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오늘 반차예요. 룰루랄라
신랑이 가기로 한 둘째 어린이집 면담이 있는 날인데
업무 때문에 못 가게 되어
부득이하게 오후 반차를 내게 되었다.
반차.
추석 연휴 시작되기 며칠 전이라
눈치도 보이고
업무도 많은데
난 엄마 역할도 해야 하는 엄마 사람이기에
반차를 내게 되었다
내기 전까지는 눈치도 보이지만
내고 나서는.
반차 내고 면담 가기 전까지 '나는 자유다!'라는 생각에
뭐 할지. 어디 가지. 뭐 먹지? 등등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행사가 있어서 아침 7시까지 출근을 해야 하는 날이었는데.
다른 날 같았으면 투덜투덜..
'나만 왜 맨날 이렇게 업무가 빡세'서부터
'오늘 하루 얼마나 힘들까' 등등
아침 출근시간부터 이미 녹초가 되었을 텐데
난 오후 반차이기 때문에.
5시 기상임에도 불구하고 눈이 번쩍.
출근길 발걸음부터 매우 가벼운. 기적을 만날 수 있었다.
하고 싶은 것 너무 많은데.
1. 혼자 카페 가서 책 읽으며 따뜻한 라떼도 마시고 싶고
2. 아 맞다. 신발 하나 사야 하는데.. 인터넷으로만 사니 발이 다 아프..다
3. 요새 뜬다 하는 서점도 가보고 싶은데.. 한남동. 교통이 불편하긴 하네
4. 이럴 때 못 가본 맛집 가야 하는데. 애들 없을 때. 자유로울 때.
5. 그릇! 그릇도 사고 싶어. 요새 인스타에 올라오는 내 음식 사진. 너무 지루해져 가
6. 추석 선물도 사야 하는데.. 살 시간이 없는데..
그러다가
문득 든 생각..
엄마는 뭐하지??
엄마 밥은 잘 챙겨 드시나?
집에 먹을 건 있을까?
또 고구마에 계란 드셨겠지..
'나 오늘 반차 썼는데 나랑 같이 점심 먹고 그릇 구경 갈래?'
'그래 좋아! 어디로 갈까?'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오는 엄마의 카톡.
자유 시간이 너무 많아진 엄마는
이 자유 시간이 정말 자유롭게 느껴질까?
어느 순간
'돈'보다 '시간'을 나누는 게 아까워졌다.
누군가를 만나려 할 때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나의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나의 자유시간은 정말 적다
주중에는 업무로
퇴근 후와 주말에는 육아와 가사로.
그래서
'아무나'를 만나기보다
'그 어딘가'를 가기보다
꼭 '그 사람'을 만나야만 했고
꼭 '거기'를 가야만 했다.
그게 아니면 난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거에 조금 더 투자하고 싶었다.
오늘은
엄마를 만나
내가 정말 아끼는 나의 시간을 드리려 한다.