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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치훈의 커피 탐험 Jan 29. 2024

커피회사 대표가 10년간 커피 공부한 방법

과학이 종교인 시대

얼마전 작은 커피 대회가 하나 있었다. 난 운이 좋게도 그 대회의 심사를 할수 있게 되었다. 대회의 핵심은 이것이었다. 자유롭게 커피를 준비해오고 심사위원들에게 에스프레소를 제공한다. 2명씩 대결을해서 토너먼트식으로 올라가게되며 최후의 한 사람이 1위를 하게 된다. 

심사위원의 주관이 많이 들어가는 대회이고 "재미와 유쾌함"에 초점이 꽤 맞춰져있었다.  논리적인 근거와 심사의 세밀한 체점방식보다는 어떻게든 심사위원을 한번 만족시켜봐라라는 의미가 강했다.

이 대회에서 내가 가장 인상깊었던 한 대결이 있었는데, 그것은 챔피언이 탄생하던순간도, 3위와 4위가 결정되던 순간도 아니었다. 

32강전에서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두사람의 대결이었다.

한사람은 에스프레소광이었다. 

논문, 칼럼등을 참조해서 추출에 미세한 유량을 조절하며 추출을 했다.

초반과 후반에 압력이 다르게 설계한 이유와 그에 따른 유량조절에 대한 수많은 설계가 있었고 듣고 있으면 정말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수밖에 없었다.

최근 커피공부는 논문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질타를 받을만큼 과학적 권위가 중요해 진것도 이런 사람들의 탄생에 한몫을 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한사람은 크게 긴장하지도 않았으며 그냥 단순한 추출을 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만장일치로 두번째 참가자가 이겼다. 

두번째 참가자는 즐거워했고, 그가 이긴것에 큰 비결이 있지는 않았다. 그냥 그가 좋아하는 커피를 좋아하는 방법으로 추출한것 뿐이었다.

첫번째 참가자는 자신의 패배요인을 후반부 추출유량 세팅이 1g정도 많았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난 이것이야말로 커피 공부의 진수가 담겨있다고 생각했다.

이 일화는 나에게 큰 지침이 되었다.

이야기를 이어가기전에 지금의 한국 커피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해보고 싶다. 

커피 시장이라기보다, 바리스타현실 그리고 커피 공부에 대한 이야기다.

아마도 지금은 그 어느때보다 커피 전문가가 많은 시대이다.

여러분도 겪어왔겠지만, 선생님마다 이야기가 다르고 유튜버와 책마다 이야기가 달랐던것이 커피 시장이었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보다 검증된 자료와 이론들이 필요했고 공신력있는 사람들의 발언에 더욱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오게 된것이 "논문"이다.

지금의 커피 시장은 "논문 주의"라고해도 될만큼 논문을 읽고 그것을 토대로 커피하는것에 대한 환상과 동경이 크다. 

"뜸 들이는거 30초동안 하는게 맞나요?"

"논문에 나와있어요"

참 재밌다고 생각한다. 

그 어떠한 분야도 이런식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보통은 "제가 해보니까 그렇던데요?"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근데 커피 시장에서 워낙 "내가 해보니까 그렇던데"가 많다보니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기위한 최후의 한수가 "논문"인것이다.

근데 몇몇 커피 논문들을 보면 그 논문이 만들어진 토대가 얼마나 나약한지 알게 될것이다. 방법론과 실험의 진행방식은 너무나 전문적이지만, 설계 자체가 잘못된 경우가 꽤 많다. 그 이유는 실험 설계 자체가 실제 실무자들이 한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것은 꽃향기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줄 추출 방법인데, 

브라질 커피로 실험을 하는것과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물론 논문이 나쁜것은 절대 안디ㅏ.

많이 공부하고 이 분야가 널리 알려지는것은 전반적인 한국 커피 시장의 전문성을 더욱 강하게 만들테니까.

하지만 정작 중요한 사실은 그럴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이다. 

바리스타는 과학자가 아니다.

바리스타는 화학자도 아니며, 물리학자도 아니다.

"논문주의"는 너희도 공부를 할수 있는데, 왜 시도조차 하지 않느냐고 바리스타들을 다그치는것만 같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타고난 환경과 살아온 세계가 다르다.

난 정말 꾸준히 커피를 공부해왔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대회와 내가 공부해온 스타일은 잘 맞지 않았다.

(이 이유는 다른 글에서 조금 더 다루고자한다)

5년전 시작한 유튜브에는 내가 공부해온 것들을 나누고자한 흔적들이 가득하다.

국내에 나와있는 책과 해외에 나와있는 책도 거의 다 읽어봤고, 유명한 칼럼니스트의 글과 논문들을 모아서 직접 공부하고 정리하고 사람들에게 나누기도 해왔다.

하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고 이제 한번 실제로 적용해보자!

라고하면 생기는 일들이 있다. 

결과가 반대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커피가 바뀌면 결과가 바뀌는 경우도 많다.

커피는 정말 어렵다.

