뵈러 가도 늘 일정하신 어른을 보며 그런 마음을 가지시기까지 겪으셨을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얼마나 많은 기대와 내려놓음을 반복하면 저런 중심점을 가질 수 있을까? 에혀. 숨을 짧게 들이마시고 다시 수업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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