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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워킹맘 Jun 29. 2020

워킹맘의 퇴사일기1. 부장님 회사 관두겠습니다.

13년 외식업 마케터. 이제 퇴사합니다.

치밀한 계획과 시간을 가지고 퇴사를 한 건 아니었다.


근무 중 부장님 등짝을 보았는데

그래 오늘 말해야겠다. 오늘이다. 심장을 울리는 두근거림에

그 날 바로 퇴사를 하겠다고 얘기했다. 


마지막 다녔던 회사에선.

(13년간 3군데에 회사를 다녔다. 3년 5년 그리고 여기 5년 7개월)

우리 부서에서 여직원은 다들 사원들. 나만 과장이었다.


20대~30대 중반 정도까지는 

1. 남자들과 경쟁하는 것이 좋았다.

2. 업무가 마케팅이었는데

  새로운 아이디어 짜고 이벤트 기획하고

  쌔끈한 판촉물 알아보고 벤치마킹하고..

  모든 게 너무 재밌었다. 

3. 근무 끝나고 술 한잔 하면서 스트레스 푸는 거. 

   점심시간에 친한 동료들과 삼겹살에 맥주 한잔 마시고 들어와서 일하는 것이 참.. 좋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남자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것이 너무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난 많은 걸 포기하면서 살았던 것 같았다.


애는 둘이나 낳았는데.

아이들을 누가 돌봤냐.

친정엄마가 봐주다 몸 망가져

그러다 이모까지 동원해서 아이들 맡겨..

야근에 주말근무에 

게다가 언제 잘려도 이상하지 않은 일반 사기업이라

(모든 사기업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대부분 그렇다고 생각함)

애 둘 엄마가 모땜에 이리도 열심히 회사에 올인하며 살았을까. 회의감이 들었다.


부장님 저 관둘래요
... 그래 수고했다. 좀 쉬어라


??? 말리지도 않아요?
너무 고생했잖아. 좀 쉬어도 돼


부장님의 위로같지 않은 위로가. 많은 생각을 갖게 해주었다.

내가 남자라도 저렇게 얘기하셨을까?

내가 애가 없었어도 저렇게 쉬라고 했었을까?

아님 내가 그렇게 고생스럽게 일을 했나?

(일을 못하는 애라고 생각 안한다. 회사다니면서 상도 타고. 2년이나 육아 휴직했음에도 누락한번 없이 승진했다!) 


마지막에 부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신랑이 벌잖어. 좀 쉬어


그래. 난 애가 둘이나 있고, 돈을 벌어주는 신랑이 있는

아.줌.마.였다.


그리고

2019년 4월. 13년 7개월의 화려한 외식업 경력을 버리고

난 퇴사를 했다.


아무 계획도 없이.

아무런 생각도 없이.



동료들이 준비해준 선물들. 직접 만든 마카롱, 스카프를 즐겨맸던 나를 기억하고 명품 스카프, 꽃다발, 내가 참 좋아했던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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