처음엔 쉬웠다가 하면 할수록 더욱 복잡해지고 오리무중에 빠진다.

바뀌지 않는 것들이 있을까?

최전방에서 커피하는 실무진들에게 큰 영향을 주면서도 꽤나 과학적인 지식들이 있을까? 최근 유튜브를 만들어오면서 그런 생각을 더욱 간절히 하게 되었다.

한국 커피 교육 시장은 오늘 이야기에 나온 모든것들이 혼합되어있는 혼돈의 시대이다. 아마 커피 교육자들이 가장 괴로울것이라 생각한다. 

하면 할수록 더욱 조심스러워 질것이라 생각한다.

유튜브에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오고, 논문을 읽고 그 논문의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맹신하는 자들의 판단이 그들위에 드리워진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것은 바로 혼돈의 해독제이다.

물론 이 책이 다시한번 혼돈을 불러일으킬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검증되고 보편화된 지식과 상식적으로 이해되는 이론과 실험을 실어보고자 한다.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난 커피 업계로 치면 말 그대로 언더독중에 언더독이다.

예전에 대구에 운영하던 작은 쇼룸에서 굉장히 재밌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그날은 한 관광고등학교 선생님께서 나에게 간곡한 부탁을 하셨었다.

"오늘 커피에 큰 꿈을 가진 학생한명이 대표님 매장으로 찾아갈거에요. 바쁘시겠지만 좋은 말씀 꼭 부탁합니다" 

그렇게 그 친구는 우리 쇼룸에 왔고 수줍어하며 자리에 앉았다.

나는 따뜻한 커피 한잔을 내려줬다.

그때 매장으로 나와 비슷한 나이의 남자 한분이 들어왔다. 

그분도 일상적으로 커피를 주문하시고 자리에 앉으셨다. 

꿈나무 바리스타와 나는 몇마디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 친구는 꿈에 부풀어있었다. 좋은 회사에서 바리스타로 일도하고싶고 대회도 꿈꾸고 있었다.

옆에 앉아있던 그 남자분은 한참을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우리 곁으로와서 충격적인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했다.

"커피 하지마요. 서울 메이저급 회사들은 저희같은 작은 업체는 사람취급도 안합니다, 애초에 성공할수가 없는 구조에요."

그가 어떤 이야기들을 이어갔고 어떤 회사들의 만행들을 이야기했는지는 이 글을 통해 모두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것 같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학생과 나는 참 많은 생각에 빠져들게 되었다. 

커피가 좋아서 시작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그 마음을 모으고.

하지만 챔피언이 되지 않으면 그 모든것은 소용없는것인가란 생각.

하지만 언더독인 나도 챔피언을 꿈 꿔본적이 있었고, 핸드드립부터 커피를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커피에 대한 책이 몇권 없었기에 책한권을 몇번을 읽었는지 모르겠다. 

첫 시작은 당연히 핸드드립이었다.

이쁘게 물한방울 떨어지지 않게 뜸들이는 방법부터 일정하고 정교한 물줄기까지. 정말 오랜시간 연습을 했다.

주변 커피 학원에서 수업도 들었다.

 커피 추출의 초반에는 신맛이 나오고 중간에는 단맛 후반에는 쓴맛이 나온다는 수업을 듣고 그것을 맹신하며 몇년을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커피 추출에 푹 빠져있다가 로스팅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때는 로스팅에 대한 환상이 가득했다. 커피가 맛이 없으면 모두 로스팅이 잘못되었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때였고, 로스팅만 잘하면 커피가 환상적으로 맛있어 질거란 생각을 했다. 그당시 카페들을 다니면서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이게 언더인가?"

"이 커피는 베이크드되어서 맛이 플렛한가?"

(내가 꽤 잘하는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여전히 초보인것이다)

그러다가 맛있는 커피를 만나게되면 그집 사장님이 신처럼 보였다. 

2016년쯤이었는데 그 당시부터 나는 CoE옥션 샘플이나 파나마 에스메랄다 샘플, 그리고 한국의 주요회사들의 비싼 커피들은 모조리사서 직접 볶아봤다.

몇년간은 아무리 로스팅을 연습해도 만족되지 않아서 무료로 나눔을 많이 했었다.

처음에는 수망으로 몇개월을 볶다가,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면 내 커피가 나아질것 같아서 "이리조즈"라는 팬로스팅을 시작했다. 이리조즈라는 팬로스터는 내부 구조가 과학적으로 교반을 용이하게하고 댐퍼의 역할을하는 구멍들이 있어서 커피가 엄청 잘 볶인다는 광고가 있었다. 

그때 나는 "이건 혁신이야!"라고 생각했다.

핸드 로스팅을 할때마다 마치 종교의식을 하듯 온 정성을다해서 볶았다. 한번에 30분 동안 수분날리기를하고 일정하게 흔들면서 버너의 화력과 팬의 높낮이를 기록했다. 거기다가 이리조즈를 개조해서 온도계를 달고 프로파일을 만들기도 했다.

몇개월 후 통돌이 로스터를 구매했다.

이지스터가 100g급 직화 로스팅기를 출시해서 구매했다.

부자로스터를 구매했고, 스트롱홀드를 구매하게 되었고, 트리니타스를 샀다가 지금은 로링과 프로밧을 쓰고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로스팅 이론을 마주했고 실험을 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잘 안되다는 것이었다. 

내 생각대로 잘 안된다.

결과가 늘 달랐고, 그 원인점이 무엇인지 도무지 파악이 되지 않았다.

지금 와서는 그 이유를 알것 같다.

(이 책의 후반부에 여러분도 이해하게 될것이다)

그렇게 생두공부와 커핑을 시작했다.

커핑을 처음 시작했을때의 나는 자만심의 하늘까지 올라가있었다.

수백잔의 커피를 경험해봤고 몇년간 카페도 수백군데를 갔다. 이런내가 커피 맛을 잘 모를리가 있나?

그런 나는 첫 커핑을 큐그레이더 시험으로 경험했다.

그 당시 내가 큐 그레이더 시험을 문의했던 곳에서는 "열정만 있으면 가능합니다"라고했고 바로 250만원을 결제하고 일주일간 사전시험과 시험을 치뤘다.

가서보니 반이상의 사람들은 큐그레이더 사전 교육반을 수강한 사람들이었고, 나만 아니었다. 

첫 커핑은 말그대로 충격의 도가니였다.

모두 휘황찬란한 노트를 이야기하고 커피들간의 차이는 귀신같이 구별해내는데, 나는 커피가 다 똑같게 느껴졌다. 

운이좋게도 나는 큐 그레이더를 땄고 한동안 어깨에 힘이들어가서 주변 카페들을 다녔다. 

그러다 커피 산지를 가게 되었다.

솔직히 사람들은 산지를 가면 좋은 커피를 싸게 잘 구해오고 돈을 많이 벌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말도 안되는 일이다.

첫 산지를 갈때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커피하는 놈이 한번은 다녀와야지"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 어느새 매년 10개국 이상의 커피 오리진을 다니게되었다.

좋은 커피를 싸게 못구해오는데 왜가냐고 묻는다면, 여전히 이 길에 배움이 있기 때문이다. 

난 그리 똑똑하거나 고등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한 논문이라는 형식이 부담스럽고 어렵게 다가오니 말이다.

(하지만 커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지만 배움을 사랑한다.

죽기전까지 커피를 배우고 싶다.

근데 그 배움이란 늘 활자속에만 있는것은 아니다.

이 글 혹은 책은 블랙로드의 교본이다.

난 동료들이 내가 겪어온 오류들을 겪지 말았으면 한다.

근데 여러분도 알겠지만 한국 사람들을 고집이 참 쎄다.

핸드드립을 하면 로스팅을하고싶고 로스팅을하면 생두를 핸들링하고싶어진다.

즉 내가 직접해보기전까지 남을 잘 믿지 않는다.

그리고 두서없이 몇분간 이야기하는것으로는 논리적으로 내 생각을 전달하지 못하고 잔소리일뿐일것이기에 이 책을 통해 모든것을 전하고자 한다.

앞서 이야기한것과 같이 이 책은 나의 10년의 경험과 현재도 진행중인 커피 공부를 담는다. 하지만 단순히 모든것을 담는것이 아니라 "실용적이고 실재적인"내용들을 담을것이다.

그리고 굉장히 지루할수도 있다.

그래서 왜만한 각오가 되어있지 않다면 이 책을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읽어야 한다.

그 이유는 커피는 총체적이기 때문이다. 

커피의 재배부터 한잔이 되기까지 하나의 영화처럼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있다.

그래서 어느 한부분에 머무르게되면 수많은 오해를 하게 되는것이다.

한가지 예로 "언더디벨룹"이 있다.

로스터들에게는 정말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소비자들은 자기 입에 맞지않으면 아주 쉽게 이야기하는 부분이기도하다.

로스터가 못해서일까?

아니면 농부들이 못해서일까?

바이어가 잘못 구매한것일까?

디게싱이 덜된것일까?

정말 수많은 부분들이 연관되어있다.

그래서 할거면 다 읽어보고 실험을 할 여유가 될때 이 책을 펼쳐보길.

그리고 마지막으로 책의 순서는 커피의 시작부터 한잔의 컵이 될때까지의 과정을 그대로 담아뒀다.

예전 클래식한 커피 서적들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커피 맛은 생두가 가장 많이 영향을주고 그다음이 로스팅이며 추출은 아주 조금 기여한다. 

어느정도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프로패셔널 바리스타가 되기위해 생두공부를 하는사람은 참 드물다.

유명한 쉐프들은 모두 자신이 다루는 재료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하고 있다.

우리가 다루는 재료를 모르는데 좋은 커피를 만들수 있을까?

자, 이제 지루한 생두공부부터 한번 시작해보자

(난 가장 흥미롭거든.)

내가 존경하는 한 작가의 말을 인용해서 시작하고자 한다.

혼돈의 해독제를 한번 써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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